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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정치계에 뛰어든 한 사람이 있다.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화성을)다. 한 지역구의 예비후보로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그를 언론과 각종 커뮤니티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물론 정치인이기 전에 유명인이었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특별한 정치적 역량을 보여준 것 또한 아니었다.

그를 주목한 이유는 외모, 또 나이. 예쁘고, 어리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기억했다, 정책이 아니라 외모로, 능력이 아니라 어린 나이로 회자됐다. 사람들은 그를 '얼짱'으로 또 '최연소'로 불렀다. 물론 그의 비키니 셀카를 기억하는 이는 많았어도, 그가 내건 공약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얼마 전엔 다분히 정치적인 일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특별한 정치적 역량을 보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지난 4일 자 <일요서울>과의 인터뷰 영상에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노동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화면 밖 누군가가 던진 말에 "예비후보이기 때문에 아직 의견을 밝힐 수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만 남긴 것이다.

이제 그는 공공연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그 비판 속에 정치의 자리는 없었다. 수천 명의 예비후보 중 한 명이 '노동법'에 대해서 대답 못 한 것치고는 그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가혹했다.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나이 어린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더 부각시키는 비난 형태가 이어지고 있던 것이다.

예뻐서 눈요깃거리가 된다?

 경기도 화성을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에 참석해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 화성을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에 참석해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처음 그가 주목받던 때부터 외모, 오직 그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했다. 웬만한 남초 커뮤니티 베스트 게시판에는 그의 선거용 포스터가 떡 하니 자리 잡았다. 댓글에는 그녀의 외모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어차피 뽑아도 일 안 하는데, 봐서 예쁘기라도 하면 좋지." "예뻐서 눈요깃거리는 되네'라는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의 SNS 속 사진들은 퍼져 나갔고, 그는 이제 비키니를 입은 예비후보로, 또 '얼짱' 예비후보로 불리기 시작했다. 언론사에서 '새누리당 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에 온 그의 사진을 찍은 사진을 보도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 후에는 '조은비의 실체'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SNS에 올라온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다르다는 것. "당의 이름에 걸맞게, 사진까지 조작한다"는 말은 차라리 다행이었다.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에 대한 헤럴드경제의 기사. 실제 남초 커뮤니티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에 대한 헤럴드경제의 기사. 실제 남초 커뮤니티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 헤럴드경제 캡처

문제의 영상으로 논란이 된 후에는, 더욱더 심한 말들이 그를 감쌌다. 그는 이제 '얼굴만 믿고 선거에 나온' 사람이 됐다. 입에 차마 담지 못할 비난이 가득했다. '노동법'에 대해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러한 비난을 정당화해줄 순 없을 것이다.

실은 이런 상황이 영 낯선 것은 또 아니었다. 나경원, 전여옥, 김재연, 이정희 같은 여성 정치인은 진영을 막론하고 뒤틀린 찬사나 비아냥을 견뎌내야 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것은 또 하나의 '본분 금메달' 경쟁 같은 것이었다. 여성이라면 모두 예뻐야 한다. 그 직업이 무엇이든! 그가 남성이었다면 이런 종류의 비난을 받을 필요가 없었을 터이다.

어려서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가 젊다는 것, 다른 후보들에 비해 어리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이 역시 비난과 동시에 찬사의 대상이 됐다. 누군가는 그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기존의 기록을 깨고 최연소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벌써 국회의원 후보에 나서는데,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식의 한탄을 했다.

그러나 영상이 퍼진 이후로는 "여기가 무슨 놀이터인 줄 아냐"식의 비난이 이어졌다. 단지 어린 나이에 예비후보가 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가 꺼내 든 의제인 '청년세대의 문제'는 순식간에 누리꾼들의 놀이도구로 전락했다. '반장선거'에 나오냐는 비난, '젖비린내 난다'는 모욕까지.

어떤 이들은 그가 특별한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 단정했다. 심지어 '허수아비' 혹은 '꼭두각시'라고까지 불렸다. 그가 실제로 정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따위는 고려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그는 나이를 이유로 끊임없이 대상화, 타자화되었고, 또 멸시받아야 했다. 명백한 연소자 혐오였다.

조은비 예비후보가 중년의 정치인이었대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실은 '어린 이'들에게는 매우 흔한 광경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쯔위에게 벌어진 대만 국기 논란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쯔위가 정치적인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유는? 쯔위가 어리기 때문이었다.

한 명의 정치인, 두 개의 혐오

 경기도 화성을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에 참석해 예비후보의 멘토로 나선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을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에 참석해 예비후보의 멘토로 나선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여성혐오와 연소자 혐오. 한 정치인의 출마를 두고, 서로 다른 두 개의 혐오가 얼굴을 드러냈다. 꽤 의미심장한 일이다. 한국사회의 아픈 단면이, 한 '젊은 여성'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자 보다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이렇듯 여성의 정치와 어린 이의 정치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다른 당의 후보였으면 달랐을까. 아니다. '나이 많은 남성'의 정치가 표준인 곳에서는 그저 반응의 진영만 달라질 뿐이다.

평균연령 55세, 남성 비율 84.7%의 국회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어떻게 편향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젊은 여성의 정치가 어려운 이유는, 동시에 젊은 여성의 정치가 더욱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젊은 여성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나이 많은 남성'의 정치가 표준인 대한민국의 국회. 이곳에서 그들이 당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출마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국회가 정치의 동의어가 될 수는 없지만, 젊은 여성 정치인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 정치인이 '젊은, 여성의 정치'를 할 수 있을 때, 그때가 비로소 조금 더 평등한 세상이 되는 날일 것이다. 그들을 비판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조은비 예비후보가 노동법 개정에 대해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는 것, 당연히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성별, 외모, 나이가 그를 공격할 도구나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외모 때문에, 여성이어서, 어려서 더 심한 비난을 받을 이유 역시 없다.

덧붙이는 글

1. 조은비 예비후보는 지난 12일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법에 대한 본인 생각을 말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해명했다. (관련 기사: 조은비가 말한, '노동법' 입장 유보했던 이유)

2. 위 글에 나오는 인용과 댓글은 모두 실제 있었던 것들을 편집, 완화해 가져온 것이다. 놀랍게도.


#조은비#총선#새누리당#용혜인#김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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