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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풍경.
교실풍경. ⓒ pixabay

'안녕'하세요? 흔하게 던지는 인사말이지만 그 의미를 되물어 보면 쉽게 대답하기 힘듭니다. 안녕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사는 2016년의 하루는 정말 안녕할 수 있을까요? 헬조선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현재의 한국에서 안녕히 지내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제가 여러분에게 '안녕'을 묻는 이유는 저 역시 안녕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는 '기간제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몇 개월 전,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이 출간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책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309동 1201호라는 닉네임으로 연재되었던 글을 출판한 책입니다. 그 책에서는 지방대에서 시간강사를 하는 저자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잘 다루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글을 읽었습니다. 누구보다 공감이 되는 입장에서 읽었습니다. 위에도 밝혔듯이 저 역시 계약직(기간제)이자 가르치는 사람(교사)으로서 살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3년부터 기간제 교사를 시작하여 작년도 1학기까지 근무했습니다. 어느새 경력이 10년도 넘었습니다. 비록 학기 중에 계약이 끊긴 적도 많아 학교에서 인정해주는 경력은 7년이긴 합니다. 사립학교보다는 주로 공립학교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지금까지 보도되었던 기사들에서는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의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공립학교도 별로 다르지는 않습니다.

기간제 교사에게 가장 잔인한 1월 그리고 2월

보통 새해가 시작하면 많은 분들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다짐을 하고 계획을 짜곤 합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들에게 1~2월은 가장 잔인한 달입니다.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장 1년이 계약 기간인 기간제 교사들에게 1~2월은 취업 시즌입니다.

2월은 학교에서 업무분장(1년마다 교사가 맡을 업무를 정하는 일)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공립 학교는 보통 5년을 기준으로 전근을 합니다. 학교에서는 전근을 가고 오는 교사와 신규발령 받는 교사에 따라 업무를 새로 나눕니다.

학교에서 필요한 교사의 인원은 교육청에서 배정을 합니다. 매년 학생수가 줄어들꺼라 미리 예상하는 교육청에서는 퇴직하는 교사의 인원에 비해 신규 교사를 훨씬 적게 뽑습니다. 그래서 학교에는 필요한 교사의 인원이 모두 배정받지 못합니다.

이럴 경우, '미발령'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미발령이 난 인원에 따라 기간제 교사를 뽑습니다. 물론 미발령일 경우에만 기간제 교사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교사가 휴가를 내거나 휴직을 할 경우에도 기간제 교사가 필요합니다. 정교사의 휴가나 휴직일 경우 학기 중에도 사람을 뽑긴 합니다. 가장 많은 인원을 2월에 뽑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들은 심란한 한 달을 보내야 합니다.

수백 명의 지원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교육청에 공고를 냈던 학교들이 하루만에 공고를 마감하는 경우도 많고 이메일을 보내도 담당 학교에서 확인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서울시의 경우, 몇 년 전부터 교육청 메일을 사용하는 채용담당자들이 많은데 이메일 확인을 해도 확인 여부를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아 많은 지원자들에게 원망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간신히 면접을 보게 된다고 해도 합격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보통 학교에서는 면접대상자를 3배수 이상으로 뽑기 때문에 떨어질 확률이 더 높습니다. 사립학교의 경우, 면접대상자를 3배수도 훨씬 넘게 뽑는 경우도 많아서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기간제 교사들은 백 통 이상의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통과하여 합격이 되기 전까지 초조한 시간을 보내야만 합니다. 지원서를 아무리 많이 썼다고 해도 어느 정도 경력이 되는 저와 같은 사람들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저처럼 국어를 전공한 사람들은 더욱 심합니다. 국어국문과는 대부분의 대학에 있을뿐더러 그 중에서 상위 10%에게는 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설사 그 인원에 포함이 되지 않아서 교사자격증을 따지 못했다면 교육대학원에 입학해도 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어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전국민의 절반 정도가 국어교사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으리라는 농담도 합니다.

2월,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 합니다

취업이 어려운 분들이 많지만 기간제 교사들처럼 매해마다 취업을 해야 하는 직종이 또 있을까요? 기간제 교사로서의 어려움은 많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해마다 취업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점입니다. 해마다 그런 일들을 겪어야 하는 현실이 좌절스러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2월입니다. 저의 좌절과는 상관없이 저는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 합니다. 매해 겪었던 그 경쟁들을 다시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간제 교사가 아니라 시간강사를 지원했지만 절차는 똑같습니다. 2월이 지나도 취업을 하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감과 심란함이 교차합니다. 과연 제가 3월에 다시 학교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될까요?

앞으로 저의 편지를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전국에 있는 기간제 교사들의 고민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기간제교사#중등기간제#공립학교기간제교사#기간제교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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