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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비가 올 듯 봄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왠지 우울해 지는 날이다.  최근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내 곁에 있는 사람, 내가 살고 있는 공간,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지만 현실의 아픔은 그렇지가 않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예전으로 돌아온 듯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는 치유가 쉽지가 않다. 오래도록 머물 것 같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드러낼 자신이 없다. 다만 이번 일이 실수가 아닌 잘못이란 것, 그래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 가장 힘든 일은 내 스스로를 용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며칠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왜 그랬을까?"를 반복했지만 되돌릴 수 없다는 후회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제 자리를 찾으려 발버둥치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아내가 있어 힘을 내고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짐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 글을 쓰고 있다.

처음 일이 닥쳤을 때 아내가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아니 영원히 잊을 수가 없을 것만 같다.

"걱정하지 마,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되돌릴 수도 없는 거잖아."
"돈 걱정은 하지 마, 이럴 때 쓸려고 돈 버는 거잖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힘내."

잘못을 원망하는 말이나 눈빛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고 오직 나를 걱정하는 진심이 전해져 왔다. 물론, 그 당시엔 머릿속이 복잡했기에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지만, 며칠이 지나고 몸과 마음을 조금 추스르고 나니 "세상에" 놀라움과 감동이 밀려온다.

대부분의 경우엔 화부터 내고 따지고 들어서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고 생채기만 내고 해결되는 것도 없고 악순환의 연속일 거란 생각과 한편으론 부부가 일상의 소소한 일로는 많이 싸우지만 결정적으로 큰일이 일어났을 때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만약의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나는 자초지종은 들어보지도 않고 결과만 놓고 분명 화부터 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아내도 힘들었을 것이고 지금도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그날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원망하는 내색을 보인 적이 없다. 아마 시간이 지나 모든 것이 해결되고 제자리로 돌아올 즈음 그때 따지듯 이야기 할 것이다.

현명함에 박수를 보낸다. 아마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은 아내와 결혼 한 것이다, 라고 외치고 싶은 날이다. 그래서 감사하고 행복한 날이다.

앞으로 살면서 지금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좋은 남편으로 함께 할 것이다.

"여보, 고마워, 잊지 않을게, 그리고 사랑해." 뻔한 말이지만, 꼭 이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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