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뭐야? 형!"지난 4월 1일 오전 8시 15분, 아침부터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25살 동갑내기 문건희군과 송유수군이 군복을 입고 등교하더니 곧이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살 청춘들도 교복행렬을 이뤘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중국 발해대학교 한국교류처에서는 때 아닌 군복과 교복의 등장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만우절에 학생들이 추억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
군복은 제대하면 쳐다보기조차 싫은 게 당연한 일. 그런 군복을 입고 온 문건희군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문군은 "진짜 군복을 입은 것만으로 숨이 막힌다"라면서도 "그나마 이렇게 공부하면서 군대를 과거로 추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언젠가는 군 입대를 해야 할 스무살 동생들에게 가하는 흐뭇한(?) 경고랄까.
파주의 기숙사에 머물며 대구의 고등학교 교복을 챙겨 온 이언지(20)양에게 "교복은 어떻게 준비했냐?"라고 묻자 "엄마한테 택배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부천에서 평상시 복장으로 등교하는 라민식(21)군은 "너는 왜 교복 안 입었어?"라는 물음에 "에이, 버스 타고 어떻게 교복을 입고 오냐"라면서 "갈아입으려고 가방에 싸왔다라는 다소 허탈한 대답을 내놨다.
'어? 정말 고등학교 교복 입는 게 즐거운 거야? 아니, 어떻게 군복 입을 생각을 했지? 군대?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만우절 교복'을 검색해 보니 만우절이면 대학교에 고등학교 교복차림이 종종 등장한다고 한다. 대학생들에게 고등학교는 과연 어떤 추억으로 남아 있을까. 서울대를 정점으로 수능점수와 내신점수에 맞춰 대학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입시전쟁터가 돼 버렸다. 그런 고등학교에서의 추억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만우절에 교복과 군복을 입고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는 청춘들이 신기했다. 진심으로.
나는 이곳 학생들을 상담부터 등록까지 담당하며 면면을 알고 있다. SKY 진학에 실패하고 낙심하던 학생, 애초 대학 진학을 생각하지 않았던 학생, 점수에 맞춰 합격한 대학을 다닐까 말까 고민하던 학생, 고등학교를 외국에서 졸업한 학생, 군대 전역 후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학생, 처음부터 중국유학을 준비했던 학생 등등 학생들이 처한 상황은 정말 다양했다.
중국대학유학의 특성상 이 다양한 학생들은 어떤 특정한 점수로 편가를 수 없다. 점수로 학생들을 구분할 수 없기에 차별할 수도 없다. 점수에 따라 대학 간판이 결정되는 한국사회에서 중국유학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이들은 점수와 대학 간판에서 자유로워졌다.
불과 한 달 반전에 교복을 벗었던 유정원(20)양에게 "교복 입은 기분이 어떠냐?"라고 묻자 "다시 입고 싶다, 젊어지잖아요"라는 해맑은 답변이 돌아온다. 스무살 청춘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대학진학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젊어진다?
터무니없는 비약 같아 보여도 점수와 대학 간판에서 자유로워진 학생들에게 고등학교는 입시 전쟁터가 아닌 아름답고 행복했던 공동체로 되살아났다. 행복이 깃든 고등학교, 당연히 교복을 추억하는 건 즐겁다.
내게 교복과 군복은 권위주의와 전체주의의 상징으로 각인돼 왔다. 하지만 적어도 점수 구분 없이 평등을 전제로 했을 때 교복도 군복도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각양각색의 교복을 입고 해맑은 웃음을 터뜨리는 청춘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엿본다.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19세부터 26세까지 학생들이 안겨준 커다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