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에게 아침, 점심, 저녁으로 꼭 일용한 양식(?)을 제공했다. 그 선한 행동의 뒷면에 나타날 후폭풍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의 어느날. 아침에 엄마가 보낸 카톡 사진 한 장. 처음엔 이게 뭔고 하고 확대해서 보니 옷장 속에 어미고양이가 새끼고양이한테 젖을 물리고 있었다. 이유인즉 새끼 밴 어미고양이가 새끼 날 때가 가까워 '명당'을 찾아 며칠 사이 집안을 들락날락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빗자루를 가지고 호통을 치며 쫓아냈다고 한다. 집안에 들어온 걸 목격은 했는데 어디로 몸을 숨겼는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고…. 다음 날이 돼서야 '설마 여기엔 없겠지' 하고 낡은 옷장을 확 열어보니 그 안에 벌써 새끼를 낳아놓고 곤히 자고 있더란다.
엄마는 마당에서 안 쓰는 항아리에 헌옷을 넣어두고 고양이 가족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다. 하지만 어미고양이는 그곳이 풍수지리에 맞지 않는 곳이라 여겼는지 열린 차 보조석에 새끼를 물어다 옮겨놨다. 영문도 모른 채 시내에 나가려고 차 문을 연 아빠는 기겁했다고 한다. 새끼 고양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크기 시작했고, 먹는 양은 배로 늘어났다.
현관문 밖에 밥그릇을 놔뒀는데, 동네 길고양이들 사이에 소문이 났는지 하나둘씩 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관문만 열려 있으면 주방으로 가서 쟁반을 엎고, 남은 밥을 먹고, 심지어 이불에 오줌을 지리고 도망가기까지 했다. 아직 고양이 한 마리가 집안에 들어와서 탈출구를 찾지 못해 못 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 작은 몸을 어디에 숨겼는지 찾을 길이 없고….
우리 집은 길고양이 반상회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제는 동네 고양이 호구조사 하려면 굳이 멀리 안 가고 우리 집에 오면 될 정도다. 나는 현재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아빠와 대치 중이다. 고양이 문제를 신속히 처리하기 전에는 딸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거라는 무시무시한 포고와 함께…. 아! 혹시 '주객전도'란 단어를 모르시는 분을 위해 쉽게 설명을 하자면, 위의 글처럼 밖에 살던 고양이가 집의 주인으로 들어오고, 집에 살던 주인의 딸은 멀리멀리 내쫓긴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2월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