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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지난 2012년 파업으로 해고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두고 "증거가 없는 것을 알고도 해고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012년 6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남문 앞에서 최승호 PD(가운데)와 MBC 노조원들이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사옥을 향해 함성을 지르고 있는 모습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지난 2012년 파업으로 해고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두고 "증거가 없는 것을 알고도 해고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012년 6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남문 앞에서 최승호 PD(가운데)와 MBC 노조원들이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사옥을 향해 함성을 지르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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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경영진의 핵심 인사가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당시 사측에 유리한 보도를 한 극우매체의 청탁을 들어주는 등 은밀한 유착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입수해 25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른 것이다. (관련 기사 : MBC임원 "최승호·박성제 증거 없이 해고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2014년 4월, 11월 두 차례에 걸쳐 MBC 관계자들과 함께 극우매체인 <폴리뷰>의 박한명 대표 등을 만났다.

<폴리뷰>는 "김재철, '노영방송' 만든 역대 사장과 달랐다", "여전히 한심스러운 MBC 파업의 주역들", "박상후와 MBC본부노조, 누가 분열의 죄인인가" 등 MBC 사측에 극히 유리한 보도를 주로 해온 매체다.

특히 박 대표는 본인의 칼럼을 통해 여러 차례 언론노조 MBC 본부를 비난했다. 지난 2014년 10월 불거졌던 MBC의 교양제작국 PD 인력 재배치 논란에 대해서는 "MBC의 공공성 후퇴라든가,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을 가져온 건 조직개편이 아니라 노조의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또 2013년 10월 쓴 "<미디어워치> 온라인판 편집장을 맡으며"란 제목의 칼럼에서는 "사실 <폴리뷰>는 <미디어워치>와 변희재 대표에게 신세를 진 부분이 있다, 작년 MBC노조와의 싸움에서 노조의 거짓말과 선동을 막아내는 데 <미디어워치>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즉,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던 사측에게 우호적인 매체인 셈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박한명 대표는 백 본부장에게 <100분 토론> 및 MBC라디오 패널 출연, 광고 등을 노골적으로 요청했다. 당시 백 본부장은 MBC 경영기획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2014년 11월 녹취록에 따르면, 박 대표는 "백 본부장을 만나서 따져야 할 문제가 있다. (지난 만남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청탁이라고, 네 가지를 청탁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네 가지 다 안 됐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구체적으로 "너무 늦게 따지는 감은 있는데, 제가 <100분 토론> 지방선거 관련해서 제가 나가던지, 제가 추천한 분들이 나가서 토호세력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이나 (MBC) 라디오(출연)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청탁 사항을 밝혔다. MBC의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다른 보수매체 기자의 예를 들면서 "그 정도 브리핑하는 정도라면 (우리 기자도) <시사매거진 2580>나 <PD수첩>, 그런데 저희는 그런 게 하나도 없다, 저희가 아주 바라는 것은 아니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자사 기자의 MBC 프로그램 출연을 '청탁'한 것이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MBC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을 희망하기도 했다. 그는 "백 본부장께서 저희들을 어떻게 지원해줄까 의논하던 중에 '위주를 한 번 생각해봐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나'라고 하셨다"라며 "외주를 하나 주시면 직접 제작은 못하지만 원거리에서 자료라던가 줄 수 있을테고"라고 말했다.

이에 백 본부장은 "내가 잘못한 것인데, 변명으로 들어주시라, 너무 바빠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내 불찰로 챙기지 못한 게 있는데 앞으로 챙길 수 있는 부분, 지금 얘기하는 부분들은 사실 조금만 신경쓰면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MBC에서 제작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외주 주는 사례가 없다"라며 외주 프로그램 제작 요구는 거절했다. 그러나 그는 재차 "얼마든지 출연하는 건 만들어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질적인 재정상 도움 고민해 보겠다" 발언 이후 방문진 광고 게재돼

MBC 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내부 관계자를 '지정'해달라는 요청까지 나왔다. 박 대표는 "아무래도 미디어전(戰)을 하다 보면 정보가 부족하니 정보를 주실 수 있는 창구를 하나 개설해서 정보를 주셨으면 한다"라고 요청했다. 이에 동석했던 정재욱 MBC 법무실장은 "파이프라인이 있으면 필요한 정보가 뭉탱이로 가는데 하루에 몇 번 통화를 원하느냐"라면서 "제가 (정보창구)하겠다, 제가 제일 많이 안다"라고 답했다.

한편, 최 의원 측은 이 같은 청탁 요구 일부가 실제로 수용됐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 측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5년 2월 10일 '지도부 바꾼 여야, 선택은?'이란 제목으로 방송된 <100분 토론>에 패널로 출연했다.

또 "회동 이후인 2015년 박 대표가 '온라인편집장'으로 있던 <미디어워치>에 처음으로 방송문화진흥회의 광고(275만 원)가 게재되고 올해 1월에 <폴리뷰>와 <미디어워치> 두 곳에 방문진의 광고가 게재됐다"라며 "방문진의 도움이지만 '백 본부장의 고민'의 결과물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백 본부장도 2014년 11월 회동 당시 박 대표에게 "지난 번 (한 말이) 허언이 돼 버렸는데 조금 더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출연이야 한다손 치더라도 매체에 홍보는 될지언정 재정상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라면서 "사실은 실질적인 재정상의 도움이 돼야지 탄탄하게 나아가게 되는 것인데 그런 것들을 생각을 좀 더 해보면서 고민을 더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청탁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한겨레>는 <폴리뷰> 대표 박씨에게 취재를 요청했으나 박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MBC#노조탄압#최민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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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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