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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발표한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시작일은 3월 7일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도 우리는 이미 1, 2월 내내 전쟁 상황 혹은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일들을 목도했다.

미국 전략 핵폭격기 B-52, 스텔스 전투기 F-22가 우리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핵추진 잠수함이 들어와 한미연합해상훈련을 벌였다. 거기에 더해 미군 특수부대가 들어와 북한의 핵무기를 장악하고 요인을 암살하는 훈련을 했다. 우리가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쟁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영화에서 다루는 대규모 교전은 대개 국지전에서 시작된다. 또 일상이 파괴되고, 생존의 터전이 완전히 파괴돼도, 또 애꿎은 목숨들이 수도 없이 죽어나가도 일단 시작된 전쟁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전쟁을 통해 이득을 얻는 세력(주로 강대국)이 전쟁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픽션(fiction)인데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논픽션(nonfiction)이다. 그래서 구경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평화통일시민행동,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주최한 ‘촛불행진’ 참가자들이 3월 2일 저녁 종로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평화통일시민행동,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주최한 ‘촛불행진’ 참가자들이 3월 2일 저녁 종로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 황남순

  ‘촛불행진’ 참가자들이 광화문 교보빌딩 앞을 행진하고 있다.
‘촛불행진’ 참가자들이 광화문 교보빌딩 앞을 행진하고 있다. ⓒ 황남순

"전쟁반대!" "군사훈련 중단하라!" "사드배치 중단하라!"

퇴근길 약속이 있거나 집에 가기 바쁜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는 행진대열을 돌아본다.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과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대표: 김종일)은 군사적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지난 2일 보신각에서 미국 대사관 앞까지 '촛불행진'을 벌였다.

대열을 이끌었던 이진호 평화통일시민행동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미국은 국경봉쇄나 다름없는 유엔대북제재를 통과시켰다. 중동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경 봉쇄는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의 조치이다. 개성공단 폐쇄가 시작에 불과하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것을 의도한 것인가?"라며 "국경봉쇄에 이은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전야가 되었다. 늘 '연례적 방어훈련'이라던 한미 양국은 '평양 진격 작전', '북한 지도자 참수작전', '격멸'등의 용어를 쓰며 '북한점령'을 목표로 한 선제타격훈련임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인류사의 많은 전쟁이 군사훈련 중 충돌을 빌미로 발발하였다. 핵 항공모함 2척에 핵잠수함, 핵폭격기, 스텔스 전투기까지 총동원된 역대 최대 규모의 이번 훈련은 전쟁개시 준비를 방불케 한다"라고 말했다.

김종일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는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 이후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한다며 사드포대를 배치하려고 한다. 하지만 작년 4월 미국 의회 보고서에서도 한국에서는 미사일방어 효용성이 낮다고 했다. 미국은 국방비 삭감으로 자신이 사드포대를 유지할 수 없으니 북한 미사일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정부에 유지비용을 부담하게 할 것이다. 일 년 유지비만 1조다"라며 "중국은 사드배치가 기정사실화되면 군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미중 간에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 전쟁터는 한반도다. 사드배치로 한반도의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
전쟁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 ⓒ 황남순

 ‘전쟁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
‘전쟁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 ⓒ 황남순

집회참가자들 역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노무사 일을 하고 있는 장환씨(33)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서 국민들을 속 터지게 만들었다. 통일은 대박이라더니 의미 있는 남북대화 한번 안하고 작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을 앞두고는 연평도에서 자주포 300발을 쐈다. 대화하자고 해놓고 군사적 행동을 한 것이다. 거짓말의 하이라이트는 국회연설이다. 이미 통일부 장관이 개성에 들어가는 달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쓰인다는 증거가 없다고 전날 실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또다시 '개성공단 자금 핵·미사일 전용론' 주장을 폈다. 증거가 없으니 우기기까지 한다. 대국민 기만극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화통일시민행동 정책실장 임기홍씨(37)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붕괴를 언급하며 '북한을 반드시 변화시키겠다'라고 했다. 국제정치에서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하겠다는 것은 평화적인 수단이 아니라 외부적 힘에 의한 무력개입(intervention)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할 때에도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삼지 않았는가? 6자회담도 하지 않으면서 통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북한을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회연설(2월 16일)에서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한재인씨(25)는 정부가 전쟁 발발에 따른 비상행동 요령을 배포하고 12년 만에 군대가 직접 대북전단을 살포하기로 한 것을 지적하면서, "일촉즉발의 위험한 국면에서 정부가 북한과 충돌을 유발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전쟁하자고 달려드는 박근혜를 막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게 생겼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청와대와 여당은 '국가비상사태'라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차 북한정권의 '폭정'을 중지시키겠다며 한국정부의 '추가적 대북제재'를 공언했다. 기존의 모든 남북교류의 성과가 끝나버렸고, 개성공단마저 문 닫은 지금의 상황에서 '추가적 대북제재'를 하겠다는 것은 '전쟁'밖에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의해 정말로 전쟁이 나고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국민의 힘으로 막아야 할 때이다. 평화통일시민행동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서울 보신각 앞에서 평화의 촛불을 밝힌다. 전쟁위기를 막고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주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또 간절히 바란다.


#키리졸브군사훈련#키리졸브-독수리 훈련#평화통일시민행동#촛불행진#전쟁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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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입니다. 평화통일시민행동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자발적 단체로 매주 수요평화촛불, 강연회 개최, 평화기행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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