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님께.
지난번 안철수 의원님께 정치권을 떠나 다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청춘 멘토'로 돌아와 달라고 편지를 쓴 시민기자입니다(관련 기사 :
안철수를 지지합니다 다만, 정치권을 떠나주세요). 평범한 '장삼이사'의 한 사람인 저의 바람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혹시 읽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바람과 다르게 의원님께서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아직 창당도 하지 않았는데도, '안철수 신당'은 호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정당 지지율에서 바짝 추격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더불어 안철수 의원님의 대선 후보 지지율도 급등했습니다. 외견상 안철수 의원님의 탈당과 신당 창당이 야권 전체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다시 '안철수의 바람'이 부는 것은 그만큼 기존 양당 체제에 신물을 느낀 유권자가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국민이 아직 안철수 의원님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방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 저는 '안철수 의원님이 정치권을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이미 그 바람은 부질없는 까마득한 바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은 안철수 신당의 출현에 관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것이다', '야권의 분열은 필패다' 등의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안철수 신당의 출현이 반드시 새누리당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엄살에 가까운 반응도 보였습니다.
솔직히 평범한 시민인 저로서 이런 정치공학적 유불리를 계산하기는 힘듭니다. 안철수 의원님의 바람도 이번 총선에서의 승패에 연연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안철수 의원님의 평소 소신인 '정치 혁신'과 '새정치 실현'이 최종 목표라고 말씀하셨기에, 다시 많은 국민이 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지자가 안철수 의원에게 보내는 두번째 편지
안철수 의원님!
잘 아시겠지만 2007년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유는 당시 국민이 정치학적 개념인 '민주주의의 발전'보다 먹고 사는 '경제학적 자본주의'의 발전에 더 큰 기대를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 10년 가까운 시간에 국민은 민주주의의 발전이 결코 먹고 사는 문제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반성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내몰려 민주주의의 가치를 잊을 만큼 힘들어하는 순간에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언론 길들이기,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을 강행했습니다. 권위적인 행정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고, 양극화와 세대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야당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중지란으로 정부·여당의 독주를 방관하고 도와주는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안철수 의원님의 인식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야당과 합당하고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안철수 의원님이 주창하신 야권의 외연 확대를 위해 야당 내에서 치열하게 싸워 오셨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또 다른 정치 혁신에 힘겹게 나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철수 의원님!
많은 야당 지지자가 '안철수 신당의 출현은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것'이라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각종 언론의 지지율 조사에서 보듯 또 다른 다수 국민은 안철수 의원님과 안철수 신당에 대해서 기대와 지지를 보내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안철수 의원님을 비판하는 국민이나 안철수 의원님과 신당을 지지하는 국민이나 기대하고 바라는 것은 한마음일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의 독선과 비민주적 정치 행태를 바로잡고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기회가 바로 2016년 20대 총선입니다. 저는 아직 '정치인 안철수'라는 사람보다 '젊은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멘토 안철수'를 기대하지만, 어차피 정치의 길로 확실히 뛰어드신 만큼 두 가지만 당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정치는 개인의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첫째, 야권의 외연 확대라는 본질적 목표를 반드시 이루어 주십시오.
지난 4일 JTBC 신년토론에 패널로 나온 신당창당 실무준비단 정강정책TF팀의 정연정 교수는 "안철수 신당이 지향하는 점은 야권의 외연 확대"라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과정을 보면 '야권의 외연 확대'보다는 '야권의 파이 나눠 먹기'라는 목표의식이 더 강해 보입니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을 보면 현재 거대 양당의 지지층이 이탈한 것에 중도층이 더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소선거구제 아래에서 이런 지지율은 큰 의미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관악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보면, 야권의 정태호·정동영 두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54%였으나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43%에게 밀려 텃밭을 내어주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야권의 분열은 필패'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거 연대가 필수입니다. 안 의원님은 "야권연대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대는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지만 이는 우리나라 선거제도를 봤을 때 바람직한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개인의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야권이 연대하지 않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선과 총선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승부가 결정이 난 바와 다를 바 없는 영·호남에서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되 수도권에서는 전략적 선거 연대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또한 진보정당인 정의당과의 연대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안철수 의원님이 하셔야 할 일은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위주의 '이삭줍기'보다는 '새로운 인물의 영입'입니다. 그리고 현재 호남과 수도권 일부에 한정된 선거전략을 영남으로 확대하는 노력을 펼쳐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야권의 외연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호남과 수도권에서 정당에 따라 기호만 바뀐 인물로 야권이 서로 싸우는 것은 외연 확대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의석 독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야권 나눠먹기'는 무의미, 정치노선을 분명히 밝히세요
둘째, 안철수 의원님의 확실한 정치적 색깔을 밝히십시오.
흔히 '중도개혁노선'이라고 알고 있으나 지금까지 안철수 의원님이 견지한 자세는 중도가 아니라 그냥 '양비론'이었습니다. 기존양당의 기득권 정치와 지역주의를 비판하고 '새정치'를 내세우면 바로 중도개혁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각종 사회문제에 '보수도 잘못이고 진보도 잘못이고,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가자'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하는 것이 중도개혁이 아닙니다. 중도는 보수와 진보의 사이에서 현실에 맞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 보수와 진보 양쪽에 다리를 걸치는 것이 아닙니다.
안철수 의원님은 지난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셔서 "정치를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치는 소명이며 많은 국민의 열망 때문에 정치를 시작했다"고 하시면서 "정치를 제대로 바꿀 수 있도록 매 순간 역할을 할 것이며 후회는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다음에 어떻게 하면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 전진하는 스타일이며 그것은 벤처기업가, 의사, 교수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안철수 의원님, 의원님은 이제 정치인입니다. 벤처기업가는 고객과 거래처를 상대하고, 의사는 환자를 상대하고, 교수는 학생들을 상대합니다. 하지만 정치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상대하는 자리입니다. 무조건 전진하는 자세도 좋지만, 때로는 멈추어 뒤를 돌아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정치는 안철수 개인의 실수를 앞으로 반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실수로 인해 겪을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알고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의원님, 부디 국민과 함께하는 좋은 정치인이 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