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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면 '격전 지역'이 주목을 받습니다.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누가 당선 될 지 알 수 없는 지역을 그렇게 부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당선 가능성만 따지는 건 재미가 없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가 숨겨진 선거구를 '꿀잼지역'으로 골라 생생한 선거 현장을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주민들은 손범규, 심상정을 한 번씩 써봤다. 장단점이 다 드러났다. 세 번째 선택은 손범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

"4년 전에는 내가 양보했으니까 이번에는 심상정 후보가 양보하고, 또 4년 뒤에 심 후보가 하면 된다. 나는 정말 국회의원 배지 던질 수 있다." - 박준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난 선거는 아무 기반 없이 했다. 지난 4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지역에서 민심을 얻었다. 이번에는 훨씬 더 많은 표 차이가 날 것이다." - 심상정 정의당 후보

경기도 고양시갑 지역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 받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지역 현역 의원인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가 세 번째 맞붙는다. 전국적으로 '리턴 매치' 지역이 여럿 있지만 특히 이곳은 지난 선거에서 불과 170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는 점에서 매우 극적이다. 두 사람의 현재 스코어는 1승 1패, 사실상 이번 선거가 결승전이다.

또 더불어민주당(더민주)와 정의당 사이의 '후보 단일화' 공방의 최전선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심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를 통해 손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그보다 앞선 18대 총선에서는 1여다야 구도 속에 3000여 표 차이로 손 후보에 패했다. 단순한 선거 구도로 보면 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루는 것이 심 후보에겐 승리의 기본조건이다.

지난 4일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 후보(32.3%)와 심 후보(37.2%)는 오차 범위 안에서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박준 더민주 후보는 9%를 기록했다(이 여론조사는 경기 고양갑 지역의 19세 이상 남녀 548명을 대상으로 2월 28일부터 3월 1일 사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2%포인트, 응답률은 12.4%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러나 단일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더민주는 '경기 고양갑 지역 우선 단일화'를 제시했지만 정의당은 '더민주가 다른 지역 정의당 후보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 후보 역시 현재까지는 사퇴 의사가 전혀 없는 상태다.

세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모여있는 화정역 인근의 주민들 반응도 엇갈렸다. 새누리당 지지자라는 한 주민은 "단일화가 안 되면 손 후보가 쉽게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후보를 지지한다는 상인 장아무개(45)씨는 "단일화 안해도 심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지역에서 20년 거주했다는 더민주 지지자 이아무개(56)씨는 "박준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는 세 후보의 각오와 전략도 남다르다. 손 후보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50~60대의 표심을 붙잡고 40대로 지지세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는 전통적인 더민주 지지층 20~30%에 새누리당에게 실망한 보수층을 흡수하려고 한다. 심 후보는 지난 4년 동안의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대세 굳히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오마이뉴스>는 선거운동 개시 이틀 전인 지난 29일 세 후보를 차례로 만났다.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 "국회의원 쉽게 됐다, 이제 정치가 뭔지 알겠다"

 20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가 29일 덕양구 화정동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가 29일 덕양구 화정동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손 후보는 화정역 인근의 대형마트 앞에서 지나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손 후보가 자세를 한껏 낮추고 명함을 내밀었지만 받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손 후보는 진땀을 흘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20~30대는 정말 어렵다, 워낙 심상정 후보 지지가 많기도 하고 새누리당이라면 무조건 싫다는 분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대 선거는 현역의원인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다. 지난 4년 동안 원외에 있어보니 내가 쉽게 의원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왜 국민들이 정치를 욕하는지 국회 안에 있을 때는 몰랐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 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손범규, 심상정을 한 번씩 써봤고, 장단점이 다 드러났다, 세 번째 선택은 손범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심 후보와 세 번째 대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20~30대는 절대적으로 심 후보 지지가 높고, 주로 50대 이상이 나를 지지한다, 결국 40대가 이번 선거의 키를 쥐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손 후보는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는 야권연대에는 날을 세웠다. 그는 "국민의 선택을 강요하는 독재의 느낌"이라며 "정의당은 '왜 새누리당을 이기려고 하지 않느냐'면서 야권연대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평소에는 더민주와 자신들이 다르다고 하면서 왜 선거 때만 되면 연대해야 한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고양시갑 지역은 16대 총선 이전까지는 농촌 지역이 많고 보수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신도시가 확산되고 젊은 층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여야 지지세가 팽팽해졌다. 손 후보는 "여당의 험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장 치열한 접전 지역"이라며 "야권연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 야권 단일후보와 붙을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팽팽한 접전 상태에서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식사동이 이번 선거부터 고양갑에 편입된 것도 손 후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경기도지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는 식사동에서 우세를 보였다.

