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청자 시각에서 SK텔레콤(SKT)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논란을 살펴보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들은 이번 인수합병이 지역방송의 고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지역언론학회(회장 장호순)는 23일 오후 3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이전과는 다른 시각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SKT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논란을 '지역시청자 권익'을 주제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양사의 입수합병을 놓고 시장 효율성과 독과점 여부를 주제로 많은 찬반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지역 시청자와 지역사회를 관점으로 한 토론회는 거의 없었다. 인수합병을 하는 두 재벌기업 또한 지역 시청자의 의견은 묻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이날 토론회는 양사의 합병이 지역 시청자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를 따져보는 자리라 할 만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토론회 참석자 대부분이 지역 시청자에게 악역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이블 TV는 지역 여론 형성 이바지할 마지막 보루"주제발표를 맡은 교수들은 케이블 TV의 주된 특징으로 '지역 밀착형'을 꼽았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종합유선방송 채널 편성과 지역시청자 권리'라는 주제 발표에서 "케이블TV는 유료방송으로서는 유일한 지역 매체로 지역사회의 정보 전달과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평했다.
그는 "케이블 TV는 지역의 유권자들이 기초의원들의 공약이나 지역 국회의원들의 방송토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며 "만약 케이블TV마저 사라진다면 지역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지역민들이 방송 매체를 통해 직접 접할 방법은 없다"며 이 같이 단언했다.
김미경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종합유선방송의 지역 채널 현황과 문제점'이란 주제 발표에서 "케이블 TV가 다른 매체와 비교해 차별화되는 특징은 지역밀착형"이라고 강조했다.
유승관 동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IPTV와 지역시청자 권리' 주제 발표에서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결과 지역자치단체, 특히 기초단체인 시, 군, 구와 관련된 정보를 얻는 통로로 주위 사람, 지역 TV, 인터넷, 케이블TV 순으로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국 방송을 통해 지역 정보를 얻었다는 응답이 케이블TV보다 적었다는 것은 케이블TV의 매체 영향력 증가를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방송위원회(2005년 기준)에 따르면 케이블TV의 프로그램 편성은 지역민 대상 오락 및 문화 프로그램(46.9%)이 가장 많았고, 지역생활정보(45.1%), 지자체 시책 홍보(3.5%), 시청자 자체 제작(2.0%) 순이었다. 지난해 또 다른 연구에서도 케이블 TV의 매체 영향력은 지역일간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관심 부족, 콘텐츠 공급 부족, 심의 중복, 이중 규제 등 케이블 TV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선거보도방송, 새로운 지역밀착 프로그램 편성시도 등을 통해 지역성, 다양성,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이바지해 왔다"고 평했다.
인수합병 영향은? "더욱 나쁜 시장을 초래할 것"현행법에 IPTV 사업자인 SKT는 '직접 사용 채널'을 운용할 수 없다. 반면 케이블방송사인 CJ헬로비전은 23개 권역에서 직접 사용 채널을 운용하고 있다. 케이블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토론방송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승관 교수는 "SKT의 헬로비전 인수는 사실상 지역보도채널의 우회적인 인수 시도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SKT가 23개 CJ헬로비전 방송 권역에서 직접사용채널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기업 집단에 해당하는 대기업이자 IPTV 사업자인 SKT가 케이블TV를 인수할 경우 지역성을 침해할 여지. 특히 공직선거법에서 정하고 있는 지역 선거토론방송을 담당하는 직접 사용 채널을 '대기업'이 직접 운영할 경우 공직선거법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SKT는 IPTV 전국망 사업자지만 CJ헬로비전은 지역에서 강점이 있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지역성 구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 "통신사가 이동전화에 방송, 인터넷을 저가에 끼워 팔아 유료방송 저가 공세로 인한 방송 생태계 붕괴가 예상된다"며 "시장 과점으로 결과적으로 이용자에게 현재도 열악한 시장에서 더욱 나쁜 시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 지향적인 현재의 디지털방송은 계층 간 소외와 불화를 확대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환 교수는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면 유료방송서비스는 IPTV, 케이블TV, 위성 방송이 존재하지만, 유료방송은 통신사업자들이 운영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유료방송 이용자들의 실제 방송 선택권이 제한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케이블TV 가입자 중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를 결합판매 형태로 점차 IPTV로 전환을 유도하게 되면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가 위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이 내놓은 해법은 정책 재검토 또는 지역 채널 유지다.
