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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은 지금 내 남편에게 고향을 떠나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우리 남편이 젊음과 열정으로 가꾼 일터를 내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가족의 생사가 달려있는 일터를 반드시 지켜 낼 것입니다!"

지난 11일 오전 11시경 충남 태안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주)(아래 한국서부발전) 본사 로비에 모인 20여 명의 주부들이 격앙된 목소리로 한국서부발전 관계자에게 항의 했다.

 한산가족모임 주부들이 호소문을 한국서부발전 본사에 전달하려고 관계자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한산가족모임 주부들이 호소문을 한국서부발전 본사에 전달하려고 관계자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 신문웅

이들은 한국서부발전의 협력업체인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가족연대 모임 소속(아래 한산가족모임) 주부들이다. 이 회사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의 1~8호기 전력생산에 필요한 연료인 석탄을 선박 하역에서 보일러까지 이송하는 설비의 운전 및 정비를 맡고 있다.

한산가족모임은 이날 한국서부발전의 발전처 관계자에게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산과 태안에서 모여 본사를 방문했다. 그리고 1시간이 넘는 기다림 끝에 핵심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한산가족모임은 이 자리에서 "저희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여 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남편과 아빠를 둔 태안·서산 가정주부들입니다"라고 소개하고, "그러나 얼마 전 전해들은 소식은 우리에겐 마치 사형선고와 같아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 주부는 "넉넉하진 않더라도 고향을 지키며 아들로, 남편으로, 아빠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직장이 이해할 수 없는 입찰 제도에 의해 잃을 수도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가족과 아주 먼 곳으로 떨어져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비수가 되어 우리의 가슴을 찔렀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주부는 "우리는 소중한 내 남편들을 헌신짝 버리듯 내치는 한국서부발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고 어떠한 이유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내 남편을 지키기 위해,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성의 힘은 약하나 어머니의 힘은 강하다고 했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한산가족모임 대표는 "경쟁 입찰 조기 시행으로 3년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나의 고향인 태안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거듭 호소했다.

협력업체 경쟁입찰 도입... 누군가는 직장 잃고 고향을 떠나야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직원들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직원들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신문웅

이들의 남편은 태안에서 170여 명, 서산에서 100여 명이 거주하면서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에서 근무한다. 이들은 태안발전본부에서 석탄취급설비, 회처리설비, 배연탈황설비 등 전력생산설비의 운전 및 정비 업무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서부발전이 당초 발전 5개사와 합의해 2017년 운전 평가를 통해 2018년부터 석탄취급설비 운전 및 정비 업무에 대한 경쟁 입찰을 예고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는 5월부터 태안발전본부의 1-8호기 업무에 대한 경쟁 입찰을 앞당겨 시행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러한 방침에 한전산업개발에 근무하는 이아무개(43)씨는 요즘 잠을 못 이루고 있다. 그가 일하는 분야인 발전설비 운전업무가 경쟁 입찰에 붙여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석탄취급설비 운전 및 정비 업무에 근무하는 350여 명의 직원의 80%이상 태안·서산에 연고를 두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 부양가족과 함께 10년 이상 생활한 직원이 270여 명에 이른다.

최악의 경우는 본인이 다니는 협력업체가 수주를 못하게 돼 10년 이상 근무한 직장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처지다. 운 좋게 일자리를 유지해도 몇 년 후 다시 입찰에 붙여지기에 계약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전산업개발 발전노동조합은 "태안화력발전소에 근무하는 270여 명은 10년 이상 태안·서산에서 거주한 지역주민으로, 이번 경쟁입찰로 인한 대량 실직이 예상 된다"라며 "이는 한국서부발전의 지역주민과의 동반성장 약속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쟁을 부추기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설비운영을 도모하고 설비 신뢰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라며 "숙련기술자가 필요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시장경제 논리 적용이 필요하나 계획보다 빠른 시행 배경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1인 시위 나선 노동자들 "태안에 살고 싶다"

 매일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직원들이 태안터미널 앞에서 군민들을 대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매일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직원들이 태안터미널 앞에서 군민들을 대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신문웅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직원들이 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 앞에서 엄동 설한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직원들이 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 앞에서 엄동 설한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신문웅

이아무개씨는 올 겨울 최강의 한파가 몰아친 14일부터 야간 근무를 하고는 동료들과 같이 태안군청, 태안터미널, 태안발전본부, 한국서부발전본사 정문, 한국서부발전 사택 등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태안에 살고 싶다'라는 내용이 담긴 호소문도 배포했다.

앞서 이들은 한상기 태안군수, 국회 산업통산위원회 김태흠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제식 새누리당 국회의원(충남 서산시태안군),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면담을 통해 이번 경찰입찰 조기 도입의 부당성을 제기했다. 또한 한산가족모임들과 함께 한국서부발전의 부당한 처사를 군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정부의 전력산업 합리화 후속조치로 시행되는 이번 경쟁입찰은 당초 내년에 100% 경쟁 입찰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파장을 우려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30% 정도 시행하는 것"이라며 "20년 가까이 담당한 기존 업체가 유리한 측면이 있으니 임직원들이 준비를 잘해서 입찰에 응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가족들의 호소문과 태안사업처 직원들의 요구를 잘 참작하여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부득이 경쟁입찰을 하더라도 한국서부발전이 수주를 따낸 회사가 지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한다는 조항을 계약 조건으로 붙여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한국서부발전 본사가 태안으로 이전한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고용창출은 고사하고 오히려 지역주민들을 내쫓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바릉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한국서부발전#조인국#발전소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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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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