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뽑아주는 건 기업이다. 기업들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주려면 투자를 해야한다. 우리 대기업만 해도 장내가 불안해서,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희망이 없는 사업 정리하고, 성장 동력이 되는 쪽에 투자하려고 고심하고 있다. (이것을) 정부가 도와야한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을 하는 돈을 지원하는 데 너무 소극적이다."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8일 공천자 대회에서 7대 경제 공약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강 위원장의 1번 공약은 이른바 '기-승-전-대기업'이었다. 청년 일자리는 물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활성화 역시 대기업의 투자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1번 경제 공약인 '경제 민주화'에 비춰봤을 때, 다소 핀트가 어긋난 약속들이었다.
강봉균 선대위원장의 경제 공약 1번, 핵심 주어는 '대기업'그는 벤처 기업의 활성화 역시 "대기업이 도와줘야한다"며 거대 자본의 역할을 두둔했다. 강 위원장은 "벤처 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 뿐이다"라면서 "이걸 기술로 현실화하고,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대기업이 도와줘야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어떻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가를 정책에 담을 것이다"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의식한 듯 더불어민주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비판도 더했다. 강 위원장은 "더민주처럼 대기업에 족쇄를 채우고, 이것도 하지마라, 저것도 하지마라 해서 청년 일자리가 생겨나나? 대기업 발목을 잡으면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대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대신, 투자와 지원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친(親)대기업' 기조를 총선 경제 공약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강 위원장의 이같은 '대기업 중심' 경제 공약은, 실제 새누리당이 '미래 성장 동력 육성'을 위해 내건 공약과 다소 결이 다르다. 새누리당의 제20대 총선 정책 공약집을 살펴 보면, '중견 기업 수출 경쟁력 제고 및 글로벌 기업화 지원', '중소기업의 특허 기술 경쟁력 제고 및 경영 안정 기반 제공', '벤처 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 일몰조항 폐지' 등 미래 성장 동력 유성 부문 7개 공약 중 6개가 중소, 중견, 벤처 기업을 위한 정책으로 채워져 있다.
한국 경제 위기의 대표적 '뇌관'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계 부채'에 대해선 "그렇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가계 부채의 근거를 주택 담보 대출로 꼽으며 "우리 나라의 주택 대출 제도는 돈을 빌리고 2, 3년 있다가 갚으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에선) 일하는 동안 20년 걸쳐 갚으라고 한다, 왜 우린 그걸 못하나? 장기 분할 상환 제도로 주택 대출을 바꾸면 가계 부채의 내환을 뽑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의 해결 방법으로 대출 상환 기간 연장을 내세운 것이다.
강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 재정경제부장관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이다. 16대, 17대, 18대 총선에서 야권 후보로 당선된 3선 중진 의원 출신이지만,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전북지사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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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인사로 분류됐지만, '경제민주화 속도 조절론'을 펼치는 등 박 대통령의 '공약 다이어트' 행보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는 2013년 당시 "복지 공약의 수정은 불가피 하다"며 박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공약 후퇴를 감싼 바 있다. 28일 공천자 대회 현장에서도 기초 노령 연금 공약을 언급하며 "더민주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4년 전 선거에서 표를 사기 위해 보편적 복지를 내걸었다... (중략) 다름 아닌 포퓰리즘이다"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무성 "이제 공천은 끝났다, 책임은 내가 진다"
"픽미픽미 픽미업~ 새누리당 픽미업~"한편, 이날 공천자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총선 예비 후보자들이 대거 상경해 자리를 채웠다. 공천 티켓을 얻은 이들은 청년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픽미'를 개사한 선거 운동 노래를 배경으로 "필승! 파이팅!" "축하합니다" 등의 덕담을 나눴다.
'옥새 투쟁'이라 불리는 공천 거부 파동까지 벌인 김무성 대표는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무대 중앙에 섰다. 그는 공천자 대회에서 만큼은 '하나된 힘'을 강조했다. '갈등과 분열이 완전히 끝났다'는 총선 모드를 과시하려는듯 야당을 향한 강한 비난과 승리에 대한 확신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야당을 지칭하는 주어에 '운동권 정당'을 반복해 넣으며 비판을 가세했다. 그는 "운동권 정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테러방지법을 페기한다고 한다, 운동권 정당은 국민을 속이는 포퓰리즘을 외친다"면서 "사사건건 반대만 일삼으며 자신들이 민생을 살린다고 거짓말 한다"고 꼬집었다.
갈등 봉합을 위한 웅변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이젠 공천은 끝났다,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간다"며 "다시 한 번 나라를 구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총선의 필승을 다지자"고 외쳤다. 김 대표가 목에 힘을 줄 때마다 착석한 후보자들은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새누리당 만세"를 외친 대목에선 대회장이 떠나가라 "만세"를 이어 따라 외치기도 했다.
대회장 바깥에선 무공천 판정으로 출마도, 탈당도 할 수 없게 된 유재길(서울 은평을) 후보가 '무공천은 위법!'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성명서에서 "옥새투쟁을 벌인 김무성 대표의 위법적이며 무책임한 무공천 결정으로 저 유재길과 같은 정치 신인을 희생시켰다"면서 "저는 이번 결정의 최대 피해자가 되었다"고 토로한 그는 당 지도부가 입장하기 전 국회 방호처 직원의 저지를 받고 대회장에서 쫓겨 났다. '공천은 끝났다'는 김무성 대표의 말과 달리, 아슬아슬하게 잦아든 공천의 잡음은 다 잡히지 않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