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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놀라움이 호기로움으로


2013년 7월, 나는 육군 중위로 2년 4개월의 복무를 마친 바로 다음 날 서울로 올라왔다. 왜냐하면 '미래학' 공부가 너무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미래학'을 만난 건 2010년, 대학교 4학년 때였다.

졸업 후 바로 군대에 입대했던 나에게 대학교 4학년 동안의 시간은 다른 많은 4학년 취업 준비생들과는 다른 풍요로움이었다. 특히 학군단에서 강조하던 '문무(文武)'를 겸비하기 위해 힘쓰던 시기였고, 대학교 시절 나의 취미는 다행히도 독서와 달리기였기 때문에 달리기 전인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그 시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엘빈 토플러의 <엘빈 토플러, 부의 미래>를 읽게 되었고, 그가 세계적인 미래학자라는 것과 그 책이 내가 그 동안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는 또 다른 놀라움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참고로 나는 대학에서 체육학, 경영학, 평생교육학을 공부했다.)

"오늘날의 업무 관련 지식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일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상관없이 새로운 지식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 학습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연속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충분히 빨리 배울 수 없다.

앞으로 우리의 생각 중 어느 부분이 어리석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만 어리석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지식에는 한정된 수명이 있게 마련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지식은 더 이상 지식이 아닌 것이 되어 무용지식이 될 수도 있다."(엘빈토플러 <엘빈 토플러, 부의 미래> 17장 '무용지식의 함정'중에서 발췌)

그래서 신기한 마음에 네이버 검색창에 '미래학'을 검색해보았고, 놀랍게도 한국에서 '미래학'을 연구하고 심지어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가르쳐주기까지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후 1년간 일요일마다, 내가 살던 춘천과 미래학을 배울 수 있는 서울을 오가며 무료로 미래학 수업을 들었다. 그 연구소가 바로 지금 내가 연구원으로 있는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이고, 이곳의 소장님이 바로 휴스턴 대학원에서 미래학을 공부하고 오신 한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2030 대담한 미래>의 저자 최윤식 박사님이다.   

 2015년 2학기 미래학Master 수업을 마치고 연구원들과 함께(얼굴에 가장 많은 빛이 비치는 사람이 나)
2015년 2학기 미래학Master 수업을 마치고 연구원들과 함께(얼굴에 가장 많은 빛이 비치는 사람이 나) ⓒ 정대망

아까 위에서 내가 대학에서 체육학, 경영학, 평생교육학을 공부했다고 해 궁금증이 생길 듯하다. 내가 대학에서 세 가지 전공을 공부한 걸 사람들에게 말하면, 놀라워하지만 이건 사실 놀랄 일이 아니라 내가 대학시절에 그만큼 방황했다는 말이다(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우선 순위를 매길 수 없었고, 벌여놓은 일만 많아질 때쯤 미래학에 마음을 빼앗겼다). 다행히 지금은 미래 연구에 매진하고 있고, 미래 연구에 도움이 되는 공부만 하려고 하지만, 미래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 경중에 차이가 있을 뿐.

"미래학 연구소에서 미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 사람들을 만났을 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내가 하는 대답이다. 지난 2년 6개월간의 미래 연구로 딱히 큰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어쨌든 이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2년 6개월 전, 내가 미래학 연구소에 처음 갔을 때는 기초 지식이 너무나 부족했다. 대학 시절 꽤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군대에서 많이 잊어버렸고, 실제로 읽은 것도 이곳의 다른 연구원들에 비하면 겉핡기 식이었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처음 추천 받고 반복해서 읽은 책이 M. 닐 브라운 교수와 스튜어트 M. 킬리 교수의 <비판적 사고력 연습(ASKING THE RIGHT QUESTION – A GUIDE TO CRITICAL THINKING)>이었다. 책의 표지에는 '현재 미국 392개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참 부끄러웠다. 취미를 독서라고 말하고 다니던 내가 392개나 되는 미국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하는 책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그래서 더 열심히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보니, 책의 저자들이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추론을 주의 깊고 합리적으로 평가할 때 얻는 이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주는 데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런 비판적 사고력이 공부를 하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시각인지 알게 되었다. 또, 그 동안 즐겨 보던 TV 토론 프로그램이 더 잘 보였다.

