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9세인 아내가 그녀의 생에 세 번째로 대학 학부생으로 입학했다. 낮엔 공부하고 밤엔 일하는 아내, 그녀의 신입생 환영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내는 "울컥했다"라고 했을까. 지난 15일 화요일 두원공과대학교 천마체육관 강당에서 진행된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하고 난 아내의 소감과 정황을 들었다. 아내와 의논해 아내의 시점으로 글을 썼다. 이 세상에 도전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이 글을 나누고자 한다. - 기자말
내 나이 26세 때 부산신학교를 졸업했고, 41세 때 두원공과대학교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했다. 8년이 지나고 나는 다시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 참여한다. 내 생에 세 번째 맞는 학부 신입생 환영회니 만큼 감회가 새롭다.
입학식 이후 처음으로 신입생 전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총학생회의 주관으로 신입생 환영회가 열렸다. 이사장님과 교수님들의 좋은 말씀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말씀'은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온다. 바로 총학생장의 마이크에서 흘러나온 말이 나를 울컥하게 했다.
"우리는 지금 청춘이다. 꿈을 향해서 대학을 왔고 열심히 준비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젊은 청춘이기에 청춘을 즐기며 가야 한다."그의 말 중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건 물론 '청춘'이라는 두 글자다. 청춘? 그렇다. 그들은 청춘이다. 나와 같이 이 자리에 서 있는 신입생도, 이 행사를 주관하는 선배들도 모두 청춘이다. 그럼 나는? 마흔아홉 나이의 나는 청춘인가.
50이 다 된 나이에 간호학과를 지원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학기가 시작되고는 더 만만치 않았다. 난 요즘 '주경야독'이 아닌 '주독야경'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밤엔 요양병원 간호과에서 근무하고, 낮엔 대학교 간호과에서 공부한다.
주부로서, 간호조무사로서,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이 밀려오면, 벌써 허덕이곤 한다. 난 어떻게 여기 와 있지, 뭐 하러 여기 와 있지, 잘 가고 있나, 잘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들이 나를 짓누르곤 한다.
그런 데다가 같은 수업시간에 들은 과제들에 대해 해석하는 능력과 완수하는 능력이 동료 청춘들보다 느릴 때, 나이의 벽을 느끼곤 한다. 각오한 일이었지만, 막상 겪노라니 '나이 탓'을 하게 된다.
이러고 있을 때, 학교에서 가장 왕성한 청춘 중 한 사람인 총학생장이 나와서 "우리는 지금 청춘"이라고 선언해주니, 뭔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마치 그가 내게 "마흔아홉인 당신도 청춘이다, 우리 같이 청춘을 즐기고 청춘의 힘으로 꿈을 향해 같이 가자"라고 말해오는 듯하다.
그는 늘 해오던 식으로 '청춘'을 이야기 했겠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총학생회장이 내게만 "힘내라, 응원한다, 우리는 다 같은 청춘이니까"라고 말하는 듯하니, 어찌 내가 울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총학생장의 응원(?)에 힘입어 나는 30년이라는 간격의 벽을 넘어 슬쩍 '청춘'이 된다. 청춘들과 함께하는 이 자리가 참 소중해진다. 이 사실을 일깨워준 총학생회장이 정말 고맙다.
오늘 이후로 나 스스로도 '나이 탓' 하며 앓는 소리를 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이래 뵈도 우리 학교 총학생장이 인정해 준 '청춘'이니까. 호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