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정착촌을 놓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
AP,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은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평화를 향한 진보를 위해 이스라엘 정착촌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기문 총장은 "반세기 점령에 따른 압박과 평화협상의 마비로 팔레스타인의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라며 "억압받은 민족들이 역사에서 보여주듯 점령에 대응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며, 이는 증오와 극단주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최근에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이스라엘인의 새로운 정착촌 건설을 승인하면서 370에이커(약 1.5㎢)의 땅을 압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강력한 우방인 미국도 비판에 나설 정도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사만다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강력히 반대한다"라며 "사태 해결에 부합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장기적 의도에 정당한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밝혔다.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에 불만을 품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테러 공격에 나섰고, 이스라엘군이 강경 대응하면서 유혈 충돌로 번져 최근 3개월간 이스라엘인 25명, 팔레스타인인 149명이 숨졌다.
반기문 총장은 "이스라엘이 정착촌 건설을 계속 강행하는 것은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국 모두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반기문 총장이 테러 조장" 비난반기문 총장의 정면 비판에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내고 "반기문 총장의 발언은 테러리즘을 조장한다"라며 "팔레스타인의 테러에 순풍을 불어주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유엔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립성과 도덕적 힘을 잃어버렸다"라며 "반기문 총장의 발언은 유엔의 이런 상황을 전혀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유엔과 대립각을 세웠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의 살인자들은 국가 건설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파괴하기를 원하고 있다"라며 "그들은 평화와 인권을 위해 살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967년 무력으로 요르단 서안지구를 점령한 이스라엘은 현재까지 135개 정착촌을 세워 이스라엘인 38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정착촌을 늘려가고 있다.
외신은 "반기문 총장의 강도 높은 비판은 이스라엘이 외교 무대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경고"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