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도대체 사는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는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한 회사에서 이유도 모른 채 상사에게 깨지는 직장인이 그렇고,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통학 거리를 이동하는데도 지하철과 버스에서 내내 서 있어야 하는 대학생 그렇다.
이런 모습은 아주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우리는 종종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서 방황한다. 내가 하는 일이 그저 살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이렇게 살아서 앞으로 내가 뭘 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 삶에 대한 답을 찾으려다 찾지 못하는 일이 반복될 때, 우리는 서서히 마음에 병이 들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은 모두 웃으면서 연인, 가족, 친구와 함께 보내며 반짝이는 것 같은데, 내 주변에는 언제나 어두운 빛 바란 풍경에서 멈춰버린 것처럼 느낀다. 마음의 병은 그렇게 생긴다.
나는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본 적이 있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옆 사람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웃고 있는데, 나는 도대체 뭐가 재미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을 때 그렇다. 매일 착실히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해서 하나둘 실천하는 삶을 살아도 마치 어두운 무대에 홀로 서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책을 읽거나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다시 읽기도 하고, 괴롭게 느껴지는 시간이 싫어 피아노 연습을 하거나 게임을 한다. 오늘 2016년은 대학 복학을 앞두고 다시금 이런 고민이 시작되었는데, 나는 나처럼 '왜?'라는 질문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에게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들러 심리학은 한국에서 <미움받을 용기>이라는 책을 통해서 많이 알려졌지만, 아무리 좋은 생각과 의견이라도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 오늘 내가 소개할 책 <아들러 명언 200선>은 200개의 아들러 명언을 우리가 읽고, 필사를 해보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이다.
필사는 책이나 문서 따위를 베껴쓴다는 말로, 정리되지 않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정리하는 데에 상당히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내가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도 책을 읽으며 하게 된 여러 가지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하고, 나중에 다시 내가 책을 읽을 때 내가 어땠는지 알기 위해서다.
솔직히 나는 필사를 마음먹고 해보지 않았지만, 책 서평을 블로그에 남길 때마다 몇 번이나 책의 내용을 글로 옮긴 적이 있다. 이렇게 책을 읽은 후에 따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옮기는 일은 꽤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아들러 명언 200선>은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책이다.
<아들러 명언 200선>은 필사 노트를 겸하고 있어 책을 읽으면서 바로 필사가 가능하다. 내 주변에 샤프, 연필, 볼펜 등 필기를 할 수 있는 도구만 있으면 된다. 괜히 필사를 한다고 하여 멋지게 옮겨적으려고 하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한 문장, 한 문장씩 옮겨적으면 된다. 무조건 편하게 해야 한다.
나는 조금 다른 필사를 책을 읽으면서 하고 있다. 단순히 아들러 명언을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그 명언을 옮겨적으면서 나에게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장을 옮겨 적으면서 든 생각을 짧게 글로 옮기고 있다. 조금 귀찮은 일로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뜻밖에 쉽게 글을 쓸 수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살지 못한다.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는 말도 있고, 용기가 없어서 과감하게 하지 못하는 말도 있고, 내 마음이 어떤지 알지 못해서 하지 못하는 말도 있다. 책의 문장을 옮겨 적다 보면 그렇게 하지 못했던 말이 하나둘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다.
나는 그런 말을 필사를 하면서 함께 적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혼자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라 형식에 얽매일 필요 없어 쉽게 글이 적혔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매번 일정한 틀을 갖추려고 하지만, 이렇게 책의 여백에 적는 글은 순수하게 즉흥적으로 적는 자유로운 글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게 글을 적어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괜히 이렇게 책을 읽다가 오히려 마음이 복잡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편하게 아들러의 글을 옮겨 적다가 문득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적어보면 된다. 나는 그게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이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도대체 왜 사는지 모르겠다.'이라는 절망적인 답을 자신에게 하게 된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에 그치지 않고, 몇 번이고 계속 우리의 생각을 앗아간다면 잠시 하는 일을 멈출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짧은 시간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그 시간을 이용해서 <아들러 명언 200선> 같은 필사를 할 수 있는 책을 읽으면서 글을 써보는 일도 좋고, 그냥 하얀 A4용지 하나를 펼쳐서 당장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단어를 적어보자. 우리가 삶에 던지는 질문의 대답은 우리 속에 있기 마련이다.
혹시 <아들러의 명언 200선>을 읽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한 가지 당부의 말을 하고 싶다. 이 책은 꼭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다. 그냥 문득 생각날 때마다 책을 볼 수 있는 곳에 놓아두고, 아무런 페이지나 펼쳐서 문장을 옮겨 적어보는 거다. 그러면 좀 더 편하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
괜히 형식에 얽매이지 말자. 책을 꼭 1페이지부터 100페이지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그냥 관심이 가는 소제목이 있는 페이지부터 읽어도 된다. 전공 서적 혹은 소설이 아닌 이상, 어디서 읽더라도 순서를 지키지 않았다고 하여 책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