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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선 연기' 엄포 놓은 KBS, 선거 볼모로 국민의 자유를 위협하나

당초 여야가 선거구 확정의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2월 29일, 더민주 지도부는 총선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선관위에선 오늘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하더라, 선거를 연기할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라며 선거를 볼모로 야당을 더욱 몰아붙였다.

이에 발맞춰 KBS도 29일 '총선 방해' 프레임을 앞세워 필리버스터를 총선 연기의 원흉으로 규정했다. 테러방지법이 시작된 23일부터 줄곧 테러방지법 독소조항이나 필리버스터의 민주적 가치를 외면했던 KBS가 여당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 총선을 볼모 삼아 테러방지버 통과를 촉구한 셈이다. 이런 태도는 MBC, TV조선, 채널A에서도 엿보이지만 KBS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 '총선 연기' 엄포 놓는 KBS
29일, KBS <'총선 연기 우려' 현실화…여야 '네 탓' 공방>(2/29, http://me2.do/5ptmOfzB)에서 김민정 앵커는 "총선 연기론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총선 연기'를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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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어서 류호성 기자는 "야당은 한시가 급한 중요 법안들을 처리해 달라는 정부 여당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만 일주일째 계속하고"있다며 노골적으로 야당에 책임을 전가했다.

"국회가 이렇게 중요 사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끄는 건 안건 상정 조건을 까다롭게 만든 국회선진화법 때문", "어떤 안건이든 시한을 정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한 뒤 결론이 나지 않으면, 표결로 가부간 결정을 하도록 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있다며 필리버스터를 가능케 한 국회선진화법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에서 신경민 의원이 밝혔듯이 필리버스터는 새누리당 홈페이지 공약집에도 명시된 새누리당의 공약이었다.

■ MBC, TV조선, 채널A도 필리버스터에 '총선 연기' 프레임 공세
MBC도 <무제한 토론에 막혀…총선 차질 현실로?>(2/29, http://me2.do/xGaqXxxg)라는 제목으로 필리버스터를 총선 차질의 원인으로 규정했다. 리포트에서도 "총선이 4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조차 의결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계속"된다며 필리버스터가 총선을 방해한다는 프레임을 강조했다.

TV조선의 경우 <7일째…속타는 예비후보>(2/29, http://me2.do/FanG4Qif)에서 최희준 앵커가 "대한민국 야당이 명예롭지만은 않은 큰일을 해냈습니다. 필리버스터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라며 필리버스터를 조롱하고 "또 피해를 보는 건 예비 후보들"이라며 역시 '총선 방해' 프레임을 내세웠다.

채널A는 <필리버스터에 막힌 선거구 획정>(2/29, http://me2.do/FJT5G2lb)라는 제목의 보도로 '총선 방해' 프레임에 동참했고 여야의 대치 상황을 묘사했다. 이 세 방송사는 '총선 방해'라는 프레임으로 테러방지법의 위험성과 필리버스터의 가치를 외면했지만 KBS처럼 노골적으로 '총선 연기 현실화'를 거론하거나 국회선진화법까지 물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 기계적 중립은 지킨 SBS·MBN·YTN, '군계일학' JTBC
다른 방송사들의 경우 최소한 기계적 중립은 지켰다. SBS <여 "고발 추진" vs 야 "계속하겠다">(2/29, http://me2.do/xaK4yy8D)는 "야당이 무제한 토론을 잠시 멈추고 선거법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여당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며 거부" 등 여야의 대치에 무게를 뒀고 MBN은 <획정안 오늘 넘기면?>(2/29, http://me2.do/FG0LlpAH)에서 "총선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전하면서도 "일각에선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3월 24일 전까지만 선거구 획정이 되면, 문제없다는 관측"도 언급해 KBS와 다른 균형감을 보여줬다. YTN도 <선거법 처리 또 지연>(2/29, http://me2.do/FOAIivTu)에서 "새누리당은 그러나 지나치게 협상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더민주는 선거법 처리를 지연시키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있습니다"라며 여야 책임을 모두 거론했다.