김경환 교수는 "지금도 전국적 방송사업자 중심의 방송 정책으로 인해 지역의 여론 다양성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케이블TV의 지역 채널은 지속해서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효용성? "독과점 허용인지, 이용자 권익 보호인지 밝혀야"유 교수도 "태생적으로 지역성을 살리기 힘든 척박한 지상파방송 구조와 갈수록 스마트미디어 환경으로 인한 지역시청자의 행태 변화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적 기제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 다양성 원칙에 대한 원론적인 검토 및 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디어 환경이 과거 무료서비스로 제공되던 콘텐츠를 상당 부분 유료화시키면서 소외계층의 미디어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 지급 능력과 관계없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소외계층에게 최소한의 방송이용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규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효용성 우선순위와 관련 "(SKT가 말하는 것처럼) 산업의 양적 성장이란 이름의 독과점을 허용할 것인지, 시청자 소외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과 이용자 권익 보호인지 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미경 교수는 "인수합병을 허가할 때도 반드시 케이블 방송의 가치인 공익성과 지역성이 구현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위해 가격과 서비스 부분에서 실효적인 혜택을 보장해야 하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의무 채널 규제에 대해 성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합병은 시청가역대의 채널 번호를 배정하고 HD급 화질 제공, 지역 채널의 본방송 비율을 높이는 등의 투자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사항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감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지역채널시청자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공익성과 지역성이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영 중인 케이블방송사에 대한 주문도 많았다.
김미경 교수는 "정부가 케이블사업자에게 독점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 내 독점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지역사회에 봉사할 의무를 함께 지어준 것"이라며 "읍면동 단위의 밀착취재 뉴스를 강화하고 주민의 민원을 직접 전달하는 뉴스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가는 등 지역 지상파 방송의 부족분을 보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주제발표에 대한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 요지다.
"국제경쟁력 확보는 허구... 인수합병 시도에 반대"
- 이상호(경성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SKT는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으로,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내세운 국제 경쟁력 확보는 허구이다. 지역성과 공공성을 갖는 지역 케이블을 인수·합병함에 있어 이를 보장할 철저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민진영 사무처장(경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인수 합병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다. 인수 합병 부대조건이나 전제조건으로 고용승계 등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추후 이의 준수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 우희창(대전충남 민주언론시민연합): 지역의 시민언론운동 진영이 그간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지역 시청자의 권리가 침해될 이번 인수 합병 시도에 명백히 반대하며 지역의 의제로 삼아 대응하겠다.
- 김태석 국장(지역방송협의회 사무국): 인수합병으로 인해 지역 지상파의 광고시장 위축 등 악영향이 우려스럽다. 아울러 케이블 종사자들의 고용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
- 김선미 박사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인수합병의 시도는 양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역 시청자들의 권익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 강명현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통신이 방송시장을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이끌고 있다. 인수 합병이 공익성 다양성 보편적 서비스 등 어느 하나도 충족시켜줄 수 없다. 그나마 공익성 지역성을 담보할 방법은 심사과정에서 단서조항, 부가조건 등을 철저히 제시하는 것이다.
"합병된다면 방송시장은 KT와 SK 양강구도로 재편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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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통신사업자인 SKT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미래과학부에서는 허가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SKT는 통신, 미디어의 융합을 통한 국내 미디어 산업 신성장동력 강화, 글로벌 경쟁력 제고, 케이블망 고도화, 쌍방향 지능형 네트워크 구현 등을 제시하며 허가를 바라고 있다.
만약 미래부 장관 인가와 방통위 사전 동의 등의 관문을 통과할 경우, SKT는 IPTV(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텔레비전 서비스)와 케이블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사업자가 된다.
현재 CJ헬로비전은 유선방송구역 전국 78개 중 23개 권역을 차지하고 있다. 가입자는 415만 가구로 전체 케이블 가구 1454만 가구 중 28.6%를 차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IPTV 가입자는 335만 가구로 CJ헬로비전을 합치면 750만 가구를 확보하게 된다. 올레TV가 640만 명, 스카이라이프 204만 명으로 총 844만 가구를 확보하고 보유하고 있는 KT와의 차이는 약 100만 가구 정도다.
김미경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만약 인수합병이 허가될 경우 방송시장은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동시에 소유한 KT와 SK의 양강구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허가 여부를 놓고 이해당사자 간 공방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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