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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직원들의 업무부하를 낮추고 휴가를 확대하는 등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시청 신청사 정문.
서울시는 직원들의 업무부하를 낮추고 휴가를 확대하는 등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시청 신청사 정문. ⓒ 연합뉴스

서울시가 직원들의 업무 부하를 완화하고 휴가 사용을 권장하는 등 조직 분위기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으나 직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직원 간 업무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숙련된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고난이도 업무가 부여되도록 조정된다.

또 간부부터 휴가 가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5급 이상에 '간부 휴가 목표제'를 도입, 휴가일이 목표일에 미달되면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직원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인사담당 간부가 직접 대면 상담하는 비공개 원스톱 창구도 신설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30일 오전 8시 올해 첫 직원 정례조례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직원 중심의 조직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한 것은 지난해 연말 잇따라 발생한 직원 자살 사건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서울시 대기관리과 직원 A씨(48)가 서소문청사에서 투신해 숨진 데 이어 나흘 후인 28일에는 재무과 직원 B씨(40)도 서소문청사 1동과 3동 사이 바닥에 추락해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한 동안 서울시 직원들 사이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으로 극심한 업무부담과 인사 이동, 상사와의 갈등 등이 꼽혀 서울시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건 직후 박원순 시장의 지시로 행정1부시장을 팀장으로 하는 조직문화 혁신TF가 꾸려졌고, 직원대표 토론회, 직원 설문 등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고충과 의견을 수집했다.

특히 본청 및 사업소 전 직원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가장 많은 직원이 '직원 간 업무 편중 완화'와 '재충전을 위한 휴가 확대'를 시급한 개선과제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실무 인력 확충' '소통·감성형 리더십 확립을 위한 관리자 교육' '눈치 보지 않고 휴가 쓸 수 있는 분위기 조성'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직접상담 확대' 등이 뒤를 이었다.

"간부들 휴가 안 가면 연가보상비 안 주겠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우선 직원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업무를 완화하기로 했다.

'직급·경력별 업무분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 직원의 담당 업무량을 분석해 불합리한 편중현상을 조정하고, 기피·격무 업무 부서에 대해선 사례 분석과 직원 인터뷰를 통해 기피업무를 유형화하고 유형별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모든 업무가 하위급 직원에게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휴가 확대를 위해서는 간부들의 직급별 목표 연가일수(3급 이상 15일, 4급 13일, 5급 10일)를 정하고, 그 이상 사용했을 때만 남은 연가에 대한 보상비를 지급하도록 해, 휴가사용에 소극적인 간부는 연가보상비를 전혀 받을 수 없게 하는 '간부휴가목표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간부들이 휴가를 가야 직원들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시 3급 이상 간부의 평균 휴가일수는 8.3일로 12.3일인 직원 평균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직원들이 매월 연가사용계획서를 수립하면 부서 복무담당이 일괄 상신·관리하고, 대면보고 부담 없이 결재 문서에 따라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시행한다.

일부 간부의 경우 권위적, 수직적 행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에 따라 3-5급 관리자들에게 '관리자 소통·감성 리더십 특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매월 '이달의 간부'를 선정, 시상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신변 노출 우려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고 편하게 상담할 수 있도록 인사담당자가 직접 고충을 상담하는 비공개 원스톱 창구를 신설하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도 신설하도록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 권우성

"시도 때도 없이 내려오는 지시... 어떻게 모른 체 하나"

그러나 실제 직원들은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또 나왔냐"는 반응이다.

지난 2012년 시청에 들어왔다는 한 본청 주무관은 "그해에도 업무경감 캠페인을 했는데, 이후 매년 같은 패턴으로 진행되고 결과도 엇비슷하다"라면서 이번 가이드라인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손사래쳤다.

그는 이어 "6-9급 주무관들이 주로 맡겨진 업무를 하고, 팀장과 과장은 결재보고나 회의참석을 주로 한다"라며 "이번 방안대로 하면 팀장 이상 간부들이 주무관들의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업무분장이 엄격한 공무원사회에서 그게 가능할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간부휴가목표제에 대해서도 "그게 시행되면 담당자가 정해지고 간부들이 휴가를 얼마나 썼는지 체크하고 결과보고 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누군가에겐 새로운 일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부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본청의 한 팀장급 간부는 "지난 휴가 때 카톡으로 오는 질문에 답하느라 힘들었다"라면서 "위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내려오는 지시를 어떻게 모른 체 하나,  간부들은 아마 연가보상비를 포기하고 해오던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모 본부 주무관은 "정해진 계획대로만 일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시장의 공약·관심사항이나 간부의 추진방향에 따라 새로 생겨나는 일 때문에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라면서 "계속 추가되는 일의 우선순위와 경중완급을 가려주는 간부들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되면 휴가는 가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본청의 또 다른 주무관은 "아무리 가이드라인을 줘도 현실적으로 일이 주어지는데 안할 수 있냐"라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런 시도를 자꾸 하면 장기적으로는 뭔가 바뀌지 않겠냐"라고 내다봤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이날 조례에서 "시민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행정도 융·복합화 되어서 자연스레 일이 많아지고 있다"라면서 "올해는 저나 부시장님들부터 법정휴가를 다 쓸 계획이니 실국장님들도 협조해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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