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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4월, 새누리당 김순례 후보가 게시한 '세월호 막말' 글.
지난해 4월, 새누리당 김순례 후보가 게시한 '세월호 막말' 글. ⓒ 페이스북 갈무리

"현재 국가유공자가 받는 연금액의 240배까지 받을 수 있는 대우라 한다. 이러니 '시체장사'라는 말이 나돌 만도 하다. 이와 유사한 과거 크고 작은 안전사고 때 이런 터무니없는 유족들의 행위는 한 번도 없었다. 국가에 대하여 보상을 바라지도 않았고 그런 비겁하고 거지근성은 생각지도 않고 넘어갔다.

종북 정치인들은 이번 세월호 사건을 폭동의 불씨로 키우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종북주의자들은 원래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 주장을 하다가 폭동을 일으킨다는 것은 온 국민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논리도 괴이하지만, 글 자체가 정말, '후졌다'. 비문이 넘실거리고 표현이나 단어 하나하나가 원색적이다. 이런 글을 소셜미디어 공간에 버젓이 공유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세월호 유족들을 향한 이러한 막말에 적극 공감한다면,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주장을 펼치는 여타 국민들은 또 어떤 '막장급'으로 다루겠는가.

위와 같이, 지난해 논란이 됐던 대한약사회 김순례 전 부회장의 공유 글은 진정 참담함을 안겨 준다. 수준도 수준이지만, 이미 참사 후 1년이나 지난 시점을 감안하면 그 저열하고 해괴한 논리에 슬픔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지난 22일 새누리당이 이 김순례 부회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순번은 15번으로 당선권에 가깝다. 이러한 결과는 비단 김순례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로 심각하다.

무릇 비례대표의 면면은 그 당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기 마련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명단 발표 이후 논란이 일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순례 후보의 공천은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의 해결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를 그대로 드러내 준다. 더불어 막말의 수위로 짐작건대, 새누리당의 수준과 욕망까지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김순례 후보 공천은 국민에 대한 모욕" 

 김순례 후보와 관련한 JTBC 보도 화면.
김순례 후보와 관련한 JTBC 보도 화면. ⓒ JTBC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는 누차에 걸쳐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서 '시체장사', '거지근성'등 인간으로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글들을 SNS에 퍼나르다 크게 물의를 빚은 김순례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의 비례대표 신청을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소외되고 아픈 이를 돌봐도 시원찮은데 약자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도 지니지 못한 이가 이런 시각으로 어떻게 다양한 국민 계층을 아우르는 정치를 하겠는가? 그가 세월호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국회의원을 생각하는 것을 우리로서는 묵과할 수 없다.

보수나 진보를 떠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격도 지니지 못한 인사가 약사를 대표하여 비례대표가 된다는 것은 전체 약사들에 대한 아니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약사회를 발판 삼아 국회의원이 되려하는 김순례 전 부회장은 더 이상 약사사회를 욕되게 하지 말고 스스로 비례대표 신청을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새누리당도 약사 사회와 같이 하고자 한다면 비례대표로 김순례를 선정해서는 안 되며, 이를 통해 그가 약사사회의 대표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문장 하나하나에 결기와 분노가 전해 온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22일 내놓은 논평 중 일부다. "보수나 진보를 떠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격도 지니지 못한 인사가 약사를 대표하여 비례대표가 된다는 것은 전체 약사들에 대한 아니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는 문장이 두 눈에 콕 들어와 박힐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지난해 5월 김순례 후보의 막말이 논란이 일자 대한약사회는 자체 조사 끝에 이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한 김순례 부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김순례 부회장은 김지하 시인의 글을 공유한 것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심지어 글은 김지하 시인의 것이 아닌 걸로 드러난 바 있다. 또 김순례 부회장은 잇따른 사과 요청에도 "자신의 잘못은 없다"며 사과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과오를 인정하기는커녕 유언비어를 유포한 것이 고의가 아니었다는 뻔뻔한 거짓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도저히 6만 약사들의 대표자로서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김순례 부회장은 사과 없이 변명만 늘어놓았고, 대한약사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을 당시에도 억울하다는 읍소만을 반복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세월호 성남시민대책회의 등 시민단체까지 합세해 김 부회장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리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새누리당은 버젓이 '비례대표 15번 김순례'를 세상에 내놓았다. 