가장 대조적인 방송사는 JTBC다. JTBC는 <'선거구' 처리 불투명…필리버스터 7일째>(2/29, http://me2.do/xArwZGr3)에서 "실제로 오늘밤이 정말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인가…어떻게 봅니까?"라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이지은 기자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 선거구 획정안은 나와 있는 상태죠.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토대로 일단은 재외선거인 명단작성을 할 계획"이라며 KBS의 '총선 연기 현실화'를 반박했다.

또한 <'필리버스터' 1주일 진풍경>(2/29, http://me2.do/5ZrsTOu0)는 "지금 이 시점에서 왜 필리버스터인가의 논의는 오간 데 없고 필리버스터를 하는 게 맞느냐 아니냐 다툼만 남아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라며 테러방지법의 폐해 대신 필리버스터 폄훼에만 몰두하는 다른 언론들을 국민을 대신해 비판하기도 했다.

2. 이제는 '친문세력 세대교체 음모론'…TV조선의 '더민주 죽이기'

■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에 이은 '친문 음모론'... TV조선의 엇나간 상상력
TV조선은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를 중심으로 탈당 잡음이 일 때부터 줄곧 '친노 패권주의'라며 야당을 비난하고 갈등을 부추겼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대표 체제에서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를 단행하는 등 개혁 행보를 보이자 이번엔 '친문세력 세대교체' 프레임으로 음모론 유포에 나섰다.

TV조선 <'공천 배제' 친노 반발…"소신껏 심사">(2/27, http://me2.do/5toTMzqG)에서 이하원 앵커는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피바람이 불면서 범친노의 반발이 격해지지만, 김종인 대표는 쉼없이 몰아붙일 태세입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전 대표의 반발이 거의 없어 더 큰 목표를 위해 친노 물갈이를 기획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라며 리포트를 시작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강기정 의원 공천 배제에도 별 반응이 없으니 문 전 대표가 '친노 물갈이를 기획'했다는 식의 음모론이다. 최지원 기자도 "'김종인의 월권', '전략도 없이 현역을 날렸다'며 친노 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발"과 "김종인 대표는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 '당을 이 꼴로 만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거냐'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친노'와 김종인 대표의 갈등을 부각한 뒤 "친노가 궁지에 몰렸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팔짱만 끼고 있습니다"라고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보도 마지막 멘트를 "문 전 대표가 혁신안을 앞세워 친노 물갈이를 직접 기획했다는 의혹"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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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프레임을 이용한 TV조선의 음모론은 29일에도 이어졌다. <뉴스쇼판 정치분석>(2/29, http://me2.do/5xoVidOl)에서 최희준 앵커가 "야당은 사실상 김종인 대표가 전권을 갖게 됐다. 친노 제압한 건가?"라고 묻자 대담자로 나온 김경화 기자는 "착시 효과가 있는 것 같다"라며 '친문 패권주의'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김 기자는 "지금까지 현역 물갈이에 반기 들고 나온 것은 친 문재인 계가 아니고 친 정세균 계였다. 범친노이지만 문재인 대표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층인데 문 전 대표는 지금 양산에서 SNS에 글만 올리면서 물갈이에는 함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조용한 이유는 자신의 측근이 아닌 사람들이 물갈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기자는 이를 "공천 배제는 방조한 것"이라 규정하고,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교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사사건간 상의하고 결정하는 것 같진 않고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김 대표를 이용한다고 볼 수 도 있는데"라며 음모론을 이어갔다. 또 "가장 최근에 만난 의원은 문 전 대표를 만나서 '친노들의 목적은 당신을 대통령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 전 대표는 묵묵부답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문 전 대표도 알고 있고 그 사실을 어떻게 보면 이번 총선 통해서 친문 세력의 세대교체 바라는 것 아닌가 그런 판단도 된다"면서 '친문 세력의 세대교체 음모론'을 완성했다.

