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하면서 향기로운 음료가 놓여 있고, 바로 앞에 1회용 종이컵이, 조금 떨어진 곳에 다회용 컵이 준비돼 있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어떤 컵을 사용할까? 그 대상이 우리 사회 대표적인 온라인 언론 매체인 <오마이뉴스> 상근 기자들이라면? 우연찮은 상황에서 이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30, 31일 세종시 홍익대 국제연수원에서는 환경운동연합과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이 공동으로 마련한 초록누리꾼 교육이 있었다. 전국 환경연합 활동가 및 임원 50여 명이 참석한 교육은 1박 2일 동안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강좌와 기사 쓰기 실습 및 평가 과정이 진행됐다.
1회용 종이컵과 다회용 컵 사용 실태 관찰은 저녁 식사 시간 30여 분 동안 진행했다. 행사 당일 국제연수원에서는 초록누리꾼 외에도 4 ~ 5팀의 다른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어서, 식사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여러 부류 사람들의 컵 사용 실태를 비교할 수 있었다.
대략 80여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1층 식당에는 배식대 바로 옆에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긴 복숭아 홍차가 준비돼 있었다. 후식용으로 마련된 복숭아 홍차는 국자로 떠서 마시게 해 놨는데, 바로 위에는 종이컵이, 뒤쪽 약 2m 떨어진 곳에는 스테인리스 다회용 컵이 있었다.
환경운동가들은 역시 종이컵 사용 비율이 낮았다. 이들은 1회용 제품 안 쓰기가 생활 속에 체화된 만큼 개인 컵이나 뒤쪽에 있는 다회용 컵을 주로 사용했다. 반면 일반 사람(주로 관찰 대상은 청소년)들은 대략 10명 중 7명(30명 중 21명) 꼴로 종이컵을 사용했다. 이는 그만큼 1회용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종이컵이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우리나라에서 2013년 한 해 약 116억 개의 종이컵이 생산됐다. 종이컵이 늘어날수록 폐기물 발생량이 증가해 그에 따른 처리 비용도 증가한다. 더욱이 1회용 종이컵 생산과정에서는 13만2천 톤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는데, 이를 상쇄하려면 매년 4,725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한다. 환경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 <오마이뉴스> 기자들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환경의식이 돋보였다. 이날 <오마이뉴스>는 10만인 클럽 김병기 본부장을 비롯해 상근 및 시민기자 4명이 강사로 참여했다. 이들도 식사를 마친 후 달달하고 상큼한 향을 풍기는 복숭아 홍차 앞으로 몰려들었다.
한 기자는 무심결에 종이컵을 뽑아 들었다가 순간 당황했다. 다른 기자들이 자연스럽게 뒤쪽에서 다회용 컵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서 말이다. 그는 무안했는지 종이컵을 슬며시 원래 통으로 밀어 넣고, 급히 가서 다회용 컵을 가져왔다. 조금 불편해도, 1회용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10만인 클럽 사무실을 방문해 본 이들은 안다. 기자 본인은 물론 방문객들에게도 항상 머그컵에 차를 내온다는 것을. 그만큼 일상생활에서도 환경을 고려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언론사에도 이들과 같은 인식과 실천이 확산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