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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온라인 구독자 수에서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경쟁지인 <뉴욕타임스>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하는 사건이 발생해 세계 언론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의 조사기관 콤스코어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월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사이트 방문자 수는 6690만 명으로, 방문자 수가 6580만 명에 머무른 <뉴욕타임스>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사이트 방문자 수는 지난 1년간 59%나 증가했는데, 이처럼 온라인 사이트 방문자 수가 급속히 증가한 배경에는 지난 2013년 8월 사비를 털어 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의 성장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할 당시 온라인 방문자 수는 2600만 명에 불과했으나,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이후 방문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 해 10월 <뉴욕타임스>를 추월하고, 11월에는 7200만 명까지 증가했다.

단기 이익 보다는 '소비자 규모 키우기'에 집중

 1월 10일자 <워싱턴포스트> 누리집 메인화면.
1월 10일자 <워싱턴포스트> 누리집 메인화면. ⓒ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이러한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사이트 방문자 수의 급속한 증가는 제프 베조스가 기존의 전통적인 신문사 경영 스타일을 버리고 <워싱턴포스트>의 경영 스타일을 디지털 경영 스타일로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프 베조스는 자신이 아마존을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활용했던 성장 전략을 <워싱턴포스트>에 그대로 적용했다. 베조스는 일단 소비자(이용자)들이 확보되면 이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단기적으로 이윤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이용자) 규모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사업전략을 통해 아마존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베조스는 이 전략을 <워싱턴포스트>에도 접목시켜 국내외 독자들을 유치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 2년 6개월 만에 온라인 사이트 방문자 수에서 경쟁지 <뉴욕타임스>를 추월하는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워싱턴포스트>가 온라인 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활용했던 구체적인 전략들은 무엇일까?

먼저 <워싱턴포스트>는 지역신문사들과의 상생 전략을 통해 온라인 독자 확장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14년 3월 지역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독자들에게 무료로 <워싱턴포스트> 사이트와 앱에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신문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윈-윈 전략으로, 지역신문 정기구독자들이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사이트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신문사에게는 정기구독 독자들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역신문 정기구독자들을 신규 디지털 구독자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포스트>는 지역 신문 정기구독자들의 정보를 확보하여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와 관련된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현재 '신문 파트너십 프로그램' 참여하고 있는 지역신문사 수는 약 300개에 이른다.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에 적용한 두 번째 아마존식 성장방식은 아마존의 특급 배송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한 가입자들에게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판 구독을 6개월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무료 구독기간 6개월이 지난 후에는 정상 구독료의 3분의 1 가격인 월 3.99달러에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버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가입자들은 현재 음악 100만 곡 무제한 감상과 영화와 TV 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무제한 사진 저장, 그리고 킨들에서 책을 공짜로 읽을 수 있는 혜택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다 <워싱턴포스트> 6개월 무료 구독이라는 혜택까지 패키지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워싱턴포스트> 6개월 무료 구독 패키지 서비스는 약 4000만 명에 이르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을 대상으로 <워싱턴포스트>가 디지털 구독자 확대를 꾀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제공하고 있다. 결국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패키지 전략은 <워싱턴포스트>를 단일 상품이 아니라 아마존 생태계의 한 축으로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올리겠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 강화가 곧 구독자 증가"... 감원 대신 인력 증원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에 적용한 세 번째 성장방식은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들의 구독 행위를 분석해 독자들의 뉴스 소비 특징과 관심사에 따라 맞춤형 기사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다. 기존에 아마존이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소비자의 관심사와 소비습관을 분석해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제품을 보여주는 마케팅 전략을 적용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베조스는 콘텐츠 강화가 곧 구독자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워싱턴포스트> 인수 후, 감원 대신 인력을 증원했다. 취재기자와 에디터를 50명 늘리고, 뉴스룸 근무 직원도 추가로 70명 늘렸다. 나아가 아마존 소속 엔지니어들을 <워싱턴포스트>에 파견시켜 구독자들에게 뉴스를 추천하는 방식 등 아마존의 온라인 고객 확장 노하우들을 전수하도록 했다.

결국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에 아마존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적용시켜 디지털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의 양적 확장에 주력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디지털 트래픽에서 <뉴욕타임스>에 뒤지고 있던 <워싱턴포스트>가 당장의 수익 증대보다는 디지털 트래픽을 증가시키기 위해 아마존이 활용했던 몸통 키우기 전략을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사업 전략이 결국 <워싱턴포스트>가 디지털 트래픽에서 <뉴욕타임스>를 앞지르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 살리기 전략은 디지털 시대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신문 산업의 생존방안 마련을 위해 신문 산업 관련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IT 기술자, 웹디자이너 등 기술 인력을 뉴스 기획단계에서부터 유통단계까지, 뉴스 생산 전반에 참여시켜 기존의 기자 중심인 종이신문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오프라인 종이신문사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테크놀로지와 뉴스 마케팅 부분의 혁신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변모하여 위기에 빠진 <워싱턴포스트>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베조스의 시도는 디지털 시대 신문 산업의 생존전략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IT 전문가와 기술 개발자가 기자 및 편집 인력들과 함께 혁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논의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제프 베조스의 새로운 성장 모델은 고사 위기에 빠진 신문 산업의 생존 방안 모색 과정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진봉 시민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최진봉#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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