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시는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워킹맘'의 시각으로 패러디한 것입니다. - 기자말워킹맘이라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잠도 안 깬 아이와 헤어지고 나온
깜깜한 출근길에 어슴프른 빛이 쏟아지는데.
워킹맘이라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아이가 열이 난다는 전화, 방학이 시작된다는 안내문
아무리 도움을 청할 곳을 찾아봐도
사무실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소리.
워킹맘이라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아이가 보고 싶다고 수없이 뇌어보지만
스마트폰에 담긴 아이의 사진
나는 보지 못하는 너의 일상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지만.
워킹맘이라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품에 안기던 아이의 부드러운 솜털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부비던 아이의 입술
출근길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워킹맘이라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워킹맘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 까칠한 워킹맘 <출근하는 워킹맘의 사랑 노래 - 집에 두고 온 아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는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 이를 위하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