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은 출발부터 삐그덕거렸다. 지난 8일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발표한 인재영입 1호에 과거 부패 행위에 연루된 인사들이 포함됐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합류하고 '국민의당'이라는 당명이 처음 공개되는 날 터진 악재였다. 안철수 의원이 즉각적으로 영입을 취소하고 사과했지만 무원칙한 인재영입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안 의원 측은 '정비되지 않은 시스템 문제'로 설명했지만, 단지 검증 절차의 실무적 미숙함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기는 어렵다. 이날 국민의당에서는 '인재영입 사고'만이 아니라 하루종일 무엇인가 어긋나는 모습이었고 조급함이 느껴졌다. 이날을 복기해보면 국민의당이 가진 불안요인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날 국민의당 첫 일정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창당준비위원장으로 발기인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한 위원장은 창당발기인 신청서를 작성하고 안철수 의원과 함께 당사를 둘러봤다. 이어서 한 위원장이 주재하는 첫 창당실무회의가 열렸다. 김한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 역시 대거 참여했다. 명실상부한 신당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인재영입 강조한 날 인재영입에서 사고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신당 참여의) 문호를 과감하게 개방한다, 대의에 동참하는 분은 누구든 환영한다"라며 "그러나 이 정당이 잡다한 성격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 안에 화학적 결합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호를 활짝 개방하면서 고유한 정체성과 응집성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의원 역시 인재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세 가지 말씀드리겠다"라며 "첫째로 대한민국 최고 인재를 모으겠다, 지금 대한민국의 위기는 최고 인재가 그 문제를 푸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두 가지 과제로 "부정부패에 단호하겠다, 민생을 중심에 두겠다"라고 제시했다.
당연히 국민의당 첫 번째 인재영입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에서 내세운 첫 인재들은 기대에 전혀 걸맞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 몸담았던 장관 출신 인사 두 명과 검찰과 경찰, 군 출신의 인사였지만 무게감이 없었고, 일부는 부정부패 연루 경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은 과거 '북풍 사건'의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았으나 2004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허신행 전 농수산부 장관은 2003년 서울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공사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국회의원 청탁을 받고 답안지 바꿔치기 한 행위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또 한승철 전 검사장은 창원지검 차장검사로 재직 중이던 2009년 3월 경남지역의 건설업자 정아무개씨에게 140만 원 상당의 식사·향응 및 현금 1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0년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법원 무죄 판정을 받았지만, 향응을 받은 사실은 인정됐다. 이상 세 사람의 영입이 취소되기까지는 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 이런 사람들이 안철수 의원의 첫 번째 인재가 된 것일까? 그 발표가 있기까지의 과정도 의문점이 많다. 당초 이날 오후에는 아무런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다. 아침회의를 마친 후 당의 다음 일정은 안 의원이 대선 때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과 만찬을 하는 일정이었다. 갑자기 오후 3시 인재영입을 발표한다는 공지가 이뤄진 건 오후 2시. 불과 한 시간 전이었다.
이태규 국민의당 창당실무단장은 영입 취소 발표 후 "창당발기인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스크린을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다섯 명을 발표하자고 해서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검색창에) 한 번이라도 쳐 봤으면 알 수 있었는데, 문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누군가 영입 발표를 제안했고, 기본적인 검증도 없이 발표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살펴봐야 할 점은 이날 발표된 인사들이 모두 호남 출신(광주3, 전남1, 전북1)이라는 것이다. 한상진 위원장의 인재영입 발표에도 안 의원이 아닌 황주홍 의원이 섰다. 황 의원을 비롯한 더민주를 탈당한 호남 출신의 의원들이 이들을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창당발기인대회 전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발표를 서둘렀다는 얘기다.
윤여준 합류 발표와 기자회견 취소비슷한 상황은 그 앞에도 벌어졌다. 바로 한상진 위원장과 함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기로 한 윤여준 전 장관의 참여 결정이 알려지는 과정이다. 이날 아침 회의를 마친 후 10여 분 정도가 지나 안 의원의 보좌관이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전날 윤 전 장관이 신당 합류를 결정했고,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기자들로서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윤 전 장관의 참여는 초미의 관심사였고, 그것이 한 위원장 등 주요 인사가 첫 회의를 한 직후 발표됐다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처음 기자들 앞에 선 한 위원장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첫 회의에 한 위원장의 말 보다 윤 전 장관의 합류가 더 큰 뉴스로 다뤄졌다.
이후에도 이상한 상황은 반복됐다. 윤 전 장관이 오전 11시 당사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회의에 합류할 것이라는 발표가 불과 30분 후 취소된 것이다. 윤 전 장관이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유였다. 윤 전 장관의 몸 상태가 30분만에 갑자기 안 좋아졌을 수도 있지만, 안 전 의원이 삼고초려를 해서 모셨다는 말에 비춰 봤을 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윤 전 장관은 정식으로 공동창당준비위원장에 선출될 10일 창당발기인대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윤 전 장관의 정확한 의사가 '직접'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안 의원 측은 다음주 후반 정도에 윤 전 장관이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조차 확실하지 않다. 윤 전 장관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무언가 잘못됐다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이 두 사건으로 드러난 것은 현재 국민의당을 떠받치고 있는 세력 사이의 관계다. 현재 국민의당은 크게 안철수 의원과 과거부터 함께 해왔던 세력과 호남 기반의 과거 더민주 '비주류' 세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실패한 인재영입 발표가 더민주 탈당 의원들의 조급함을 보여줬다면 성급한 윤 전 장관의 참여를 발표한 것은 안 의원 측의 조급함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재영입 실패가 국민의당에 꼭 필요한 약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잘못을 신속하게 인정하고 처리했고, 앞으로 인재영입의 기준이 제시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거꾸로 불안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들을 추천했던 인사는 당 안에서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창당공신' 현역의원이라면 언제든지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다.
윤 전 장관은 안 의원 측이 '합리적 보수'의 상징처럼 내세운 인물이다. 윤 전 장관의 건강이 회복되고 예정대로 합류한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합류하지 못한다면 신당 안에서 안 의원의 입지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김성식 전 의원 등 다른 인사들의 합류도 더욱 불투명해진다.
모든 것을 다 떠나 윤 전 장관의 합류 소식과 기자회견 취소, 첫 인재영입 발표와 영입취소 같은 일이 한 날 동시에 일어나기도 쉽지 않다. '화학적 결합' 이전에 당 안에 질서부터 잡아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