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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이 지난 2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대구·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을 실시하는 가운데 대구 동구을 면접을 앞둔 유승민, 이재만 예비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2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대구·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을 실시하는 가운데 대구 동구을 면접을 앞둔 유승민, 이재만 예비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난달 28일 정두언 의원이 꺼내든 '살생부' 파문은 새누리당을 격랑 속에 빠트렸다. 그가 교체 대상 현역 의원 40여 명의 이름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김무성 대표에게 전해졌다고 폭로했기 때문이었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비박계는 청와대발 '공천학살' 소식에 경악했고 친박계는 이를 김 대표의 자작극으로 몰고갔다. 새누리당을 뒤흔들었던 '살생부' 파문은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오래된 감정의 골을 재확인해 준 사건이었다.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파문이 거세지자 당 지도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어 "우리는 결코 친박이니 비박이니 구별하면서 공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살생부'의 존재를 전면 부정했다.

그러나 이한구 위원장의 발언이 단지 립서비스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자신부터가 대표적 친박계 인사이면서 동시에 공권천을 좌지우지하는 계파 권력투쟁의 중심이기 때문이었다.

'살생부' 존재 확인해 준 7차 컷오프 명단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15일 발표한 7차 컷오프 명단은 항간에 떠돌았던 '살생부'가 실재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컷오프된 이재오 진영 김희국 류성걸 안상수 이종훈 조해진 의원과 대표적 친이계로 원내진입을 노리던 임태희 전 의원 등이 모두 비박계인데다가 '살생부' 목록에 직간접적으로 거론되던 인물들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컷오프 결과는 친박계에 의한 비박계 찍어내기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물론 공관위는 당안팎의 역풍을 우려해 몇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는 했다. 친박계 3선의 김태환 의원과 막말 파문을 일으킨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을 탈락시켜 비판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요건을 구비했다.

또한 김 대표의 측근들인 김학용 의원과 김성태 의원을 살리고, '살생부'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던 정두언 의원을 회생시킴으로써 김 대표의 체면은 살려주고 '살생부'의 존재는 차단하는 영민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박계를 향한 친박계의 저격이 아주 노골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친박계 핵심인 이한구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낙점할 때부터 이같은 그림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 그동안 비박계 현역의원들의 물갈이를 공공연하게 주장해왔던 대통령에게 친박계 실세이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은 최적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한구 위원장은 지금 대통령의 특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초미의 관심사' 유승민 의원의 생사

대통령이 새누리당내 비박계를 물갈이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남아있는 임기 동안 친박계를 통해 확실한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퇴임 이후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측근들을 대거 대구지역에 내려보냈다는 것은 퇴임 이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전진기지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대통령의 계획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유승민 의원이다. 대통령의 진노를 고려한다면 당장에 컷오프해야 마땅하지만 유승민 의원에 대한 지역민심과 여론이 워낙 높은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에 대한 공천심사를 마지막까지 보류하고 있는 것도 컷오프에 따른 역풍을 두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장면은 대단히 이채롭다.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한 새누리당 내에서 새삼 유승민 의원의 위상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비박계를 향한 친박계의 대대적인 저격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초미의 관심사는 이제 유승민 의원의 생사 여부로 모인다.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며 유승민 의원을 '콕' 찝은 이상 공관위는 어떻게든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도출해내야 하는 처지다.

대통령과 의원의 대결구도 자체가 문제

그러나 해법이 딱히 마땅치가 않다. 대통령의 하명을 따르자니 대구지역과 수도권의 역풍이 두렵고, 유승민 의원을 살리자니 대통령의 레이저 광선이 무섭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공관위의 결정이 어떻게 정해질지 아주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공천 결과에 상관없이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의 대결은 유승민의 승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왜 그럴까?

애시당초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과 대결 구도를 형성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 대결 구도는 자연스럽게 대통령을 가해자로 유승민 의원을 피해자로 만든다. 여론이 피해자에 우호적인 것은 상식에 속한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출마한 대통령의 최측근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박근혜 대 유승민'의 대결에서 지역주민이 유승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만에 하나 유승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온다면 대통령과 친박계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차세대 정치 리더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될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까지도 넘볼 수 있다. 어떤 결과가 도출된다 한들 유승민의 이름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싸움인 것이다. 비상식적 만용이 공감을 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대통령과 유승민의 대결, 이 싸움의 승자는 명확하다. 대통령은 절대로 유승민 의원을 이길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새누리당 7차 컷오프#이재오 컷오프#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박근혜 배신의 정치#유승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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