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사장의 폭행으로 걱정을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6일 오후 서울 방배동 미스터피자코리아(MPK) 본사 앞. 수십여 명의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정 사장은 이달 초 건물의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경비원 A씨(58)의 뺨을 두 차례 때려 '갑질' 논란의 대상이 됐다. 본사와 체결한 상생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분노하던 미스터피자 점주들은 정 회장의 '갑질'을 추가로 폭로했다. 미스터피자는 불매운동에 휩싸였다. 점주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스터피자, 상생협약 일방적으로 '무시' 미스터피자 본사는 지난해 8월31일 가맹점주들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반영을 하지 않고 있다. 상생협약 당시 본사와 점주들은 '매출을 관리하는 단말기 계약을 공개입찰로 진행하고, 본사와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의 공동명의로 입찰공고를 하며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본사는 올해 2월 공개입찰을 하지 않고 계약조건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일방적으로 점주들에게 통보했다.
갑질 논란의 장본인인 정 사장은 홈페이지에 다섯 문장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사과문 한 장을 달랑 걸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 뿐만 아니라 충남 온양 등에서 생계를 내려놓고 올라온 40여명의 점주들은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는 점주들은 국민적 관심에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그 무게를 묵묵히 견디는 모습이었다.
정 회장의 논란으로 당장 가맹점들은 매출이 하락하는 등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정 회장에 대해 한때는 브랜드를 함께 키워갔다며 포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 회장, 3년 부진 속 결정적 보태기 '한 방'이날 미스터피자 온양점주는 "2000년대 후반에는 꽤 많은 매출과 3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까지 함께 해 부러울 것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온양점주는 "미스터피자는 최근 3년 동안 마케팅과 신제품 출시에 실패하면서 1위 자리에서 밀려나 힘들었다"며 "폭행사건의 장본인이 정 사장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불매운동이 일어나 매상에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점주들에 대한 정 회장의 태도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지만 선량한 미스터피자 직원들을 생각해 감정을 억눌렀다. 온양점주는 "미스터피자를 통해 생계를 일구는 400여개 점포와 1만여 명의 직원들이 있다"며 "생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있으니 불매운동만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정 회장, 한 때는 가맹점주들과 '동지'였다"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온양점주와 당산점주는 미스터피자와 13년을 함께 해왔다. 미스터피자의 26년 역사 중 절반을 함께 해 온 셈이다.
미스터피자는 피자헛과 도미노피자와 함께 국내 피자업계에서 '빅3'를 달리고 있다. 이 중 미스터피자는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와는 달리 순수 국산 프랜차이즈로 외국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성공을 일궜다. 미스터피자는 2000년대 초 '여성을 위한 피자'를 내걸고 마케팅에 성공했다. 이후 2008년~2009년 피자헛과 도미노피자를 제치고 대한민국의 피자 전문점 중에서 매장 수가 가장 많아졌다.
온양점주는 "정 사장도 한때는 브랜드를 키우려고 점주들과 함께 노력했었다"며 "미스터피자는 점점 성장했지만 정 사장은 이제 점주들과 상생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종윤 미스터피자 가맹점협의회 회장은 "이제는 더 이상 불합리한 '갑질'을 견디지 못하겠다"며 "상생협약을 왜 지키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미스터피자는 점주들의 요구를 줄곧 무시하더니 폭행사건으로 여론이 집중되자 다시 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며 "진심으로 협력의지가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