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대학 복학을 앞두고 있다. 대학 복학을 앞두고 인간관계부터 시작해서 등교 거리와 시간, 등록금 문제 등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공부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이다. 점수가 높아야 장학금도 나오고, 내년에 교환학생 신청도 할 수 있다.
대학 시험은 창의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시험도 있지만, 대체로 수업에 사용한 교재와 프린트물 같은 곳에서 일부를 암기해서 치는 시험이 많다. 중·고등학교 때 시달린 암기를 대학교에서도 겪어야 하는 것. 개인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공부를 하면 조금 더 잘 외우고,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여 '시험에 나올 부분'을 정리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런 비법이 있다면, 대학 복학을 앞두고 꼭 터득하고 싶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면 공부를 잘한다고 하지만,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해도 학교 시험은 항상 어중간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딱 이런 고민을 하는 찰나에 나는 너무 매력적인 책을 만났다. 그 책은 <3색 볼펜 읽기 공부법>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책이 발행된 일본 저자 사이토 다카시의 책이었다. 언제나 책을 읽으면서도 샤프로 자주 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남발하여 붙이기도 했기에 책은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사이토 다카시는 우리가 책을 잘 읽기 위해서 3색 볼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빨강, 파랑, 초록색 세 개의 심이 들어가 있는 볼펜으로 줄을 그으면서 책을 읽으면, 핵심에 다가갈 수 있는 책 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 부분은 공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가 주장하는 3색 볼펜의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 파란색 줄은 '대체로 중요한 곳'에 긋는다. 객관적인 요약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다.
* 빨간색 줄은 '매우 중요한 곳'에 긋는다. 해당 문장을 요약하는 데 빠뜨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곳이다. 키워드에는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도 좋다.
* 초록색 줄은 '일반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낀 곳'에 긋는다.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읽으면서 줄을 긋기도 하지만, 볼펜으로 줄을 긋는 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왜냐하면, 색깔이 있는 포스트잇을 붙여서 표시할 수 있고, 책의 여백에 샤프로 글을 쓰거나 괄호로 체크를 해두는 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3색 볼펜으로 줄긋기를 하라니!
처음에는 책을 지나치게 더럽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3색 볼펜 줄긋기 효과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확실히 책을 읽을 때 줄을 긋거나 괄호로 표시를 해두면, 나중에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일색인 줄에 3색으로 중요한 곳, 매우 중요한 곳, 개인적인 곳을 분류하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소설, 에세이, 인문학 등 어떤 책을 읽더라도 우리는 중간에 생각하게 되는 포인트가 있다. 잠시 멈춰서 '이 문장은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 '이 부분은 중요해!'라고 생각하는 부분, '다시 읽을 때 이 부분만 읽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으로 아마 나누어질 것이다.
그 부분마다 3색 볼펜을 이용해서 자신이 마음에 든 부분은 초록색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파란색으로, 주제가 정리되어 있어 나중에 이 부분만 읽어도 되는 부분은 빨간색으로 줄을 긋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책을 다시 읽어보면서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쉽게 읽을 수 있게 된다.
'빨간색 줄은 객관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에 긋는데, 단순히 요약 정리가 잘된 문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긋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또 각 절 마지막에 요약된 문장 하나에만 빨간색 줄을 긋는 버릇을 들이면 글의 생명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 요지가 간결하게 서술된 문장에 빨간색 줄을 긋는 방법이 물론 틀리지는 않다. 그러나 약간 욕심을 부리자면, 가장 중요한 곳 중에서도 필자의 독특한 표현이 힘 있게 담긴 부분에 빨간색 줄을 긋는 것이 최선이다. 읽었을 때 뭔가 번뜩이는 게 느껴지는 부분 말이다.' (본문 122)<3색 볼펜 읽기 공부법> 책에는 이렇게 저자가 직접 어떻게 줄을 긋는지, 책을 읽는 독자가 바로 직접 줄긋기를 통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있다. 저자는 3색 볼펜을 활용한 책 읽기는 공부에도 큰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논술과 토론 수업에서 말이다.
넓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암기를 해야 하는 과목에서도 3색 볼펜 읽기를 충분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수업 내용을 전부 바보처럼 달달 외우는 것보다 대체로 중요한 부분을 파란색으로, 정말 중요한 부분을 빨간색으로 구분해놓은 뒤에 핵심만 외워두면 더 쉽게 암기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
아마 수능 시험을 대비해서 열심히 공부한 시절을 돌아보면, 형광펜과 색 볼펜을 이용해서 열심히 필기하거나 요점 노트를 만들었던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심지어 선생님도 필기하라고 말씀하실 때 '여기는 무슨 색으로 써라'고 종종 말씀하시는 데, 그 부분이 중요 체크 포인트인 것이다.