연구소의 추천도서를 읽는 것과 더불어 미래 연구를 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몇 가지 더 있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모니터링'인데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님은 "매일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 사람은 미래학자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모니터링은 미래 연구에 정말 중요한 요소이고, 이렇게 매일 하는 모니터링이 축적됐을 때 발휘되는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이 기본적인 일을 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꽤 걸리는데, 실제로 내가 주요 일간지와 잡지, 미래 연구 관련 국내외 사이트 등을 모니터링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하루에 5시간 이상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엘빈토플러나 존 나이스비츠도 하루의 상당 시간을 모니터링 하는 데 쏟고 있다. 내가 연구소에서 처음 미래 연구를 시작할 때는 이보다 더 시간이 걸렸지만, 지난 2년 6개월간의 노력과 좁혀진 관심 주제 덕분에 그나마 5시간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미래학이 뭔데?


'미래학'이란 분야가 워낙 생소하다 보니, "미래 연구를 하고 있다"는 대답 뒤에는 미래 연구라는 것을 어떻게 하고 있고, 미래학이 뭔지에 대한 설명을 꼭 해줘야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미래 연구는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의 가능성들을 탐구하는 것인데, 미래학이라는 것이 미래연구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학에도 여러 방법론들이 많고, 최근에는 물리학 이론에서 나온 '복잡계'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최소한 STEEPS(사회/기술/경제/환경/법·정치·제도/영성) 분야를 모두 고려하여 과거와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수준의 미래 연구는 국가 운영이나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인생에서도 중요한 능력인 '통찰력'을 키워주기에 충분하다.

미래 연구와 미래학이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미래는 고정돼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기회와 위기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변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즉,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고 그만큼 가능성 높은 미래예측으로 미래예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이드라인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아직 미래 예측을 할 정도의 수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내가 미래학을 통해 미래 연구를 하는 이유는, 바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사회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더 커질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함이고, 현대 사회에 만연하는 문제들과 미래에 새로 생길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관찰하고 연구하다 보면 이런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는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는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미래를 연구했고, 앞으로도 계속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탐구할 것이다.

호기심, 부끄러움, 분노를 공유하다

 지난 여름, 몇 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공저자로 미래학 관련 서적을 출간하기로 지식노마드와 계약을 맺었다(가장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나).
지난 여름, 몇 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공저자로 미래학 관련 서적을 출간하기로 지식노마드와 계약을 맺었다(가장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나). ⓒ 정대망

지난 8월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있었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개원심포지엄'에 참석했을 때, 축하강연을 하신 경북대 이정우 교수는 "한국은 살기 어려운 나라지만, 연구자의 천국이다. 연구할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연구 자료를 모으면서 한국은 참 살기 어려운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며 내가 느끼는 가장 커다란 감정은 '분노'다. 헬조선이니, 금수저니 하는 요즘의 현상들과 그로 인해 생기는 신조어들을 보면, 내 또래의 청춘들도 이 감정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주기적으로 나가는 독서 모임이나, 시 모임 등에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요즘에는 이런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하고, 실제로 활동가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 점점 눈에 띈다.

나는 내가 가진 '호기심, 부끄러움, 분노'의 감정들을 잘 조절하며 공부해 나가면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연구와 활동을 하는 또 다른 동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기대 때문에 한 해를 시작하면서 <오마이뉴스>에 내 얘기와 내 감정을 공유하는 기사를 썼다.

내가 쓴 이 이야기는 2016년을 살아갈 스물여덟살 청춘 한 명의 이야기이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이야기도 청춘의 이야기일 수 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된다. 당신은 요즘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덧붙이는 글 | 꿈을 이야기하는 게 참 쉽지 않은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부터 용기내어 제 꿈 얘기를 한 번 해 보았습니다.



#청춘!기자상#청춘#청년#미래학#정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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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미래학을 기반으로 한 미래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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