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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침부터 똥 얘기라니...'

게으른 아침식사 중 TV 화면이 시끌벅적하다. 대여섯의 출연자가 인도 어느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길가에 줄지어 앉아 똥을 누는 모습이 충격이었다며 아침부터 '똥 얘기'로 노닥거리고 있었다.

사실 여행을 하다 보면 인도뿐 아니라 싸는 문제를 원초적으로 해결하며 사는 곳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런 난감한 화장실 문화는 아무리 그 나라 풍광이 훌륭하고, 사람들이 매력적이라도 여행자를 힘들게 한다. 문화의 상대성을 떠나 똥은 똥일 뿐이기 때문이다. 더러운 똥은 지정된 장소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는 인류 보편의 상식이다. 2500여 년 전 부처님이 살던 시대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눈치 보며 똥 누는 사람... 길 가운데서 똥 싸는 사람

부처님이 제자들과 길을 가는데 큰 길가에서 똥을 누는 사람이 있었다. 부처님은 그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알라며 크게 꾸짖고 다음부터는 사람 눈길 닿지 않는 곳에서 똥을 누라고 가르쳤다. 다시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길 가운데서 똥을 싸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부처님은 아무 말 없이 그 사람을 피해 지나갔다. 이에 가르침을 기다리던 제자들은 부처님에게 물었다.

"아니 스승님 길가에 눈치를 보며 똥을 눈 자는 그나마 작은 염치라도 있는 자이고, 길 가운데 똥을 싼 자는 아예 염치가 없는 자입니다. 잘못으로 치자면 저자가 더 큰데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십니까?"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경책(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알아들을만한 자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다."

미천한 지혜로 부처님의 깊은 뜻을 다 알지 못하지만 '막무가내 몰염치한 자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정도로 이해해도 될 듯하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도 떠오른다.

또다시 기어나온 '머슴' '일꾼'들

선거를 앞두고 이 나라 정치권과 부처님의 '똥 얘기'가 자꾸 겹쳐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공천에서 보여준 정치권의 행태는 오만방자를 넘어 막가는 수준이었다. 계파 찍어 내기, 막말파동, 자기 계파 챙기기 등 온갖 치졸한 방법으로 공천장사 하던 행태는 마치 조폭영화를 보는 듯했다.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패거리들끼리 세력 다툼하는 동네 깡패와 뭐가 다를까 싶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된 요즘도 매한가지다. 수준 낮은 인신공격에 무책임한 공약 남발은 우리의 귀를 의심케 한다. 지난 4년의 기억이 지워지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머슴'이니 '일꾼'이니 하며 한 번만 도와 달라는 모습을 보면 염치없이 길 가운데에서 똥 싸는 짓과 뭐가 다를까 싶다.

국민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아예 대놓고 자기들 맘대로다. 한마디로 '개자무적'이다(개기는 자에게는 적이 없다, 재미삼아 내 친구들끼리 상식 밖의 행위를 대놓고 하는 것에 빗대어 쓰는 말이다).

부처님 말씀대로라면 이런 막무가내 몰염치한 자들은 경책도 소용 없을 테니 피하는 게 상책일 듯싶다. 사실 이런 연유로 갈수록 정치무관심을 넘어 정치혐오증을 가진 이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똥'이 더러우면 치워버리자

4.13 선거 4.13은 투표일
4.13 선거4.13은 투표일 ⓒ 서울시 투표 홍보 이미지

"이번에는 누구 찍을 거야?"
"에이 누구나마나 똥 같은 정치꾼들 다 그 놈이 그 놈이지 뭐. 투표 안 해"

정치는 곧 우리 삶이다. 수준 이하의 시정잡배 같은 모습이 역겨워 피하고 싶겠지만, 문제는 더럽다고 매번 피해만 간다면 다시 똥 같은 자들이 뽑힐 것이고 4년 동안 내내 그들이 또다시 우리 염장을 지를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치에 있어서는 "경책도 못 알아들을 수준이라지만 부처님 그 말씀은 못 따르겠소"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똥 같은 정치인은 나만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똥이 똥을 부른다. 수준 이하의 정치인들이 펼치는 역겨운 행태는 두고두고 냄새를 풍기며 우리 삶에 큰 고통을 던져 준다. 그 동안 반복하며 당해왔던 고통스런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똥이 더러우면 피하지 말고 치워버리자. 입 아프게 욕만하지 말고, 손 아프게 삿대질만 하지 말고 치울 마음만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주자. 설령 한 번에 다 치울 수 없다 해도 최소한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알게 하고, 국민 무서운 줄은 알게 하자. 제발 이번에는 내 손으로 그들이 아무렇게나 똥 쌀 자유를 금하자. 그 방법이 투표다. 그 기회가 딱 이번 4.13 총선이다.

요즘 대세인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라면 이렇게 말할 듯하다.

"더럽다면 투표하지 말입니다."

4.13 선거 홍보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홍보물
4.13 선거 홍보물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홍보물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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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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