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이미 한 몸,봄이면 어떻고 겨울이면 또 어떤가- 이상옥의 디카시 <지리산 둘레길에서>얼마전 지리산 둘레길을 찾았다. 정비 기간이라 제대로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천천히 길을 걸으며 사유하는 것만큼 보람 있는 것도 드물다. 나는 최근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최근 내 페북에 이렇게 썼다.
"어느새 나도 디지털노마드로 살아갈 운명이다. 지금은 마산 고속버스터미널, 스마트폰은 항상 충전을 요한다. 서울에서 오늘 저녁 열리는 한중 100인포럼 참석 차 가는 길이다. 이달 26일 중국 정주로 출국한다. 중국 한국을 오가는 디지털노마드... 올 2월말 그동안 재직하던 창신대를 떠나 중국 하남성 정주경공업대학교 한국어과로 옮긴다."
나이 60에 디지털노마드로 새로운 길을 나선다. 60이면 이순(耳順)이라 듣는 대로 다 이해되는 나이가 됐다. 공자는 60에 귀가 순해져서 남의 말을 들으면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할 수 있게 됐다지만 범인들이야 어찌 그렇겠는가. 나이 60이 되어도 여전히 나의 귀는 거칠기만 하다. 이런 심경을 담아 최근 아래 졸시 한 편 써서 어느 문예지 올 봄호에 발표하기로 했다.
"공자가 아닌/ 나도 어느새 60세/ 귀가 더 밝아져/ 들리지 않던/ 온갖 잡음, 소음까지/ 다 들린다"(졸시 <耳順> 전문)그렇더라도 나도 60이 됐으니 뭔가 생각을 좀 달리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 본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난 할머니는 초연하신 것 같았다. 생과 사를 이미 초탈하신 듯한 것으로 보였다. 영감님 무덤가인지, 굽은 허리를 하시고 뭔가를 손질하고 계셨다.
'이승이면 어떻고 저승이면 어떻겠는가' 하고 초연히 생의 본분을 다하고 계시는 것 같은 할머니가 곧 엄정한 말씀으로 읽혀졌다. 중국이면 어떻고 한국이면 어떻겠는가. 그곳 그 자리에서 내게 맡겨진 일을 할머니처럼 묵묵하게 해나가면 될 것이다.
새봄이 오고 있다. 이제까지 지속해온 이 연재를 중국 정주에서 계속하기로 한다. 디지털노마드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중국 대륙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여기 생생하게 새로운 각오로 연재할 것이다.
다음 연재 기사부터는 정주에서 올리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