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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첫 대국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첫 대국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구글 제공

[기사 보강 : 9일 오후 6시 45분]

"사람이라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가 나왔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당대 최고의 프로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이 벌인 대결 결과는 자못 충격적이다. 알파고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첫 대국에서 후반부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초중반 우세를 잘 지키며 186수만에 불계승(기권승)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대국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9단은 "첫 번째는 아무래도 초반은 알파고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초반을 풀어가는 능력이 놀라웠다"라면서 "두 번째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승부수가 나왔다"라고 밝혔다.

알파고는 이미 지난해 10월에도 유럽 바둑 챔피언인 중국 프로바둑기사 판후이 2단에 5전 전승을 거둔 전적이 있다. 이 때문에 혹시 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도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쳤던 바둑인들도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였다.

이날 바둑전문채널 <바둑TV>에서 첫 대국을 중계한 프로바둑기사 유창혁 9단은 초중반까지만 해도 "아직까지 알파고의 단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상상 이상으로 잘 두고 있다"라고 알파고를 칭찬했다. 하지만 중후반 알파고가 큰 실수를 하자 "두 군데에서 이해가 안 되는 수가 나왔다"라면서 "앞에서는 프로기사 중에서도 최고수 수준을 보여주다가 이젠 아마추어 중에서도 강하지 않은 수준을 보여줬다"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알파고 실수했지만 이세돌도 흔들려, 인공지능 무서움 실감"

 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과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 1국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인 아자 황 박사(왼쪽)가 알파고 대신 돌을 두고 있다.
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과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 1국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인 아자 황 박사(왼쪽)가 알파고 대신 돌을 두고 있다. ⓒ 구글 제공

하지만 후반부 형세가 알파고 쪽으로 기울자 유 9단은 "알파고가 실수를 많이 했는데 쉽게 안 무너졌다"라면서 "(알파고가) 초중반에 워낙 잘 뒀고 알파고가 실수할 때 이세돌도 같이 실수를 했다, 이번 경기는 이세돌 본인이 흔들렸다"라고 한탄했다.

유 9단과 함께 해설자로 나선 김효정 9단도 "상대방이 흔들림이 없는데 우리(해설자)는 일희일비하고 실망했다"라면서 "(흔들림이 없는 게) 인공지능 알파고의 무서움이란 걸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대국을 시작해 3시간 30분만인 오후 4시 30분쯤 돌을 거뒀다. 이 9단의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이번 결과가 충격적이지만 난 이 대국을 즐기고 있고 다음 대국도 기대하고 있다"라면서도 "두 번째 놀랐던 수가 안 나왔다면 내일은 자신 있다고 말할 것 같은데 그 수 때문에 이제 5대 5가 아닌가 싶다"라고 전망했다.

구글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날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경기였다"라고 평가하면서 "이세돌은 강력한 상대이고, 전투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유명한데 알파고는 정면으로 맞서서 긴장감 넘치고 대등한 게임을 했다"라고 밝혔다.

첫 승리는 알파고가 가져갔지만 아직 네 차례 대국이 남아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10일 오후 1시 두 번째 대국을 벌이고 하루 쉰 뒤 12일과 13일, 그리고 15일에 다섯 번째 대국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종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첫 패배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첫 대국을 마친 뒤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와 악수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첫 대국을 마친 뒤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와 악수하고 있다. ⓒ 구글 제공



#이세돌#알파고#인공지능#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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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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