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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선거가 대부분 학교에서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학교 민주화와 소통을 위해 1996년 처음 도입된 학운위가 '시행 20년을 넘기며 유명무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14개 초중고 조사했더니 '97.7%가 무투표'

 경기지역 초중고 학운위 구성 현황 자료.
경기지역 초중고 학운위 구성 현황 자료. ⓒ 박형준

28일, 경기도교육청이 지역 초중고 2314개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학운위원 구성 현황' 문서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2013~2015년 사이 학부모위원 선거를 실시한 학교의 평균 비율은 5.01%에 그쳤다. 94.99%의 학교가 선거 없이 '무투표'로 학부모위원을 임명한 것이다.

교원위원 선거는 더 심각했다. 같은 기간, 선거가 실시된 학교 비율은 조사 대상 2314개교 가운데 1.89%였다. 98.11%의 학교에서 활동한 교원위원이 '무투표 당선자'였던 셈이다.

이는 강득구 경기도의회 전 의원이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전에 경기도교육청에 요구한 자료다. 해당 자료를 보면 경기도 지역 초중고의 97.7%가 투표로 뽑아야 하는 학운위원(교원위원, 학부모위원) 선거에서 경선을 진행하지 못했다.

최은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운위원 무투표 당선이 많은 까닭은 학교장 등이 특정 후보들을 내정해놓은 뒤 경선을 사실상 회피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후보 사퇴를 종용한 학교 문제로 학부모들의 상담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민주시민 교육을 강조하는 학교가 민주 선거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경선을 통해 뽑은 학운위원이라야 더 대표성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과거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무투표라고 해서 비민주적인 게 아니다. 학부모 지원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결격사유가 없다면 지원한 학부모가 위원으로 당선된다. 지원자가 많다면 당연히 투표절차를 거친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교장 안건발의가 대부분, 10년 전보다 심화

한편, 경기도교육청의 '학운위원 구성 현황' 문서를 보면 2015년까지 최근 3년간 이 지역 2314개 초중고의 학운위에서 논의된 안건은 모두 26만9937건이었다. 한 해 평균 8만9979건이다.

그런데 이들 안건 가운데 99.7%인 26만9134건은 학교장이 발의한 것이었다. 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 지역위원의 안건 발의 비율은 0.3%(803건)에 그쳤다.

이런 비율은 2006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약 10년 전인 2004~2005년 학교장 안건 발의 비율 93.4%보다도 늘어난 것이다. 학운위에서 학교장의 입김이 더 세진 것으로 해석된다.

임덕연 교사(경기 내손초)는 "학운위는 학교교육과정과 예·결산 등을 심의하는 막중한 법정기구인데 대부분의 위원이 교장의 박수부대 노릇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와 학부모는 학운위원 경선에 적극 나서고, 교육청은 경선을 막거나 특정 인사를 내정한 학교장을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학교운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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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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