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 선언 3년 만에 서부경남 지역 공공병원 설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현숙 경남도의원과 '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가 30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연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위와 같은 주장이 나왔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진주의료원의 과오를 떠나 진주의료원이 수행하던 다양한 공공보건의료사업들이 민간에 이전됐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실종됐다"라면서 "그 사업이 민간에 이전되고 나서도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경상남도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2012년까지 진주의료원을 이용한 환자를 보면, 사천·하동·산청·고성·의령·합천 등 서부경남 시·군 지역 환자의 비율이 거의 15% 가까이 됐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이는 진주의료원 폐업이 단순히 진주시에 국한된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주의료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서부경남 지역의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라는 과제에 대한 해결은 더욱 절실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마련은 더욱 시급해졌다"라고 밝혔다.
서부경남 지역은 의료시설이 부족하다. 정 교수는 "서부경남의 건강 수준은 동부경남에 비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일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의 경우에는 동부경남보다 구조적으로 높다"라면서 "그러나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보건의료기관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서부경남의 경우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은 10개 시군 중 진주에 3개소밖에 없고, 이에 반해 동부경남의 경우 거제 3개소, 김해 4개소, 밀양 1개소, 양산 3개소, 창원 11개소 등 총 22개소라는 것. 정 교수는 "경남의 의료취약지역 9개 군 가운데 서부경남은 8개"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서부경남은 순환계통의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추세대로 간다면 경남의 다른 지역보다 사망률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동부경남에 비해 서부경남의 시·군들은 대체적으로 미치료율이 높고, 게다가 이들 지역은 경상남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들이다"라고 밝혔다.
정백근 교수는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의 당위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라면서 "서부경남 군지역들은 모두 가난하다, 공공부문의 2차의료 제공을 통해 취약한 지역주민들의 건강 안전망 역할을 하는 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에 대해 그는 "의료생활권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고, 입지가 선정된다 할지라도 그 입지는 서부경남 10개 시·군 중의 어느 하나가 될 것이며, 공공병원 설립의 추진 주체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공공의료정책과 법제도적 변화 전환"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발제를 통해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사태는 공공의료 강화의 중대한 계기점이 되고 있다"라면서 "진주의료원 사태는 공공병원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점이 됐고, 정부의 공공의료정책과 법제도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전환점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나 정책실장은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인해 서부경남지역 공공의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공공의료사업 민간 이전과 보건소 기능 강화로 공공의료 대체는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은 지역사회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고 공공의료 강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라면서 "의료환경 변화에 맞는 공공의료 확충은 지역사회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라 짚었다.
토론이 이어졌다. 강민아 진주시의회 복지산업위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민간병원에 이관된 공공의료사업들은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다"라면서 "경남도는 보건소 기능보강사업으로 의료공백을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보건소와 병원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부경남에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꼭 필요하다"라면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과 지방의료원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에 지역주민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조항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은 "도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공공병원이 정치적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라면서 "법적 규제가 마련됐다고 하더라도, 진주의료원 폐원과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공공병원 설립운동에 있어 공공의료시설을 보는 시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정해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과 최환석 <경남도민일보> 기자도 토론에 나섰다. 전현숙 경남도의원과 최세현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도민운동본부 공동대표도 인사말을 통해 서부경남에 공공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했던 홍준표 경남지사는 2013년 2월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고, 그해 5월 문을 닫았다. 경남도는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개보수해 지난해 말부터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사용하고, 1층에 진주시보건소를 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