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생물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에 놓인 생명들이다.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종을 보호하기 위해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을 지정하는 것이다. 특히 환경부에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멸종위기 생물은 심각한 위기 수준에 있는 종들이다.
이런 생물들 중 평생 한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 새가 있다. 바로 먹황새이다. 기록에 의하면 1968년 안동군 도산면 가송동에서 번식이 종료된 이후 번식기록은 없다. 가끔 한 마리씩 이동기나 겨울철에 발견되기만 했다. 2003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월동하는 것이 확인된 이후, 우리나라 유일한 월동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2009년 내성천에서 처음 먹황새의 월동이 확인되었고, 현재 함평과 내성천을 포함한 3개 지역에서 10개체 내외가 월동하는 것이 국내 먹황새 서식의 전부이다. 북한에 일부 번식개체가 있다는 소식이 있지만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먹황새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에 관심대상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제적으로도 보호가 필요한 종으로 지정한 먹황새가 우리나라에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년간 새를 본 필자 역시 한 번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종이다. 함평은 찾아가보지 못했고, 내성천에는 여러번 찾아갔지만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이런 먹황새가 천만 다행으로 올해 1마리가 찾아와 월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매년 1~3마리 정도가 2009년 이후 내성천에서 월동하고 있다. 문제는 내성천에 완공된 영주댐이다. 아직 담수가 되지 않았지만, 물이 채워진다면 내성천에서 먹황새가 갈 곳은 이제 없어질지 모른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영주댐 공사 이전에는 먹황새가 댐 상류에 주로 찾아왔었다"고 전하면서, "현재는 댐 하류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댐 하류로 이동한 이유는 영주댐을 건설하면서 상류 모래를 준설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한해 영주시가 내성천 바닥에서 긁어낸 모래양이 176만㎥에 이른다고 한다. 아주 낮은 수심에서 생활하며, 모래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물고기를 사냥하는 먹황새에게는 치명적이었을 게다.
수자원공사와 국토교통부는 영주댐 건설계획을 4대강 사업과 함께 강행했다.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논리지만, 제대로 된 논의나 토론 과정도 없었다. 4대강 사업의 광풍 속에 쾌속질주하듯 몰아붙여 진행한 사업이다. 이제 댐은 완공되었고, 담수만을 남겨 놓고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환경영향 등을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담수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담수가 되면 먹황새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아야 한다. 준설의 피해에서 도망치듯 하류로 쫓겨난 먹황새는 이제 새로운 월동지를 찾아야 한다. 수공은 영주댐에서 3만8000㎥의 모래가 유실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래가 유실된 내성천의 변화에 먹황새가 적응할 수 있을까.
먹황새가 멸종위기종이 된 이유는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영주댐이 담수되면 더 이상 옮겨갈 곳은 없다. 영주댐 하류에 모래가 유실되면 하천 자체가 변해 먹황새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 자명하다.
국내에 적게는 2곳 많게는 3곳밖에 되지 않는 먹황새 서식지 중 1곳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를 앞장서서 보호해야할 환경부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올해 영주댐 담수가 완료되면 먹황새는 내년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혹자들은 이런 생물논란에 대해 사람이 중요하지 그깟 새가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영주댐이 정말 사람을 위한 댐일까? 영주댐의 건설 타당성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사람이 먼저라는 발상은 천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먹황새의 멸종은 결국 인간의 멸종의 시작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내성천의 담수를 중단하고 모래가 흐르는 강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성천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래는 멸종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