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당국이 쾰른의 새해맞이 축제에서 집단 성범죄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이들이 시리아 난민인 것을 확인했지만,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은폐 의혹까지 일어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슈피겔> <빌트> 등 독일 주요 언론은 8일(현지 시각) 쾰른이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지역신문 <엑스프레스>가 경찰의 업무일지를 단독 입수한 특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사건 당일 쾰른 경찰의 업무일지에는 "71명 신분 확인, 10명 퇴장, 11명 구금, 4명 체포, 32건 신고"라며 "이민자 배경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수천 명 모여 있다"라고 적혀있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새해맞이 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던 쾰른 중앙역 광장과 대성당 주변에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수백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주로 15∼35세의 중동과 북아프리카 이민자로 추정되는 가해자들은 연말 축제로 도심에 사람이 붐비자 경찰 치안이 취약한 틈을 타 무리를 지어 젊은 여성들을 성추행하고 금품을 강탈해 도주했다.
이 신문은 "신분증이 없어도 연방이민청(BAMF)에 등록된 난민신청서로 용의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는 경찰이 용의자들의 국적이나 출신 배경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업무일지가 작성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랄프 예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 내무장관과 볼프강 알베르스 쾰른 경찰서장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는지 해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독일 언론은 이번 사건으로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해 경찰과 행정 당국이 은폐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독일 공영방송 ZDF도 이번 사건을 신속하게 보도하지 않았다가 비판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각계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쾰른 경찰서장 사임... '파문 확산' 어디까지?
여론이 급격이 악화되자 독일 당국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는 알베르스 쾰른 경찰서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기 퇴직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독일 내무부는 "연방 경찰이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31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라며 "이들 중 18명은 독일에서 망명신청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난민으로 확인됐다"라고 수사 현황을 공개했다.
난민 포용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른 메르켈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라며 "모든 가해자를 찾아내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경찰 수사 확대를 지시했다.
헨리에테 레커 쾰른 시장도 "성범죄를 피하려면 여성이 다른 사람들과 간격을 유지하며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가 비난에 시달리는 등 이번 사건의 여파가 독일 전역을 휩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