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켄(Sanken)전기의 자회사인 '한국산연'이 생산부문 폐쇄를 결정해 60여 명의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쫓기는 처지가 됐지만,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경상남도, 창원시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산연은 1974년에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안에 설립되어 다이오드, 엘이디(LED) 조명 등을 생산해 왔다. 지난 2월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생산부문 폐쇄 결정하고, 영업부문만 운영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는 '새 명찰 발견'과 '물량 반출', '공장 화재 뒤 복구 지연' 등의 이유를 들어 '기획 정리해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회사 측은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산연 정리해고 분쇄 결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30일 오후, 산업통상자원부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 마당에서 '생존권 사수, 일본자본 횡포 규탄, 경영진 퇴진. 한국산연 정리해고 분쇄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노동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산연지회 조합원들이 몸짓을 배워 선보였고, 민중가수 우창수씨 부부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장과 관리원 건물 사이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기도 했다.
현장에는 '올해 아들 입학통지서 받았습니다. 다음 날 회사에서 해고예고 통지서 받았습니다' '20, 30대 청춘을 회사에 바쳤건만 찾아온 것은 정리해고'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정부와 경상남도, 창원시를 비판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양성모 한국산연지회장은 "며칠 전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장을 만나기 위해 요청했더니 힘들다고 하더라"며 "관리원은 외국자본에 의해 노동자들이 해고통지를 받았는데 뒷짐만 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한테 해고는 살인이다"라면서 "일본 자본의 횡포에 고용노동부와 관리원이 책임이 있는데도 가만히 있다, 정부가 나서서 상황 파악을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자본과의 싸움에 그치지 않고, 정부와 창원시장 등 관계 기관들의 책임을 함께 물어나갈 것"이라며 "이 투쟁이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강고한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로 말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정부와 창원시가 해야 할 일은 국민과 시민이 굶지 않고, 아프지 않게 보살피는 일 아니냐"라면서 "외국자본은 자유무역지역에 들어오면서 세제 혜택과 저렴한 공장 임대 등의 혜택을 본다, 그런데 이윤만 빼먹고 가버리고 그 피해는 노동자들이 안게 된다"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산연은 이윤을 재투자하지 않았다, 산켄전기 다른 회사들은 흑자를 내는데 한국산연만 적자라고 한다, 그것은 시설 투자 등을 하지 않고 노동 착취만 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면서 "마산자유무역지역의 다른 외자 기업들이 비슷하다, 정부는 노동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송순호 창원시의원은 "한국산연은 저렴한 공장임대와 세제 혜택 등을 받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라면서 "외국자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서도 한국산연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 밝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는 부산에 있는 일본총영사관과 서울에 있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