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속에는 기생충이 창궐하고 있다. 경북권의 낙동강 중·상류에서 기생충이 든 물고기가 발견되어 충격을 주었는데, 지금은 하류에 해당하는 경남권 구간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8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낙동강 창녕함안보와 창녕합천보 구간을 조사했다. 창녕 유어면에서 20년 넘게 어업 활동을 해온 어민 2명과 동행했다. 어민들은 20년 어업 활동해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새벽에 잡은 강준치, 기생충 배 밖에 나와 있기도
어민 정기만(56), 김천회(52)씨가 이날 새벽에 잡아놓은 강준치부터 살펴보았다. 어민들은 "강준치 배에서 기생충이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어선에 담겨 있는 강준치 2마리를 밖으로 꺼냈다.
그랬더니 강준치 한 마리에서 기생충이 배 밖으로 나와 있었다. 고무장갑으로 기생충을 잡아 당겼더니 50cm 가량 나왔다. 겉으로는 멀쩡한 강준치의 배를 칼로 잘라 보았다. 기생충이 꽉 들어차 있었다.
정기만․김천회씨는 "20년 동안 어업 활동을 해왔는데,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며 "4대강사업 이후 물고기가 확 줄어든 것도 큰일이지만, 기생충이 나오니 더 걱정"이라 말했다.
어민들이 잡아 놓은 다른 물고기인 잉어와 붕어를 살펴보았는데, 특이 사항은 없었다. 어민들은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물 위에 떠서 비실비실하게 다니는 고기들이 있었다.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고, 최근 중상류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었다고 하니까 유심히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수달 배설물에 기생충 섞여... 죽은 물닭도 발견
수달 배설물에도 기생충이 섞여 있었다. 창녕 유어면 쪽 낙동강 가에 있는 폐바지선 주변에서 수달의 배설물이 발견되었다. 이 배설물은 수달이 다녀간 지 좀 시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었다.
수달 배설물 속에 썪인 기생충이 말라서 굳어 있었다. 수달이 기생충이 배 속에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은 것으로 보인다.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옆에는 물닭 사체가 함께 발견되었다. 물닭의 배를 갈라 보았다. 다행이 물닭은 배 속에 기생충이 나오지 않았다. 물닭이 왜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창녕합천보 하류 500m 지점, 죽은 강준치 많아작은 어선을 타고 8km 가량 상류로 향했다. 창녕합천보에서 500m 지점에 이르는 동안 죽은 강준치 10여 개체를 발견했다. 강준치를 건져 올려 배를 갈라 보았더니 모두 기생충이 나왔고, 일부는 배 밖으로 기생충이 나온 채 발견되었다.
창녕합천보에서 하류로 500m 지점은 강 중앙인데도 수심이 낮았다. 한 어민이 어선에서 내려 섰더니, 물 깊이는 무릎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4대강사업 때 준설했지만, 그만큼 퇴적이 다시 된 것이다.
강바닥에는 죽은 물고기가 하얀색을 드러내며 떠 있었다. 강바닥이 얕으니까 죽은 강준치가 그대로 보였고, 일부는 물 위에 떠 있었다.
막대기로 죽은 강준치를 건져 올려보니 기생충이 배 밖으로 나와 있기도 했다. 강물 속에는 기생충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떠 있기도 했다. 주변에는 독수리와 물닭 등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정책실장은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에서는 계속해서 특이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녹조가 창궐하더니 지금은 기생충이 창궐하고 있다"며 "4대강사업이 근본 원인이다"고 말했다.
한은정 창원시의원은 "4대강사업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낙동강은 창원시민의 식수원이고 낙동강에서 잡힌 민물고기에서 기생충이 나온다는 것은 우리의 식수도 오염되었다는 증거라 생각된다. 창원시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이 부른 자연 재앙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역시 자연은 장치보다는 방치가 아름답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전화통화에서 "4대강사업 이후 보로 인해 물 흐름이 느려지고, 철새가 줄어들면서 기생충을 잡아먹지 못하고 있다"며 "강 생태계 교란의 부작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