[박준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양보가 유일한 단일화 방안"

 20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박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9일 덕양구 화정동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박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9일 덕양구 화정동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박준 후보는 덕양구청 옆 공원 통로에 서서 오가는 주민들의 손을 덥썩덥썩 잡았다. 비록 지난번 선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한 티가 났다. 그는 한 주민의 손을 잡고 "이번에는 꼭 당선 되겠습니다"라며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쥐어 보였다.

박 후보는 기자와 마주하자마자 후보 단일화 문제부터 꺼냈다. 그는 "사실 심상정 후보와 나는 체급이 다르다, 심 후보는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정치 지도자지만 나는 말 그대로 '지역 일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로 단일화 한다는 건 불공정한 게임이다, 지난 번에는 내가 양보했으니까 이번에 심 후보가 양보하면 된다"라며 "그럼 4년 뒤에는 내가 또 양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설령 3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반드시 본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후보는 "3자구도로 간다고 해도 자신 있다, 장담한다, 내가 가까스로 이긴다"라며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 내친 후에 수도권에서 지지층이 빠지고 있다, 전통적인 더민주 지지층 20~30%에 지역의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도 내가 흡수할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박 후보는 '지역 일꾼'임을 자신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사실 지역 공약은 후보들이 별 차이가 없고, 진짜 일할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지역에 예산을 땡겨오는(당겨오는) 게 국회의원의 할 일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의 경험을 살려 지역에 필요한 예산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본선 완주는 결국 후보단일화 여부에 달렸다. 박 후보는 완주를 자신하지만 소속 당은 딱히 박 후보를 지켜주려는 모양새가 아니다. 더민주는 30일 경기 고양갑 지역을 정의당과 선단일화 지역으로 제시했다. '불리한 조건'이라는 단서까지 달았다. 고양갑을 내주고 다른 곳에 정의당 후보를 포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당연히 박 후보는 여기에 응할 의사가 현재까지는 전혀 없다.

그는 "공천장을 못 받았다면 모를까 후보등록 한 마당에 절대 사퇴할 일 없다"라며 "심 후보가 양보하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라고 못박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권자는 야권 승리 포기한 더민주 기억할 것"

 20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29일 일산동구 은행마을에서 어린이집 원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29일 일산동구 은행마을에서 어린이집 원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심상정 후보는 덕양구 식사동 한 아파트에 입주한 '가정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비슷한 규모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들과 간담회에서 심 후보는 "어린이집 중에서도 가정어린이집이 가장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정치판에선 정의당이 가정어린이집"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자신들이 겪는 고충을 심 후보에게도 느끼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의당 의원 숫자가 적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들어가지 못했다"라며 "20대 국회에는 의원 수가 몇 명이 되든지 반드시 보건복지위원회에 의원을 배치해서 어린이집 지원 정책을 꼭 만들어내겠다"라고 약속했다.

간담회 이후 기자와 만난 심 후보는 "더민주는 내 지역구 단일화를 빌미로 다른 지역에 정의당 후보들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제1야당으로 아주 비겁한 모습"이라고 비판하면서 "그런 상태에서 박 후보와 단일화를 고려할 수 있겠나, 유불리를 따지면서 선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경기 고양갑도 단일화 여부가 승패에 결정적인 상황이지만, 전국 선거를 책임져야 하는 당 대표의 고민이 묻어났다.

그러면서 '심상정의 양보가 단일화의 한 방안'이라는 박 후보의 주장에 "4년 전에 양보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경선을 했다, 주민들이 심상정을 선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3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에도 "최선을 다해 선거를 치를 생각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야권이 함께 승리하는 길을 포기한 더민주를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170표 차이로 신승했던 것을 감안하면 단일화 없이는 승리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심 후보는 "19대 선거 때는 원외에서 아무런 기반 없이 선거를 했다, 지난 4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지역에서도 민심을 얻었다"라며 "이번에는 훨씬 더 많은 표 차이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심 후보가 또 당선된다면 진보정당으로는 처음으로 3선 국회의원이 된다. 경남 창원성산에 출마한 노회찬 후보 역시 3선에 도전하고 있지만 그는 '삼성 X파일' 폭로로 의원직이 상실돼 19대 국회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심 후보는 "내가 3선이 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의당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2017년 대선에서 연립 정부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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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손범규#박준#덕양갑#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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