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선거유세에 거물급 정치인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김무성 대표에 이어 서청원 최고위원, 그리고 자타가 인정하는 광명의 정치인 중에 한명인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원유세에 나섰다.
그러나 전재희 전 장관의 유세는 이번 선거에 도움이 될까, 아닐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4년 전 전재희 전 장관은 딸 같은 정치 신인 이언주 후보에게 패했다. 많은 이들이 지난 선거 결과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의외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반면 이언주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정치거물을 꺾음으로서 스타 정치인의 반열에 오를 '호재'을 낚았다. 이 의원은 지난 4년 동안 원내 대변인만 3번을 역임했다. 언론에도 잘 팔리는(?) 정치인이 됐다. 화제의 정치인 중 한 명이 됐고, 젊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상품성'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언주 의원이 당내 대변인을 맡고 청년위원장을 맡았던 것은 정치의 세대교체라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이언주라는 브랜드에는 '젊음'이 수식어로 붙는다. 세대교체 상징성을 갖는 여성 정치인인 것이다. 4년 전 기라성 같은 전재희를 꺾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요구였고, 그 변화의 내용 중에는 '정치의 세대교체'라는 욕구도 반영됐을 것이다.
4년 전 쓰라린 일격을 당한 전재희 전 장관이 다시 총선 유세 현장에 섰다. 6일 유세가 열리는 하안사거리 현장을 방문했다.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다. 주대준 후보는 국가사이버보안센터 설치를 주력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재희 전 장관도 이 공약에 힘을 실었다."미래 세대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알고 미래의 방향을 알아야 한다. 기호1번 주대준은 미래의 방향을 안다. 광명에 새로운 첨단IT단지를 설립할 수 있는 후보가 주대준이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최근 북한 GPS 교란으로 차량 네비게이션이 이상 작동한 일이 있었다. 북한이 사이버 테러를 감행한다면 우리나라의 금융·국방 및 경제 등 모든 분야가 마비된다."며, "북한 해킹을 막을 수 있는 후보는 주대준"이라고 말했다.
4년 전에 대한 기억도 언급했다.
"4년 전 선택 받지 못했다. 상대후보 공약 믿고 찍었는데 그 공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후보를 심판해야 한다... (중략) 영원한 광명사람이고, 영원한 광명의 국회의원으로 광명발전을 염원하고 있다. 1번 찍어달라."전재희 전 장관의 유세는 그리 길지 않았다. 대략 5분 정도 마이크를 잡았다. 짧은 유세는 나이나 건강상의 이유였을까. 아니면 전략적 선택이었을까. 전재희 전 장관은 짧은 유세 후, 주변의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정치적 발언도 많지 않았다.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통상적 수준의 지지 요청이었다.
'광명을' 선거구도는 이렇다. 야권세가 강하다는 것은 몇 번의 선거로 드러났다. 소하택지가 개발이 되면서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입주했고, 그에 따라 야권지지 성향이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총선에서 전재희 전 장관이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고배를 마셨던 것도 이러한 유권자 지형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지난 총선 이후, 2년 전 지방선거 그리고 시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이런 경향은 또렷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유지될 것이다. 다만 야권 분열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 총선에서 당시 전재희 후보와 이언주 후보의 표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한나라당 출신 이효선 전 광명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한나라당 표를 잠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야권이 분열했다. 1여 3야 후보 구도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지난 4년 간 야권 지지층 유권자가 유입했고, 4년 의정활동으로 지지 기반을 닦아 놓은 것은 이언주 후보에게 유리하다.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야권 표를 잠식하는 정도에 따라 선거 결과는 예측 불가가 된다. 야권지지 성향에도 불구하고, 야권분열의 호재를 새누리당은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이 불리하던, 박빙이던, 아니면 유리한 상황이던 간에 새누리당 주대준 후보 입장에서는 모든 새누리당 지지표를 최대한 끌어 모으는 게 승부처일 수밖에 없다. 김무성, 서청원에 이어 잠깐이라도 전재희 전 장관이 유세차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4년 전 고배를 생각한다면 패자를 무대에 올리는 일이 선거구도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전재희'의 명성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있는 만큼 그에 대한 향수를 불러내는 것은 주대준 후보로서는 필수적이다.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많으면 선거는 가는 것이다. 이번이 아니면 여권으로서 잃어버렸던 광명을구의 옛 명성을 되찾아 올 기회가 있을까.
반면 지난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흐름을 보면 이언주 후보와 더민주의 지지세가 탄탄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호남 정치의 부활을 표방하며 국민의당이 등장한 첫 선거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의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작동할지가 변수이다. 대권을 겨냥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언주의 '인물론'에 더해, 여권 심판, 정권 심판론이 더민주에게 표를 몰아주는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변화를 바라는 젊은 유권자의 투표참여율이 이러한 경향을 지지할 것인가.
광명을구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인할 날이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