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진태 후보(강원 춘천)가 19대 총선 당시 제시한 공약들을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놓고 연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진태 후보는 "공약을 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는 "김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해 말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의 요청에 따라, '19대 국회의원 공약이행현황 자체평가표'를 제출하면서, 19대 총선 당시 자신이 제시한 공약 중 '캠프페이지 부지 매입 대금 해결' 건과 관련해 "이행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공약을 이행한 근거로, 자체평가표에 "(미군기지였던) 캠프페이지 활용 방안의 선결 과제로 부지매입비 국비 확보가 문제되었는 바, 19대 국회 등원 후 국비 531억 원 확보를 마무리지음으로써, "부지 매입 문제를 해결"했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허 후보는 지난달 30일 KBS춘천이 마련한 제20대 총선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캠프페이지 부지 매입 대금은 정부로부터 2011년과 2012년(6월 27일)에 집행된 예산"인데, "2012년 6월에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한 김 후보가 531억 원을 확보해서 공약을 실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는 "2012년에 (내가) 국회의원 되고 나서, 50억 원 이상이 지급이 된 것"이라며, "내가 분명히 그것(531억 원)을 다 이행했다고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후, 김 후보는 지난달 31일에 G1강원민방을 통해 중계된 TV토론에서는 정부가 지급한 국비 '50억 원'을, '153억 원'으로 수정했다.
김진태 "국회의원 되고 나서 추가 국비 내려와"
이 같은 공약 이행 논란은 4일 춘천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세 번째 TV토론에서도 계속됐다. 그런데 말이 조금 바뀌었다. 허 후보는 이날 토론회 결과를 놓고, "(그동안) 김 후보가 캠프페이지 발전을 위한 국비 예산을 (자신이)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오늘 TV토론에서는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날 TV토론에서 김진태 후보는 "(캠프페이지 부지 매입 대금이) 2012년 6월 27일에 (50억 원이 아닌) 153억 원이 지급이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허 후보가 "본인이 한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내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국비 153억 원이 내려왔다"며, "(그것을 굳이) 내가 가서 153억 원을 받아온 것까지 얘기를 해야겠냐"고 얼버무렸다.
김 후보는 거듭되는 TV토론에서 캠프페이지 관련 국비를 일부이든 전부이든 자신이 직접 확보했다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제 겨우 초선에 불과한 국회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국비를 확보했다는 것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그러자 허 후보는 이날 토론이 끝난 뒤, "김진태 후보가 국비 확보라고 주장하는 50억 원은 춘천시가 '주한미군 공여지구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따라 지원받은 금액으로 김진태 후보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이는 유권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후보는 캠프페이지 부지 매입 대금은 "춘천시가 캠프페이지 부지 중 46%를 공공용지로 개발하기로 하면서 총 531억 원을 지원받게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으로 2011년에 260억 원, 2012년에 270억 원을 연차적으로 지원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춘천시민의 희생과 양보로 지난 60년간 활용하지 못한 부지에 대한 보상비용을 이제야 받게 된 부분을 (김 후보) 본인이 확보한 예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거법의 중대한 위반 혐의 중 하나인 허위 사실 유포"라며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후보는 "허 후보는 특별법에 지원 근거가 있으면 무조건 국비가 내려오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법률에 따라 국비 지원 계획이 서 있는 것도 채근하지 않으면 다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 "김진태 후보 공약 이행률 4.28%"
말 많고 탈도 많은 김진태 후보의 19대 총선 공약은 '공약 이행률'도 논란거리다. 김 후보는 자신의 총선 공약 이행률이 70%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19대 국회의원들의 공약을 평가한 결과를 제시하며, "(이 단체의) 평가는 70%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김 후보의 주장에 불과하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공약 이행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발표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김 후보는 이 단체로부터 공약 평가를 받은 것을 가지고, 공약 이행을 검증받고 인정받은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단체가 국회의원의 공약을 평가한 것으로, 공약 이행이 모두 검증된 것도 아니다. 이 단체는 지난 2월 18일 1단계로 19대 국회의원들의 공약을 총체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2단계로 지역사회에서 국회의원 공약 이행 결과를 검증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3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 후보의 19대 총선 공약을 분석한 결과, 공약 이행률이 5%도 안 되는 4.28%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김 후보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그가 제시한 19대 총선 공약은 '3대 핵심 공약'뿐만 아니라, 그 외 다른 공약들도 대부분 "이행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후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14일 "제대로 된 공약을 제시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은 정책 선거의 기본"이라며, 김 후보에게 19대 총선 공약 이행 여부를 공개적으로 검증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시민단체들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