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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엄마와 함께 지난 16일에 별세하신 네 작은할아버지를 송별하고 돌아왔다.

 새로 조성된 산소에서 바라본 고향마을
새로 조성된 산소에서 바라본 고향마을 ⓒ 이안수

88세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하신 작은할아버지께서 작년에 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 '다음은 내 차례구나!'라고 혼잣말을 하시던 모습이 뇌리에 선명하구나. 불과 5개월 만에 그 말씀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발인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선산인 앞산으로 모셨다.

 작은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고향마을의 매화는 봄비 속에서도 새로운 봄에 모든 생명을 집중하고 있구나.
작은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고향마을의 매화는 봄비 속에서도 새로운 봄에 모든 생명을 집중하고 있구나. ⓒ 이안수

산역(山役)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작은집 식구들이 떠난 분의 생전 짐들을 정리하는 것을 보니 비로소 내게도 작은아버지가 정말로 영영 떠났다는 것이 현실이 되더구나.
     
#2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 그것은 삶의 관계에서 보면 한 사람의 자연인이 소멸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는 남편을 잃은 것이며 누구는 아버지를 잃었고 누구는 할아버지를 잃었다. 누군가의 형이 떠난 것이고 동생이 떠난 것이며 친구가, 이웃이 영원히 떠난 것이다.
 
내가 귀경하기 전 마을 어른들께 작별인사를 드리기 위해 마을회관에 들렸다. 마침 어른들이 모두 모여 계셨다.
 
"우리의 대장이 떠나서 얼마나 서운한지..."
 
장네댁 할머님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 재차 물었다.
 
"작은아버님이 마을에 무슨 일을 맡고 계셨었나요?"
 
삿골댁 할머니께서 내 의문을 풀어주었다.
 
"나이가 제일 많으니 대장이지. 작년까지는 용촌어른(네 할아버지) 연세가 제일 많았으니 대장이셨고 그 자리를 물려받은 사람이 불과 반년도 안 되어서 또다시 떠나니 얼마나 서운한가."
 
그러니까 동네 어른들은 마을에서 연세가 제일 많은 분을 대장으로 호칭하고 있었던 거야.
 
이렇듯 자연인 한 사람은 관계 속에서 보면 수많은 역할의 여러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너 또한 마찬가지다. 너는 나의 아들이고 누나들의 동생이며 할머님의 애닮은 손자이다. 그 훈련소 안에서도 소대장의 소대원이고 조교의 훈련병이자 전우조의 전우이다.
 
그러므로 어떤 결정도 자기 자신만의 고뇌나 고난, 상찬이나 포상을 염두에 두고 경솔하게 결심하거나 실행해서는 안 된다.
 
니체는 "사람의 가치는 타인과의 관계로서만 측정될 수 있다"라고 했다. 그 모든 역할에서 관계의 좌표를 읽도록 해라.
 
그 관계에서 네 행위의 준칙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자세'가 돼야 한다.
 
춘분이 지났다. 모티프원의 정원에도 봄이 가득하구나. 나는 오늘 자연과 나의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의 숙고를 계속하고 있단다.
 
훈련소의 너와 이 봄을 공유하는 것으로 너에 대한 그리움을 삭인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훈련병#입대#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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