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오동도 상가 앞 바다 밑은 불가사리 천국이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부터 한국해양구조협회 여수구조대 회원들이 오동도 상가 앞 바다 밑에서 수중정화 작업을 펼쳤다. 유람선 선착장 잔교 시설과 구조물 사이에 붙어 있는 패류들이 많아 인근 바다 밑은 불가사리들이 집단서식하는 곳이다.
바깥 기온 0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입수 준비에 바쁜 15년 잠수 경력의 박춘탁(50, 수산업)씨의 얘기다.
"오늘 바다 수온은 10도 정도 되는데요, 평소에도 수중 활동을 하니까 춥긴 하지만 숙달은 됐습니다. 천적이 없으니까 제때 제대로 수거하지 않으면 해양바다 자원들이 고갈되는 원인이 됩니다. 한 달에 저희가 두 차례씩 꾸준히 여수 연안에서 정화작업을 해오면서 바다 밑 모니터링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바다 밑 상황은 안 좋아지거든요. 밖에서 본 것과 달리 바다 밑은 정말 심각합니다." 천적 없어 '바다의 무법자'로 불리는 불가사리
이날 겨울용 특수 잠수복을 착용한 10여 명의 여수구조대원들이 두 시간여 동안 바다 밑에서 건져낸 불가사리는 500kg 남짓. 잠수경력 5년의 유성창(30) 구조대원은 불가사리 그물망을 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겨울 작업은 쉽지가 않거든요. 여수구조대 60명 대원이 있지만 몇 명만이 겨울입수를 하죠. 한번 입수하면 들고 나면서 40~50분씩 작업을 합니다. 불가사리는 직접 잡아내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퇴치 방법이거든요. 20kg 그물망에 5분 정도만 작업하면 가득 찰 정도로 여긴 많습니다. 불가사리가 있는 곳을 보면 조개가 다 죽고 껍질만 나뒹굽니다. 완전 폐허죠." 불가사리는 소라까지를 포함한 각종 조개류는 물론 해삼, 멍게에 해조류도 먹어치우는 잡식성이다. 먹는 양도 많아 바다 생물을 싹쓸이하는 포식자다. 천적이 없어 어부들에게 불가사리는 '바다의 무법자'라 불린다.
최근 곳곳에서 '바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백화 현상'이 나타나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 "불가사리를 방치하게 되면 바다 사막화 면적은 더 늘어날 거"라고 여수구조대 박근호(50) 대장은 우려한다.
"그동안 여수환경운동연합에서의 활동까지 포함하면 10여 년간 자원봉사로 수중바다 정화작업을 꾸준히 해 오고 있습니다. 갈수록 바다 밑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요. 포인트를 정해놓고 작업하면서 10여 년간 모니터를 해오니까 나빠지는 상황을 저희는 다 알죠. 지방자치단체나 수산기관들이 퇴치에 앞장서야 합니다. 저희가 보기엔 정부나 기관 자치단체에서 심각성을 못 느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건 특정 지역만의 상황이 아니거든요. 전국의 바다 밑이 다 마찬가집니다. 특히 항구, 내항, 도심의 연안, 이런 바다 밑은 다 죽어 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화작업 후 잡은 불가사리는 퇴비로 쓰인다
이날 자원봉사자와 대원 가족들은 정화작업에서 건져 올린 불가사리를 땅바닥에 펼쳐 글자와 그림을 그리는 행사도 했다. 불가사리의 폐해를 알리고자 오동도를 찾은 관광객들도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 행사 후 불가사리는 퇴비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박근호 대장의 얘기다.
"늘 불가사리를 잡으면 처분하기가 어려웠는데요. 이제는 농사짓는 한 분이 행사 때마다 가져가기로 해서 한시름 덜었습니다. 고추, 호박, 과수 나무... 이런 데 퇴비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염분인데, 그분 얘기로는 민물로 간단히 씻어서 말린 후에 퇴비로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잡식성이라 퇴비 효과는 좋은가 봐요."여수구조대는 불가사리 폐해와 바다 밑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매월 수중정화 작업을 펼쳐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