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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금강사군첩 중 경포대 조선 후기의 묵객 김홍도는 동해 바다에 맞닿은 경포호수에 경포대를 그려넣어 자연과 하나되는 인간 삶을 화폭에 담았다.
김홍도의 금강사군첩 중 경포대조선 후기의 묵객 김홍도는 동해 바다에 맞닿은 경포호수에 경포대를 그려넣어 자연과 하나되는 인간 삶을 화폭에 담았다. ⓒ 저작권 소멸

경포호를 가운데 두고 산책로를 걷다보면 복원된 습지 반대편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누각과 정자들이 자리 잡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호수 주변에만 남아 있는 누정이 모두 12개. 경포대(鏡浦臺), 금란정(金蘭亭), 방해정(放海亭), 해운정(海雲亭), 활래정(活來亭), 경호정(鏡湖亭), 석란정(石蘭亭), 상영정(觴詠亭), 취영정(聚瀛亭), 호해정(湖海亭), 천하정(天河亭), 월파정(月波亭)이 그 이름들이다.

호수 주변으로 이토록 많은 누정이 세워지게 된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호수를 중심으로 대관령과 동해가 함께 만들어내는 절경을 한눈에 품고자함이었을 것이다. 현재 호수의 크기가 과거에 비해 2~3배 줄어들었음을 감안하면 누정을 지었을 당시에는 호수의 물이 누정을 떠받치는 주춧돌 아래까지 찰랑거렸을 것이다. 선조들은 이 절경 안으로 기꺼이 집을 짓고 들어가 스스로 피조물이 되어 호연지기를 기르고 풍류를 즐겼다.

누정을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

강릉 경포대 수백년 간 경포호수를 굽어보며 삶과 문화를 담고 있다.
강릉 경포대수백년 간 경포호수를 굽어보며 삶과 문화를 담고 있다. ⓒ 김현경

강릉 경포대 거울처럼 맑은 호수의 이름을 담은 경포대
강릉 경포대거울처럼 맑은 호수의 이름을 담은 경포대 ⓒ 김현경

'경포대는 산기슭 하나가 동쪽을 향해 우뚝한데, 축대는 그 산 위에 있다. 앞에 있는 호수는 주위가 20리이며, 물 깊이는 사람의 배꼽에 닿을 정도여서 작은 배가 다닐 수 있다. 동편에 강문교가 있고, 다리 너머에는 흰모래 둑이 겹겹이 막혀 있다. 호수는 바다와 통했고, 둑 너머에는 푸른 바다가 하늘에 이어진 듯하다.' - 택리지(擇里志), 산수승지 편

각각의 누정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사회상을 좀 더 엿볼 수 있다. 경포호 주변의 누정들은 가장 오래된 고려말 경포대(1326년)부터 가깝게는 월파정(1958년)까지 건립 시기가 다양하다.

고려말부터 조선 후기까지 건립된 경포대, 해운정, 활래정, 금란정 등은 주로 왕족이나 사대부가에서 풍류문화를 즐기거나 스승을 모시고 학문과 시문을 논하던 장소로 이용됐다. 이들 누정에는 아직도 당시에 써내려간 많은 시문들이 남아있는데, 절경을 앞에 두고 그저 여흥만을 누리지는 않았던 당시 사대부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금란반월계 모임 조선 초기 결성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계모임이 경포 금란정에서 열리고 있다
금란반월계 모임조선 초기 결성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계모임이 경포 금란정에서 열리고 있다 ⓒ 강릉시

이중 금란정은 현세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를 계속 더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선 초기(1466년) 강릉의 젊은 유학자들은 호불세력을 견제하고, 성리학적 질서를 지역 사회에 심기 위해 계모임인 금란반월계를 조직했다. 현재의 금란정은 이들 금란반월계원들이 이용하던 매학정을 1899년 이건해 세운 정자다. 금란반월계는 조선 왕조 500년을 거쳐 지금까지도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여전히 금란정을 거점 삼아 계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19세기말 이후부터 1950년대까지 세워진 취영정 등 7개의 누정은 금란반월계와 마찬가지로 모두 강릉 지역의 계모임이 주가 되어 건립됐다. 강릉의 계문화는 오래된 역사를 가진 만큼, 그 깊이와 관계망이 방대하다. 자연 풍경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니 강릉 사회에 들어오려면 계에 들어야 한다는 말이 지나친 것은 아닐 것이다. 

경포호수에 다다르면 이들 누정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포대는 물론, 보물로 지정된 해운정을 비롯해 많은 누정이 일반에 개방되어 있다. 호숫가 산책길에 이들 누정에 올라 바라보는 정경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경포의 볼거리가 될 것이다. 

강릉 금란정 수백년 이어오는 계모임 금란반월계의 본거지로 사용되고 있다.
강릉 금란정수백년 이어오는 계모임 금란반월계의 본거지로 사용되고 있다. ⓒ 김현경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강릉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기획하고 파랑달협동조합이 제작한 여행 책자 <다섯가지 테마로 즐기는 강릉여행, 2015>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강릉#경포#생태관광#금란반월계#파랑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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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이자, 지구인으로서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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