2년 간 이어진 새누리당의 '품격이하' 막말들

말실수 한 번이 뭐 대수냐고? 이미 반성하지 않았겠느냐고?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일단 그러한 판단은 피해자 입장을 되짚은 것이 순서다. 심지어 김순례 부회장은 논란 이후에도 계속 대한약사회 부회장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지난 17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김순례 후보와 관련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격도 지니지 못한 인사가 약사를 대표하는 비례대표가 된다는 것은 전체 약사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격. 자신이 '국민을 위한 일꾼'이라 여긴다면, 국회의원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덕목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순례 전 부회장을 떡하니 당선권에 꽂은 새누리당의 행태는 이에 반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한 새누리당의 품격은 그간의 막말 사례에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2일, 참여연대는 20대 총선과 관련해 '한국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19대 국회의원의 발언과 태도 - 20대 총선 전에 유권자가 꼭 알아야 할 국회의원 말말말'란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민주주의, 인권, 국방, 외교, 남북관계, 민생, 노동, 복지, 조세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거진 주요 이슈들과 관련한 국회의원들의 발언과 태도를 조사한 것이다. 이 중,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사 유가족들에게 내뱉은 막말들을 대략만 꼽아 봐도 이 정도다.

"(국회 본청 앞에) 줄 치고 옷(빨래) 걸어놓고, 그게 모양새가 뭐냐. 그 모습이 노숙자들이 하는 것 같은 느낌." (2014년 8월 1일 국회 본청 앞에서 19일째 단식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김태흠 새누리당, 충남보령시서천군 공천확정)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해 달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 "세월호 사망자들이 수 억원의 보험금을 받는다",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들을 국가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 (2014년 7월 10일 본인의 카카오톡으로 당직자와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 심재철 새누리당, 경기안양시동안구을 공천확정)

"참사 직후의 대응책임은 재해대책본부나 해수부, 해경에 있는 것이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행적조사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위법이거나 월권행위에 해당", "특조위의 권한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법 개정이 안 되면, 특조위 해체를 검토해야 한다" (2015년 11월 26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인터뷰 중에서, 당시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안효대 새누리당, 울산동구, 공천확정)

참여연대는 이들 외에도 김용남, 김종태, 김진태, 원유철, 이완영, 조원진, 이완영, 주호영, 하태경, 황태하 의원을 대표적인 '세월호 막말' 의원들로 선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죄다 공천이 확정된 이들 의원들이 2년 동안 내뱉은 발언들은 대통령을 옹호하고, 유가족을 비하하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흔들었던 대표적인 언사들이다.

새누리당, 김순례 후보 공천 취소하시길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한심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수준과 시각이 수준이하여서 애처롭고 안쓰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그것이 새누리당의 수준임을 감안하면 절대 묵인할 수 없는 '막말'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인사를 공천 확정했다.

참사 당시 고박 업체인 우련통운의 부회장이었던 배준영(인천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후보는 지난 20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지역구 출마를 확정 지었다. 인천 총선넷 등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대해 배 후보는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새누리당은 아예 언급조차 없는 실정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박주민 민변 변호사를 장고 끝에 서울 은평갑에 공천 확정했다.

오는 28일과 29일 양일간 두 번째 세월호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국회가 장소 제공을 거부해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이번 청문회는 시작도 전에 총선에 대한 열기로 인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간 새누리당이 벌여 온 '특조위 흔들기'와 함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원하는 유가족과 국민들을 애타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어선의 선원 및 잠수사, 전·현직 해경 여러분들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라는 요청을 내보냈다.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관련 방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이다. 그렇게, 우리는 아직 세월호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은 물론 여러 제반 사항과 관련한 합의와 준비, 그리고 이후 대비까지도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월호 막말' 후보자를 버젓이 비례 대표 당선권에 올려 놓은 새누리당은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더불어 막말 의원들이 모두 공천을 확정지은 대목은 어쩔 수 없이 새누리당의 수준이하의 품격을 '셀프 광고'하는 꼴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최소한 김순례 후보와 배준영 후보의 공천은 취소하시라. 그 길만이 여당인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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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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