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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아래 경실련)이 주최하는 '박근혜 정부 3년 평가 토론회'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20호에서 열렸다. 정부의 한 해 실적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매년 개최하는 경실련은 "끝없는 불통, 외면당한 민생,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로 '국정운영', '경제·민생', '복지' 세 분야로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다. 토론은 2시부터 시작해 3시간 남짓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사회를 맡은 양혁승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발제를 맡은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토론에 김광식 21세기한국연구소 소장,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 서순탁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생과 복지 담론을 선점하며 당선되었던 박근혜 정부의 지난 3년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박근혜 정부 키워드는 '독선과 권위주의'

 2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20호
2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20호 ⓒ 박세호

국정운영과 소통에 관련하여 토론 참가자들은 독선과 권위주의를 현 정부의 키워드로 꼽았다. 국정운영 분야에 대한 발제를 맡은 채원호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며 경실련의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하여 이를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무수행 능력에 대하여 부정적 평가(잘못했다+매우 잘못했다)가 80%에 달했으며, 부정적 평가의 이유로는 ①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나 리더십 부족(63%), ② 국민과의 소통부족/권위주의적 행태(45%), ③ 낡은 사고와 구시대적 상황인식(41%) 등이 주를 이뤘다(중복 답변 허용).

이러한 결과가 나온 점에 대해 채원호 교수는 대통령 1인 중심의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과 회전문 인사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또한 국정 철학이 '희망의 새 시대'와 같이 모호하며 그에 따라 공약 추진 역시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김광식 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유신 세력을 적극 기용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과거 권위주의가 재등장했다고 규정했다. 경제정책도 재벌과 수출 중심의 70년대식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으며, 통일 정책 역시 개성공단 폐쇄 등 냉전적 통일 정책으로 회귀했다고 평했다.

성한용 기자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어린 시절부터 퍼스트레이디, 국모 역할을 했던 성장 환경으로 인해 '나는 무조건 옳다'는 아집과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관련 국회 연설에 대해 국내 정치에 주로 사용하던 독선적 강경책을 외교 무대로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지금은 "기업만 잘 사는 나라"

 발제 중인 채원호 교수
발제 중인 채원호 교수 ⓒ 박세호

경제, 민생 분야 발제를 맡은 전성인 교수는 박근혜 정부 3년간 경제와 민생이 사실상 퇴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전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수출 주도로 성장하고 건설 경기로 내수를 진작한다는 과거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으며 자산 보유계층에 대한 혜택만을 확대하는 것은 창조경제와 상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거시경제 정책이 난조를 거듭하고 있다며 특히 환율에 대한 집착으로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친 것을 질타했다. 공약 역시 일부 공약은 이행했으나 경제민주화 및 소비자 보호 관련 공약은 지지부진하다고 꼬집었다.

노동 분야에 대한 토론에서 김혜진 교수는 정부가 애초에 제시한 늘지오(일자리 늘리기, 지키기, 삶의 질 올리기) 공약을 소개하며 일부 공약을 실천했으나 논란과 갈등이 남아있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성장 위주의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 친기업적 해석으로 일관하는 점, 민주적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 했다는 점들을 환기했다. 이에 대해 단순히 고용률수치를 달성하려는 목표가 아니라 고용시장에 대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며, 노조 인정과 노사관계 안정이 사회적 대타협을 가능하게 한다는 인식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김호균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프레임'에 여전히 갇혀 있음을 지적했다. 최근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한국경제를 마침내 파멸시킬 "마지막 일격"이라고 강하게 충고했다.

기업만이 잘 사는 나라가 아닌 '모든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 경제의 균형 잡힌 성장과 경제 정의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조항들을 소개했다.

또한 서순탁 교수는 급증한 부동산 가격과 월세화 현상을 지적하며 주거세입자의 주거 불안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정성을 해소할 대책을 촉구했다.

과거에 갇힌 대통령

 발제 중인 전성인 교수
발제 중인 전성인 교수 ⓒ 박세호

정창률 교수는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며 복지를 정치쟁점화 하는 정부에 의해 불필요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자체에 복지 부담을 떠넘기는 것과 지자체 복지사업에 인위적 제한을 두는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실험적 복지정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복지정책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개별 복지 공약들의 경우 공무원 연금 개혁의 성과를 과하게 부풀리거나, 원래 진행되고 있었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로의 전환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등 '포장하기'에 급급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특수 질환을 제외한 전반적인 의료비 부담도 개선되지 않았다. 김진현 교수는 정부가 3대 비급여 통제에 실패함에 따라 의료보장성의 확대가 미미하다고 평가하며 80%대에 달하는 선진국들의 보장률에 비해 우리나라는 62%에 머무른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부처 고위직에 정책 이해당사자에 해당하는 의료계 인사들을 이례적으로 등용한 점을 지적했다.

"2015년이니까요."

얼마 전 취임한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내각을 남녀 동수로 구성한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답한 말로 한 때 화제가 되었다. 시대가 발전한 만큼 구구절절한 이유를 부연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다는 말이다.

토론회 내내 가장 자주 거론된 말은 시대착오, 구시대적이라는 표현이었다. 엄혹했던 과거 권위주의 정부를 연상케 하는 독선적 행보나, 개발독재 시절의 수출 주도 성장의 환상에 갇혀 있는 현 정부는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낙제점을 받았다. 임기 후반부로 접어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에는 부디 2016년을 사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경실련#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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