내가 대학에 복학해서 듣게 될 대학 수업도 수능 시험 때 들은 강의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일본어 수업은 언제나 그렇듯이 암기 과목이고, 교양 과목으로 들을지도 모르는 인문학 수업과 현대 사회에 대한 수업 또한 암기를 바탕으로 한 이해력이 필요한 부분이니까.
실제로 논술을 쓸 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유용하다. 우선 '문장의 주제는 ……이며, 그것에 관해 자신은 ……라고 생각한다'라는 점을 써본다. 그것을 기본으로 다음에는 초록색 줄을 그은 부분을 찾아 자신만의 독착성을 더한다. 이것은 다시 말해 제시문에 빨간색 줄을 제대로 그었고, 자기 나름대로 초록색 줄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면 일정 수준은 넘는 문장을 썼다는 뜻이다. (본문 170)논술을 잘 쓰는 방법은 특별할 것 없다. 평소에 읽고 지나치기 쉬운 세부적인 부분을 놓치지 말고 잘 보는 거다. 평소에 초록색 줄을 긋거나 키워드에 초록색으로 동그라미를 치면 글쓰기를 위한 여러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평을 잘하는 요령도 이와 같다. 오히려 줄거리에서 약간 벗어난 이야기를 하는 데 주목해보라. 결론에 해당하는 내용만 가지고 풀어나가다보면 결국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글을 쓸 때는 반드시 자신만의 '엣지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논쟁이나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는 지루한 문장, 즉 죽은 글이 될 수 있다. (본문 172)<3색 볼펜 읽기 공부법>을 읽으면서 3색 볼펜 읽기 공부법에 그치지 않고, 블로그를 하면서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될 이야기도 읽을 수 있었다. 논술과 비평에 관한 이야기는 확실히 지금 내가 참고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나는 죽은 글만 쓰는 죽은 저자는 되고 싶지 않으니까.(웃음)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어떤 문장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서 배우거나 이해하는 과정을 뜻한다. 3색 볼펜 줄긋기 방법은 우리가 책의 저자가 문장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내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무엇을 인상 깊게 읽었는지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자연히 이해력이 좋아지는 것이다.
책을 더럽히는 것 같아 3색 볼펜으로 줄긋기가 불편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지금 글을 쓰는 나만 하더라도 평소 색 볼펜과 형광펜으로 줄긋기를 한 것은 교재뿐이었지, 소설과 에세이 혹은 지금 당장 손에 들고 있는 책에서 한 적이 없었다. 책은 포스트잇을 붙이고, 샤프로 작게 생각을 적는 게 전부다.
사이토 다카시는 자기 책에 줄을 긋지 않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독서 모임에 참가하는 학생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3색 볼펜 줄긋기가 도저히 어렵다면, 적어도 샤프 한 자루로 '마음에 드는 문장'은 줄을 긋고, 포스트잇으로 중요한 표시를 하는 건 어떨까?
볼펜과 달리 샤프는 종이 색과 잘 맞는 경우가 있어 그렇게 더러워 보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색이 바라면서 '내가 여기에 왜 줄을 그어놓았지?'라며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 포스트잇 또한 붙여두고, 작은 여백에 표시를 해두는 것으로 3색 볼펜 중 하나의 색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읽으며 대체로 중요한 부분에는 포스트잇을 붙여서 별 3개, 정말 중요한 부분에는 포스트잇을 붙여서 별 5개를 그려놓는다. 저자가 말하는 주관적인 문장에는 별 없이 포스트잇만 붙여 놓고, 샤프로 줄을 긋거나 괄호를 쳐놓는다. 그리고 이것을 나중에 글을 쓸 때 참고하고 있다.
저자가 말한 대로 3색 볼펜이 가장 좋을 수도 있지만, 조금 방향을 다르게 하여 자신에게 맞는 법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저자가 말한 방식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대학에서 듣는 수업만이 아니라 어디에서 확실히 알아야 하는 보고서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암기할 수 있을 테니까.
여전히 줄긋기가 두려운 사람, 책 읽기에서 시험 준비까지 좀 더 확실히 이해하고 암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 <3색 볼펜 읽기 공부법>을 소개해주고 싶다. 글을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글을 짧게 남긴다. 이 부분은 내가 별 3개로 대체로 중요한 부분으로 표시한 부분이다.
'줄을 긋지 않고 읽으면 나중에 다시 그 책을 펼쳐보더라도 하나의 배경으로만 보일 뿐이다. 좀처럼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내용을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힘들게 책을 읽었지만 그 의미는 모래알처럼 빠져나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반면, 줄을 그은 곳에는 몇 년이 지나도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과 희열, 재미가 각인되어 있다, 원래 손때 묻은 것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가슴에 새긴다'는 말처럼 그러한 마음으로 책에 줄을 새길 수 있다면, 독서는 그야말로 인생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본문 221)'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