노동당이 국회 앞에서 48시간 연속 정당연설회를 열었다.
21일 오전 10시 노동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개악저지! 48시간 긴급행동!"이라는 이름의 연속 정당연설회를 시작했다.
노동당 구교현 대표는 "지난 20년간 진행된 노동유연화 결과, 청년실업은 더 늘어났고,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 국회에서는 2천만 노동자들의 목숨줄 가지고 흥정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기들끼리 흥정을 하고 있다.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 지금부터 48시간 동안 이곳에서 연속 정당연설회를 열어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겠다."며 연속 정당연설회의 시작을 알렸다.
국회 앞에 설치된 스피커와 마이크는 이내 노동개혁 개정안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개정안에 대한 여러 의견이 개진되었고 지나는 시민들의 박수를 받는 일도 있었다.
필리버스터는 원내 정당이 반대하는 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해서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48시간 연속 정당연설회를 준비한 노동당 관계자는 "원내의 어떤 정당도 노동개혁 개정안에 대한 적극적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부분적 합의가 아니라 전면적 중단이 필요하다. 원내에서 아무도 하지 않으니 시민들이 나서서 노동개혁 개정안 반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알바노동자의 목소리로 시작된 "시민 필리버스터"알바노조에서 활동하는 양다혜 씨는 "97년 노동법 개악이 이루어질 때 작은 회사에 일하던 저의 아버지는 동생이 태어나던 해에 해고 당했다. 그래서 할머니의 퇴직금까지 모아 자영업을 하면서 지금도 더 좁은 곳으로 향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청년들을 위해 노동개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97년도에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얼마나 절망하며 살았는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아버지의 한탄을 기억한다."며 노동개혁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권영국 본부장은 "노동개혁 개정안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지금 국회가 "민생"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국민의 삶을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 노동자, 시민이 권력의 주인 임을 환기시켜야 한다. 언제나 가장 암울한 시기에 민중들이 사회를 바꾸어왔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다. 어둡고 암울한 지금 시기, 또 한 번 정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시기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오진호 집행위원은 "얼마 전까지 '을들의 국민투표'를 진행하며, 박근혜정부 노동개악에 대한 시민들의 의사를 묻는 일을 했다. 그 투표에 참여한 14만 명이 넘는 시민 중에 96%의 시민들이 박근혜정부 노동개악 안이 아니라 시민사회 안을 선택해주었다"며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학교에 다니는 김영길 씨는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핑계로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다가 통하지 않자 이제 "국가비상사태", "저출산 대책" 등을 말하고 있다. 파견직을 확대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법안이 어떻게 청년의 일자리를 확보해주고,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시민 필리버스터' 형식으로 진행되는 48시간 연속 정당연설회는 24시간을 지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노동개혁 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가 진 밤에는 비정규직으로, 알바노동자로, 해고노동자로 살아온 힘겨운 삶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는 시간도 있었다.
22일 국회에서 노동개혁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23일 환경노동위는 법안소위를 통해 노동개혁 개정안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회가 계속해서 노동개혁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려 한다면 국회 앞에 울려 퍼지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멈추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