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부산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지역 내 개성공단 입주 업체가 입은 일차적 피해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피해까지 더해진다면 지역 경제에 끼칠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가 부랴부랴 마련한 대책이 마땅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내려진 이후인 지난 12일부터 개성공단 기업 긴급지원을 위한 상황대책반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던 부산 지역 기업은 모두 5곳으로 상황대책반은 이들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을 맡고 있다.
일단은 긴급 운영자금 지원이나 지방세 납기 연장 등의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끈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그대로 두고 온 생산설비와 제품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지원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협력업체들의 손실과 기업의 대외 신뢰도 하락, 거래처 단절 등은 집계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다.
시장 공약 등 핵심 추진 사업 줄줄이 차질 불가피
북한과의 뱃길을 열겠다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핵심 공약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러시아 하산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북한 나진항까지 연장하고, 이를 통해 들어오는 대륙의 물동량을 부산항으로 실어 나른다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부산시의 꿈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부산시는 지난해 전국 지방자체단체 최초로 북한이 러시아와 만든 합작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사업 추진에 공을 들여왔다. 서 시장 역시 취임 이후 주요 성과 중 하나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꼽을 만큼 애정을 쏟았다. 북-러 합작회사의 부산 지사 설립을 추진했고, 시청엔 남북경제협력팀까지 만들어졌다.
이러한 부산시의 장밋빛 희망은 지금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부가 대북 제재의 방편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 잠정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산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로써는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러시아를 거쳐 유럽과 통하겠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나 북방 물류 루트 확보와 같은 연계 사업 전망도 좋지 않다. 부산시 남북경제협력팀 관계자는 "대외정세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면서 "중앙정부와 연계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지금은 정부 결정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역 시민단체 "남북관계 파탄 멈춰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남북 긴장 관계 고조를 크게 우려하며 개성공단 폐쇄 조치 철회를 주문하고 있다. 15일 오전에는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 50여 개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단체들은 "군부대가 있던 자리에 협력과 교류의 산물이 들어섬으로써 남북 평화의 상징이 되었던 개성공단이 남북 간 대결의 각축장으로 바뀌어서는 결코 안 된다"면서 "정부는 즉각 개성공단 재개에 나서고, 군사적 위기를 조장하는 행위를 일체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미진 우리겨레하나되기부산운동본부 운영위원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은 더는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선포한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북정책 실패를 깨끗이 인정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모든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부산본부(6·15부산본부)는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100인의 평화선언 발표 준비에 들어갔다. 6·15부산본부는 오는 3월 4일 평화선언 대회를 열고, 토론회와 시내 현수막 게시, 유인물 배포 등의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