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흠 기자 =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가칭)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칭)이 통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지만, 앞으로 갈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달 2일 통합 창당대회를 마치면 일단 통합은 되겠지만 이후 공천룰 문제, 호남 의원 물갈이, 당 대표 선출, 당 정체성 설정 등 곳곳에 '갈등의 뇌관'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2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남 지역 다선 의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물갈이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호남 의원들의 국민의당 합류에 대해 "정치개혁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천정배 의원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최근 기득권 포기 및 당내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 것도 천 의원의 현역 물갈이론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금은 양측이 자제심을 발휘하고 있어 아직 충돌은 없지만 창당 이후 공천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면 결국 양측의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통합정당의 대표직도 논란의 요소 중 하나다.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전날 공개 회의석상에서 사실상 '안철수 대표론'을 제기했으나, 현역 의원 중에서는 '안철수 사당화(私黨化)' 우려를 제기하며 '천정배 역할론'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당측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표직 논의는 천 의원뿐만 아니라 정운찬 전 국무총리나 박주선 의원 등이 추가 영입될 경우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창당이 임박한 탓에 잠복해있는 인선 갈등이 창당후 당 조직의 체계를 잡아가면서 본격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도노선을 지향하는 안 의원과 진보 성향인 천 의원간 당 정체성을 놓고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양측은 '헌법적 가치와 민주개혁적 비전', '합리적인 중도·개혁 인사의 참여'로 원칙적인 절충점을 찾았지만 각론에서는 입장차가 드러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여기에 진보 성향이 더욱 뚜렷한 정동영 전 의원까지 통합될 경우 당내 정체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다.
총선 야권 연대를 둘러싼 입장차도 갈등의 불씨다.
안 의원은 "신당 참여시 3자구도를 각오해야 한다"고 하는 등 선거공학적 연대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지만 천 의원은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줘선 안 된다"며 수도권 중심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 원내대표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극히 제한적 부분에서는 연대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내 논란이 점화될 조짐이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양 측이 '구동존이(求同存異·공통점을 구하고 차이점은 존중한다는 의미)의 결정'을 내린 것은 호남지역에서의 민심이반을 막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절박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처럼 궁지에 몰려 내린 선택이 목표 달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려워보인다.
일단 더민주에 잔류한 호남 의원들은 기대와 달리 당장 움직일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민주 내 일부 호남 의원들이 탈당을 머뭇거리는 것이 천정배 의원의 합류에 따른 현역 물갈이에 대한 우려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탈당한 최재천 의원도 여전히 합류를 거부하고 있다.
최원식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최재천 의원은 통합이 완성되는 시점, 제가 보기에는 이번 주나… 그때는 본격적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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