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중학생 딸아이가 학교 앞에서 받았다며 작은 전단지를 보여줬습니다. 상단에 '무료시술권'이라는 문구를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성형외과 광고지라고 순간 착각했거든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메이크업·네일아트·레인보우헤나핸드폰튜닝'을 무료로 시술해주겠다는 한 뷰티스쿨의 광고였습니다. 성형외과 광고는 아니었지만 이 업체가 제시한 무료 시술 내용은 엄연히 학교규정에 위배되는 사항입니다.
그 아래에는 방문시 적성검사를 무료로 실시한다는 내용도 실려 있었습니다. 요즘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도입돼 진로를 찾는 교육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무료시술권을 뿌린 이 업체는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려고 그랬다'고 해명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학교와 협력해 적성검사 프로그램을 후원하거나 일일 직업체험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굳이 이런 식으로 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지요.
이 업체는 교육과정으로 '메이크업, 네일아트, 웨딩뷰티, 방송분장, 헤어자격증, 피부 국가자격증, 진학, 이민, 창업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중학생 시기에 알맞은 교육과정이 아닙니다. 대중교통 곳곳에 붙어있는 성형외과 포스터, 하차할 역과 함께 몇 번 출구로 나가면 OO성형외과가 있다는 음성안내가 이젠 지긋지긋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뷰티 무료시술권을 학교까지 쫓아와서 나눠주는 행위는 학부모 입장에서 용납하기 어려웠습니다.
딸의 말에 따르면, 이 업체는 아이들에게 나이와 전화번호를 물어 받아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 상영관에 출입할 때 티켓 한 귀퉁이를 뜯어내듯 무료시술권을 떼어줬다는 군요.
업체 측, "아이들 정보, 다른 곳에 넘기지 않는다" 해명미성년자인 아이들의 연락처를 이런 식으로 막 받아도 되는 건가요? 그 연락처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내 아이가 어느 학교를 다니고 있고, 이름이 무엇이며, 나이와 전화번호까지 알고 있다니 두려웠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뷰티스쿨의 상술에 화가 났습니다. 저는 14일 직접 이 업체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아이들 진로와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원하는 아이들에게만 연락처를 받고 무료시술권을 줬다"라고 하더군요. 또 "항의하는 학부모가 있긴 하지만 자기들은 절대로 아이들 정보를 다른 곳에 넘기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과연 그걸 말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는 작은 일에도 부모의 동의를 얻습니다. 또한, 인터넷 사이트도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회원가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는 학교 앞에서 버젓이 뷰티 무료시술권을 나눠주면서 아이들의 연락처까지 받아갔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개인정보 유출에 분노가 치밀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