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김종인 체제'가 시작됐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선대위원장과 비대위원장을 겸하면서 20대 총선을 지휘할 전권을 부여받은 셈이다.
'김종인 체제'로의 권한 집중은 이날 구성된 비대위 면면을 볼 때도 명확했다. 더민주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박영선·변재일·우윤근 의원과 이용섭 전 의원, 최근 당에 영입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등 총 7명으로 비대위를 구성했다. 변재일 의원만 제외하면 모두 선대위원을 겸하고 있다.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비대위원 선임 여부가 주목됐던 이종걸 원내대표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즉, 당 지도부 역할을 하게 될 선대위와 비대위 양대 기구의 의사결정구조가 모두 김 위원장에게 수렴되는 모양새다.
"신뢰받을 수 없는 사람, 올바른 정책 추진 못해"20대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의 전권을 쥐게 된 김 위원장의 첫 일성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날선 비판이었다.
그는 이날 중앙위 인사말에서 "비상체제라는 것 자체가 당이 어렵고 위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당만 어려운 게 아니라 야권과 정치권의 위기·민주주의의 위기·국가경제의 위기상황이다"라면서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여당은 일방적 진단과 독선으로 모든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 제대로 서지 못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위기가 도래했고 국가경제 또한 위기에 몰려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라면서 "국가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도 나아지는 포용 성장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9대 총·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창하고도 이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질타였다. 김 위원장은 야당의 정책능력 강화를 주장하면서 "정책과 사람은 같이 가야 한다, 신뢰받을 수 없는 사람이 올바른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라고도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쇄탈당으로 당이 붕괴할 것이라는 각종 언론의 전망은 이미 빗나가고 있다"라며 '승리에 대한 확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더디지만 지난 2주 간 하루에 1점씩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낙제점이라 하더라도 77일 남은 총선까지 하루 1점씩 전진하면 우리는 승리해 있을 것이다, 확신을 가지자, 단호한 결의와 행동만이 총선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중앙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아래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국민의당뿐 아니라 당내 일각에서도 지적되는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는 국보위 참여 전력 문제가 호남 민심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지금까지 국보위 뿐 아니라 어떤 결정을 해서 참여한 일에 대해 스스로 후회한 적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그 때 간단히 말해서 상당한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국보위가 성립된 과정에서 나타난 제반 상황에 대해서는 저 자신도 철저하게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저의 전문성 때문에 국보위에 참여하게 됐던 것인데 당시 광주 상황을 경험한 분들은 (국보위 참여 전력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신다"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광주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를 더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 해 보답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영선·우윤근·변재일·이용섭·표창원·김병관 비대위원 선임
한편, 김 위원장은 정책 능력과 지역적인 면을 살펴 비대위원을 선정했다고도 밝혔다.
박영선·우윤근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직을 수행한 바 있고 변재일 의원과 이용섭 전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활동한 점을 고려한 인선이란 설명이다. 그는 표창원 전 교수와 김병관 의장에 대해서는 "과거 정치가 집요하게 매달렸던 것과는 다른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이고 정책과 관련된 협의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충청권과 전북에 대한 안배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선대위 때와는 달리, 고른 지역적 안배도 눈에 띄었다. 일단 비대위원으로 선정된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서울(박영선)·충북(변재일)·전남(우윤근)·광주(이용섭)로 분류될 수 있다. 또 표 전 교수와 김 의장은 각각 경북 포항과 전북 정읍이 출생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역적으로 분산돼 있고 성향으로도 제가 보기엔 굉장히 중립적인 사람들"이라며 "비대위 발족으로 어려운 처지의 당을 보다 활력있게 끌고 가서 다가오는 4.13 총선에서 기필코 승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으로 선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원내대표를 빼놓고선 비대위가 원내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운영을 할 수 없다, 이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 때마다 항상 참석해 같이 의논할 것"이라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