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유치원보다 일찍 끝나는 학교 정규수업 이후 아이의 돌봄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일주일에 3회는 12시 50분, 2회는 13시 30분에 점심 식사를 하고 마치는데요. 유치원 정규 수업이 끝나는 시각은 오후 3시, 방과 후 수업을 한 개씩 더 받고 간식을 먹으면 대략 오후 5시께 집으로 돌아왔으니, 초등학교 입학 후 무려 2시간 이상 일찍 수업이 끝나는 겁니다.
몇 군데 학원을 다니게 해도 오후 시간을 육아를 도와주는 분께 오롯이 의존하기는 부담스럽습니다. 어찌저찌 며칠은 버티겠지만 장기간 동안 제법 큰 쌍둥이 남매가 특별한 일 없이 집에서 노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게 분명했거든요.
예비소집일에 입학통지서를 제출하고 돌봄교실 신청서를 받아왔어요. 돌봄교실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맞벌이 부모임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수입니다. 남편과 함께 재직증명서를 준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전화로 돌봄선생님께 간단히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전화 설명만으로는 아이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그 실체에 대해 감이 잘 안 잡혔습니다.
생소했던 돌봄교실, 이렇게 진행된다니
정규수업이 끝나고 오후 5시까지 아이들은 돌봄교실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고 불안했습니다. 지역 맘 카페에서 알려주는 '카더라 통신'만으로는 부족함이 많았어요. 또 학교마다 조금씩 운영 방식이 달라 쌍둥이 남매가 다닐 학교의 돌봄교실 운영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유치원에서 만나 알게 된 엄마들 대부분이 전업맘이라 아이들 친구의 손위 형제 중에는 돌봄 교실을 이용하는 지인이 없었거든요.
쌍둥이 남매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알게 된 돌봄교실의 형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입니다만, 학교마다 운영 실태가 다릅니다(학교마다 다르다는 것이 엄마에게 얼마나 많은 불안감을 조성하던지요).
① 아침 돌봄 : 오전 7시 30분 ~ 교실 등교 ② 방과 후 돌봄 : 교실 하교 ~ 오후 5시③ 저녁 돌봄 : 오후 5시 ~ 오후 10시쌍둥이 남매가 다니는 학교는 ①과 ② 형태의 돌봄교실만 운영이 되고 있었는데, 그나마 ① 아침 돌봄은 참여자가 거의 없었어요. 그리고 ③ 저녁 돌봄의 경우, 학교에서 지역 돌봄 학교로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오후 5시 이후에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봄 선생님이 인솔해 이동한다고 하더라고요. 집에서 학교보다 더 먼 곳으로 이동하는 지역 돌봄을 이용할 경우, 아이들을 데려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 쌍둥이 남매는 ② 방과 후 돌봄만 신청했습니다.
입학식날 돌봄교실 운영에 대한 안내지를 손에 받아들고 나서야 한 학기 동안 어떻게 운영될는지 대강 감이 잡혔습니다. 학교의 학기가 시작하면 반 배정을 받고 담임선생님을 만나듯 돌봄 교실도 신청 아이들의 수에 따라 반 배정을 하고 돌봄 선생님을 만납니다. 쌍둥이 남매의 학교에는 1~2학년을 대상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총 40명, 2개 반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1학년은 수업이 끝나고 돌봄교실까지 이동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미리 연락주셔서 입학식날 교실을 찾는 연습을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담임선생님이 돌봄 교실까지 아이들을 데려다주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하교 후 돌봄 교실에 가방을 두고(돌봄교실 등교),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한 아이들은 신청한 수업에 맞게 교실을 이동해 수업을 듣고 다시 돌봄교실로 옵니다. 방과 후 수업을 듣지 않거나 수업이 없는 날에는 숙제를 하거나 자유놀이 시간을 가집니다. 간식을 먹고, 돌봄교실에서 실행되는 요일별 수업을 한 시간씩 듣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유시간을 가진 뒤 오후 4시 50분 선생님의 인솔하에 교실을 나와 오후 5시에 교문에서 보호자에게 아이들을 인계합니다.
돌봄교실로 등교하면 개인학습을 위해 학원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일이 허용되지 않으며, 화장실 등을 제외한 다른 학습실(도서관) 등의 개별 이용도 제한됩니다. 선생님과 함께 학생들 전체가 도서관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있다곤 합니다.
쌍둥이 남매의 돌봄 교실에서 하교할 때에는 1학년의 경우 반드시 보호자가 교실까지 와서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영 차량을 이용하는 쌍둥이 남매의 경우 차량 탑승을 위해 보호자가 한 번 학교에 들러야 하는 불편함이 추가됐습니다.
유치원에서는 미리 선생님께 당부해두면 수영 차량 선생님께 아이들을 인계해주셨는데, 학교는 교실까지 수영 차량 선생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셔서 문제가 발생했어요. 다른 학교의 경우 아이들이 돌봄교실에서 교문까지 혼자 나온다고 하는데, 불편하더라도 어른이 개입해서 차량을 타는 게 맞는지, 아이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일단은 학교 방침상 중간에 인계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하니 그대로 따르기로 했습니다.
너희, 참 하는 게 많구나돌봄교실 덕분에 하교 시간 이후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고민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게 돼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쌍둥이 남매는 다행히 가족과 이웃으로 살고 있어 돌봄교실 하교 시각인 오후 5시 이후에는 집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일반적인 근로자의 근무시간보다 적은 돌봄 서비스 시간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것을 부부 둘이서 해결하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돌봄교실이 확대되어 맞벌의 부모의 근무시간을 모두 커버한다고 한들, 엄마 아빠가 일하는 시간 내내 학교 등 집 밖에서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고요.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쌍둥이 남매는 유치원과 동일한 패턴의 일과를 보냅니다. 아침에 유치원 대신 학교에 등교하고, 정규수업 후 조금 특별한 수업(방과 후 수업과 돌봄교실 학습)을 받은 다음 정해진 시간까지 돌봄교실에서 자유시간을 가집니다. 그러다가 집에 오거나 미술·수영을 하고 옵니다. 일주일동안 이틀은 돌봄교실이 끝나는 오후 5시에 집에 오고, 3일은 학원이 끝나는 오후 6시에 집에 오는 거죠.
학교에서 돌봄교실과 방과 후 교실의 유인물을 나눠주기 전까지 그 실체에 대해 불안해하던 워킹맘은 같은 일정이지만 다른 분위기가 된 아이의 학교 일과에 대해 아주 천천히 알아가고 적응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하원 시각과 학교 하교 시각을 동일하게 맞춰놨는데도 7세의 기간과 달리 8세는 계속 정신없는 느낌이 듭니다. 매일 우체통이라는 파일에 담겨오는 안내 공문을 보며 '학교에서는 알려주는 것도 많고 하라는 것도 많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열흘 만에 거의 30여 장의 안내 공문이 왔으니까요.
불안해하는 엄마와 달리 아이들은 돌봄시간이 하루 중에 가장 좋다고 합니다. 책, 보드게임, 장난감이 가득한 따뜻한 교실이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마침 돌봄교실에서 유치원 때 알던 형을 만나 서로 반가워했다고 합니다. 학교에 수업을 받으러 가던 날, '친구 따라 학교 밖으로 나오지 말고 꼭 돌봄교실로 가라'고 당부하면서도 걱정스러웠는데, 돌봄교실에 잘 도착했다는 선생님의 문자가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늘 생각의 마무리는 '엄마 걱정보다 아이는 훨씬 잘 적응하더라'입니다. 이런 불안한 시기가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