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체 : 22일 오후 11시 15분] 세월호 유가족을 두고 "시체장사" 등 막말을 해 징계를 받았던 인사,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당시 청와대와 손발을 맞춘 것으로 지목됐던 인사,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의 육사 동기인 인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2일 발표한 4.13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중 일부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지역구 후보 선정 때보다 열배, 스무 배의 정성과 노력으로 '이 시대의 살아있는 영웅'을 기대하는 국민적 여망과 바람에 다가가려 했다"라며 이를 발표했지만 당장 후보들의 경력만 살펴봐도 동의하기 힘든 결과였다.
당선안정권인 20번 안팎의 후보들만 살펴보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에 적절한 인사를 배치했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다. 또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 비해 다문화·탈북자·경제전문가 등이 적어 '전문성 강화와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비례대표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국정과제 뒷받침할 인물 필요했다?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송희경 전 KT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사업단장나 비례대표 8번을 받은 김성태 전 한국정보화진흥원장, 비례대표 19번을 받은 조명희 전 18대 대통령 소속 국가우주위원은 박 대통령의 주요 국정아젠다인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인사로 보인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송 전 단장은) 두 자녀를 둔 28년차 '워킹맘'으로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산업의 여성 R&D 전문가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에 기여할 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성태 전 원장도 2013년 대한지적공사·부산시·해군군수사령부·KOTRA 등에서 '창조경제와 정부 3.0'을 주제로 특강에 나서며 '창조경제 전도사'로 활동했다.
조 전 위원은 지역구 공천에서 미끄러졌으나 비례대표로 '돌려막기' 된 케이스다. 그는 당초 대구 중남구에 출마를 선언했다가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 수성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공관위는 이 지역에 이인선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공천하는 대신, 조 전 위원을 당선안정권인 비례대표 19번에 배치했다.
비례대표 3번 임이자 한국노총 중앙여성위원장, 비례대표 4번 문진국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4대 개혁 중 하나인 노동개혁을 뒷받침할 인사다.
임 위원장은 이미 '쉬운 해고' 논란을 부른 정부의 양대 노동지침 강행에 대한 총력투쟁을 결의한 한국노총 핵심 임원임에도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를 신청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문진국 위원장도 2013년 한국노총 위원장 재임 당시 박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미국 순방길에 함께 오른 인사다. 그는 이 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협력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분"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부·여당 도왔던 인사들, '공천'으로 보은한다? 정부·여당에 적극 협조했던 인사들에 대한 '보은공천'이란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이날 비례대표 6번을 받은 김규환 현 국가품질명장을 두고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상태에서 기술 하나 없이 대우중공업 사환으로 입사, 남다른 성실성과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국가품질명장'의 칭호를 받았다"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김 명장은 이번 총선에서 깜짝 등장한 인사가 아니다.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일자리 특보로 임명받은 바 있다.
신보라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는 이번 비례대표 후보 중 '청년 후보'이자 '시민사회 후보'로 소개됐다. 이 위원장은 그에 대해 "청년 일자리 해결, 세대갈등 해소, 통일에의 기여를 목표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NGO 대표"라며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올바른 국가관과 애국심을 가진 청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 대표의 NGO 활동은 대개 새누리당의 정책을 뒷받침하는데 활용됐다. 그는 지난 2015년 4월 공무원연금 개혁 갈등 당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노조의 양보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해 7월엔 '청년고용 촉진 및 노동시장 개혁을 바라는 청년선언 1만 명 서명'을 새누리당에 전달했고, 8월엔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의 '청년 구직자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즉, 정부·여당의 개혁 작업에 '청년'의 이름으로 힘을 실어주는 자리에 동참했던 것이다.
비례대표 9번을 받은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 위원장은 "(전 전 사무총장은)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지적하고 올바른 역사국정교과서 채택을 위해 노력하는 등 대한민국의 헌법가치 수호와 국가관이 확실한 여성지도자"라고 강조했다.
비례대표 10번을 받은 김종석 여의도연구원 원장도 마찬가지다. 유정회(유신정우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된 의원들이 구성한 원내교섭단체) 회원을 지낸 김세배 전 의원의 아들인 그는 2008년 친일·유신체제 미화 논란을 일으킨 <대안교과서> 집필진 중 한 명이다. 앞서 그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와 사단법인 뉴라이트재단 이사도 맡은 바 있다.
비례대표 17번인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1, 2기 민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1기 땐 민생경제분과에서, 2기 땐 균형경제 분과에서 활동했다.
비례대표 12번을 받은 유민봉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진박(眞朴) 공천'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출범 때부터 박 대통령과 함께 했던 그는 지난해 국정기획수석실이 정책조정수석실로 재편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와 함께 물러났던 윤창번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서울 강남병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여성우선추천지로 지목되면서 최종 낙천했다.
박지만 육사 동기·세월호 유가족 막말 인사·채동욱 찍어내기 연루자까지 부적절한 과거로 논란을 일으킨 후보도 있다.
비례대표 5번을 받은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은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 후보로 나섰다가 낙마한 뒤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부른 인사다. 또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으로 불거진 철도노조 파업의 관련 책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20대 총선 불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말을 어기고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비공식으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했다. 결국 거짓말을 한 것이다.
비례대표 15번을 받은 김순례 대한약사회 여약사회장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시체장사" 등의 막말로 비난하는 글을 SNS에서 공유해 대한약사회로부터 징계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대한약사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김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명령했다.
비례대표 16번을 받은 강효상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당시 청와대와 관련이 있다고 지목됐던 인사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8월 중순 (채 전 총장 혼외자의) 정보를 듣고 <조선일보> 강효상 편집국장을 만났다"라며 "곽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라고 했고 <조선일보> 보도가 나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곽 전 수석과 강 전 국장은 대구 대건고 동문이기도 하다.
군 인사들을 전면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이종명 전 육군대령, 윤종필 전 국군간호사관학교 교장,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각각 비례대표 2번, 13번, 22번을 받았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국군기무사령관 출신의 송영근 의원만 당선안정권에 배치됐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약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신원식 전 본부장은 육사 37기로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의 동기다. 이 때문에 앞서 신 전 본부장은 박 대통령 당선 후 장관급으로 격상된 청와대 경호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당선안정권에 배치된 '깜짝 인사'는 바둑기사 조훈현 9단 뿐이다. 조 9단은 원유철 원내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허정무 전 국가축구대표감독은 비례대표 32번을 받아 당선 가능성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