이에 최희준 앵커는 "그러니까 손에 피 안 묻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김 대표 체제에서 다 하게 하는 이런 식"이라며 화룡점점을 찍었다. 문 전 대표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 '친노' 세력을 '물갈이'하기 위해 김종인 대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의 음모론이다. 그간 '친노 청산'에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여온 TV조선이 더민주의 행보가 자사의 뜻과 별반 다르지 않자 또 다른 낭설로 더민주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 야당 총선기획단장 '취조'하는 최희준 앵커, 기행은 언제까지?
TV조선이 '친문 음모론' 조작에 돌입했다고 해서 '친노 갈등' 프레임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김정은에 애정이 있나"라는 질문을 해 물의를 빚은 TV조선 최희준 앵커는 또 다른 기행으로 '친노 갈등'을 조장했다.

TV조선은 <더민주 총선 전략은?>(2/29, http://me2.do/5Xlukce8)에서 더민주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을 초청해 더민주의 총선 전략에 대해 듣던 최희준 앵커는 "친노 갈등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에 전권 위임 받으면서 이제 친노는 김 대표가 제압했다고 봐야 하나"라고 물었다. 정 단장이 "전권 받아 휘두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오해이고, 꼭 필요한 것만 하겠다는 것"이라 대답하자 이번에는 "문 전 대표와 어느 정도 교감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문 전 대표가 양산에만 있고 전혀 당무에는 관여 안 하나"라고 물었다.

더민주의 총선 전략이 아닌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갈등 여부를 '취조'하는 모양새였다. 정 단장이 "제가 볼 땐 관여 안 한다"고 하자 곧바로 "그럼 모든 걸 김종인 대표가 독단적으로 하나?"라고 물은 최희준 앵커는 "문 전 대표가 이런 걸 보면 즐거울까?"라는 황당한 질문까지 던졌다.

정 단장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지도부가 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또 지도부도 의견 수렴해서 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라고 침착하게 대답하자 최희준 앵커는 방향을 돌려 "옆에서 보기에 김 대표는 큰 꿈이 있나"라며 재차 총선 전략과 거리가 먼 질문을 했다. 이는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의 총선을 위해 영입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더민주로 왔다는 식의 음모론과 맞닿아 있는 질문이다.

최희준 앵커는 이런 식으로 총선과는 관련이 없는 '갈등 조장' 질문을 취조하듯 계속 던지면서 본질을 흐렸다. 야당 인사들의 인터뷰에서 이어지는 최희준 앵커의 기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우려된다.

3. 박영선 의원이 '친박 마케팅'?, '친박'에 눈 먼 채널A의 '헛발질'

채널A는 박영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을 패러디한 것을 '친박 마케팅'이라며 조롱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채널A <'쾅쾅쾅' 따라하며 패러디>(2/26, http://me2.do/GM7huPca)는 더민주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3년간 빚더미 대한민국을 만든 박근혜 정부를 보면서 국민들은 책상을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며 책상을 세 번 내리친 장면을 보도했다.

이에 대한 리포트를 시작하기 전, 박상규 앵커의 멘트가 가관이다. "인연이 각별하다는 '박근혜 마케팅'을 하는 걸까요?"라는 것이다. 천상철 기자도 리포트에서 "각종 현안에 날을 세우지만, 한 사람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 또 한 사람은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라는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22년 전 기자 신분으로 박 대통령을 인터뷰했던 인연을 가진 박 의원"이라며 뜬금없이 박 대통령과 박영선 의원의 공감대를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선 야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책상을 수차례 내리쳤고 실제 박영선 의원은 이를 반박하는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행동을 패러디한 바 있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두고 두 인물의 과거 행적이나 나열하면서 박영선 의원이 '친박 마케팅'을 했다는 보도는 왜곡을 넘어 모욕이나 다름없다. 박 의원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 모니터 대상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주말뉴스 토일>),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1부))
▢ 모니터 기간 : 2월 26일 ~  29일

덧붙이는 글 | 민언련 활동가 이봉우입니다.



#민언련#총선#KBS#MBC#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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