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결혼식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서의 가장 큰 고민은 신부의 아버지인 내가 좀 더 젊어 보이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나의 바람에 대해 혹자는 "다 늙어빠진 주제에 젊어보여서 뭐 할 건데?"라고 책망을 할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그래서 말인데 사람은 본디 늙고픈 이가 없는 법이다. 하지만 야속하고 무심한 세월은 그러한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희망까지를 그야말로 무참하게 꺾어놓기 마련이다.
그러함에 반기를 든 인간들 중 누군가는 성형수술을 하고 주름을 펴며 눈꺼풀까지 인위적으로 만드는 등의 '항거'하는 것이다.
내가 젊었을 적엔 경찰이 장발(長髮) 단속을 했더랬다. 그래서 단발머리 이상으로 머리를 무성하게 길렀던 나는 경관만 보면 달아나기 일쑤였다. 그랬는데 나이가 들면서 시나브로 빠져나간 머리카락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전어 굽는 냄새엔 집 나간 며느리도 온다지만 나의 머리칼들은 전어가 아니라 상어를 구웠어도 함흥차사다. 설상가상 더욱이 경비원으로 야근을 밥 먹듯 하다 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바람에 늙어도 완전히 늙어버렸다.
이런 주장은 일전 20년 만에 만난 선배의 '증언'이 그 방증이다. "우리 경석이가 젊어선 그야말로 제임스 딘 뺨쳤거늘 이젠 다 늙어서 보기에도 안타깝구나!" "세월에 장사 있간유?"라고 얼버무렸으나 자신이 늙었다고 하는데 기분 좋아할 사람이 과연 어디 있으랴!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시장에 가서 '흑채'라는 걸 사왔다. 그리곤 뒷머리가 얼추 사막인 나의 두발에 뿌려봤다. 거울을 보니 안 뿌린 것보다는 훨씬 젊어보였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큭큭 웃음이 나는 게 아닌가.
야근을 준비하려고 목욕을 하는데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릴 조짐이 농후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만날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죽마고우에게 흑채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 친구의 지적이 그만 가슴을 덜컹하게 만들었다.
"비 조심해라! 흑채를 머리에 뿌리고 비 맞으면 저승사자처럼 보인다." "…."아무튼 딸내미 시집 보내자고 급기야 흑채까지 동원한 이 아빠의 마음을 우리 딸은 알까? 정말 딸 시집 보내기 만만치 않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