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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20대 총선의 야권연대를 위한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심상정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20대 총선의 야권연대를 위한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 남소연

I. 더불어민주당의 "결혼하자", 정의당의 "연애부터"

최근에는 경로를 수정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정의당과의 통합논의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결혼을 이야기 하기 전에, 연애부터 제대로 해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통해 완곡한 거부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여전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내부에서는 정의당과 통합을 통해 반복되는 선거연대를 넘어선 새로운 단일 세력을 만들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몇몇 커뮤니티의 각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세한 내용과 어조는 천차만별이지만 투박하게 그 갈등 양상을 묘사하자면, 더민주 지지자들은 '야권의 승리를 위해서는 단일한 결사체가 필요하다. 그러니 정의당과 더민주는 통합을 해야한다'는 논지이다.

반대로 정의당 지지자들은 '정의당은 캐치올 정당이 아니라, 가치중심적 정당이다. 그러니 선거연대가 공동정권은 가능하지만 각기 다른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를 주장한다.

각 당의 최근 입장을 보자면, 더불어민주당은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는 통합을 주장한다. 그리고 정의당과는 연대를 수립하는 것을 공식 경로로 설정했다. 정의당 역시 공동정권 창출을 내걸고 느슨한 수준의 연대를 선언한 상태이다. 그러나 통합이냐 연대냐에 대한 동상이몽은 분명 또다시 갈등으로 표출될 여지가 남아있다.

II. 더민주. 왜 정의당을 통합 대상으로 보는가

더민주와 정의당 지지층은 일정 부분 겹친다. 자세하게 바라보자면 새누리당과 야당 내 우파에 대한 반감을 가진, 지지 정도가 열렬하지 않은 연성 지지자들이 겹친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정의당을 통합 대상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지지율이다. 정의당은 적게는 4%, 크게는 10%까지 지지율을 보인다. 이것을 가져갈 수만 있다면 더민주 차원에서는 안정적 제1야당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정의당의 당원과 주요 정치인들이다. 정의당은 현재 진성당원 체제를 구축했으며, 당원 수가 2만 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당원들의 활동량과 선거에서의 적극성 역시 타 정당들을 상회한다.

또한 노회찬, 심상정 등과 같은 스타정치인과 유시민, 진중권 같은 문화계 인사, 그리고 최근에 청년문제를 가장 잘 대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조성주까지 더민주 입장에서는 꽤나 매력적인 자원이 되는 셈이다.

세 번째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자원을 아끼고, 연대과정 중 이탈하는 지지층을 최소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매번 단일과 때마다 잡음이 나왔고, 이는 전체 정국에도 악영향을 준 점을 보았을 때, 세 번째 통합 사유는 꽤나 중요한 지점이다.

유시민 전 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메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 초청으로 열린 제3회 모의국가 오픈 특강에서 '내각의 구성과 의사소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유시민 전 장관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메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 초청으로 열린 제3회 모의국가 오픈 특강에서 '내각의 구성과 의사소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남소연

네 번째는 철저히 정치'공학'적인 사유이다. 정의당의 내부구성은 크게 국민참여당계, 진보신당계, 인천연합이 주축을 이루고 이후 입당한 노동당 탈당파와 국민모임 세력이 존재한다. 정의당 내부 구성 중 그 비율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국민참여계가 상대적 다수를 이루고 있다. 천호선 전 당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이 그 대표격이다. 이들은 분당 사태 이후의 더민주의 정체성과 적합한 정치세력이며, 국민참여계 역시 지금의 더민주에 대한 정서적 동질성을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

III. 그러나 정의당은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표면적인 사유로 보아도 정의당은 더민주의 통합대상이 아니다. 더민주는 최대한 많은 다수의 대중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캐치올(Catch All), 즉 국민정당이다. 그러나 정의당의 경우 가치와 노선을 중심으로 뭉칭 이념정당이다. 표심에 따라 정강정책이 변할 요인이 큰 캐치올 정당과, 이와 달리 기본 노선을 변경은 하되 큰 틀에서의 수정은 하지 않는 이념정당의 합당은 그 논의 시작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위와 같은 표면적 사유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실현 가능한 '더민주-정의당 통합 시나리오'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이유는 정의당의 정당사적으로 보았을 때, 더이상의 근본적 통합과 해체는 진보정당 자체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는 정서적 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경우 민중당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창당하고, 분열하고 통합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 혹은 결과는 항상 정서적으로 큰 상처로 남게 되었다. 일심회 사건 이후 진보신당 창당, 통합진보당 창당을 위한 진보신당 창당,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의 분당, 통합진보당의 해산, 노동당에서의 정의당 합류, 국민모임 창당 좌절 등 그 과정과 결과가 외부적으로도 큰 상흔으로 남았지만 당 내부적으로도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정의당이 그 최종적 결과물이다. 더이상의 통합 및 분당 논의 자체가 정의당 당원들 내부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논의인 것이다. 국민참여계 중 통합을 지지하는 정파 역시 논의를 선뜻 시작할 수 없는 것 역시, 정의당에 대한 근본적 세력 합종연횡에 대한 정의당 내부의 극렬한 반대정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2004년 민주노동당의 2020 집권 플랜은 허상이 아니었다. 지지율은 20%를 넘나들기도 했다. 수많은 분열과 통합상에서 진보정당은 지지를 상실했고, 내부 구성원들도 수차례 이합집산을 반복했다. 이 과정 속에서 진보정당은 지금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그것이 정의당에게 남긴 최대의 상흔은 '감정'이었다.

결론적으로 '더민주-정의당 통합 시나리오'는 정당구조와 노선차이라는 표면적 이유 이외에도, 정의당 내부의 정서적 사유 역시 크게 작용하기에 불가능한 논의이다. 지속적으로 문재인 대표가 통합제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정의당 지지자들에게 더민주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지점 역시 이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정의당#더불어민주당#통합#연대#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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